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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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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근식 "文정권 심판과 중도정당 동시에 안돼… 안철수 선택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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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근식 통추위원 인터뷰]

"이번 주 중 옛 국민의당 출신 중 중도 대변하는 상징적 세력 통합신당 합류 선언 기대"
"安, 혁신 3원칙 걸고 야권 통합 통한 혁신 나설 수 있는 것 아닌가"
"중도·보수 통합신당 어렵다면 국가대표 소집 방식 반문 연대도 검토해봐야"

중도·보수 통합을 내걸고 지난 9일 출범한 혁신통합추진위원회(통추위) 활동이 2주를 맞았다. 그 사이 통추위에 참여한 자유한국당과 새로운보수당이 당대당 통합을 위한 별도 협의체 가동에 들어가면서 통추위는 통합 신당 창당을 위한 로드맵을 발표한 것을 끝으로 사실상 마무리 작업에 들어갔다. 2월 초순 통합신당 창당준비위원회를 발족시키고 2월 중순엔 통합신당을 출범시킨다는 것이다. 새보수당을 통합 논의로 끌어들이고, 그동안 무소속에 머물던 원희룡 제주지사의 합류를 이끌어낸 점은 통추위의 성과란 평가가 나온다.

그러나 통추위가 주요 통합 대상으로 꼽았던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는 "보수 통합 논의에 관심이 없다"며 거리를 두고 있다. 4년 전 20대 총선 때 안 전 대표와 함께 국민의당 창당에 참여한 김근식 경남대 교수가 통추위원으로 참여하고 있지만, 안 전 대표 측은 "안 전 대표와는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여전히 김 교수는 통추위 회의 등에서 "안 전 대표가 문재인 정권의 폭주를 막는 데 동의한다면 그가 말하는 국가 대개조를 위해서라도 야권 통합에 합류해주길 간곡히 부탁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설 당일인 25일 조선일보 디지털편집국과의 인터뷰에서도 "안 전 대표가 현명한 선택을 하길 기대한다"며 그의 중도·보수 통합 동참을 촉구했다. 그러면서 안 전 대표가 △대선주자급 백의종군 △TK 물갈이 △진박(眞朴) 청산 같은 '혁신 3원칙'을 합류 조건으로 내걸고 과감한 야권 통합을 통한 혁신에 나서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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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근식 경남대 교수 /이진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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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전 대표 귀국 전부터 그의 중도·보수 통합 동참을 기대해왔는데. 안 전 대표 귀국 후 일주일간 움직임을 보면 기대가 어긋난 것 같은데.

"지금은 총선을 앞두고 있다. 그런데 안 전 대표는 대선 후보로 귀국한 것 같다. 총선을 목전에 두고 있으면 문재인 정권을 심판할 것인지, 아니면 야당을 심판할 것인지 정치적 입장을 분명히 해야 한다. 명확한 총선 전략을 정하고 귀국해도 시일이 빠듯한데, 지난 일주일 간의 그의 언행을 보면 이제서야 주변의 의견을 들어보고 결정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안 전 대표 일주일을 그렇게 평가하는 까닭은 뭔가.

"안 전 대표가 현재 당적이 있는 바른미래당으로 돌아간다면 바로 손학규 대표를 만나야 한다. 그게 아니라 인천공항 귀국길에 말한 것처럼 '실용적 중도 정치를 실현하는 정당'을 창당하려 한다면 물리적 시간이 부족하다. 그런데 일주일간 전혀 그런 행동을 하지 않았다. 안 전 대표 귀국을 기대했던 중도세력이나 국민의당에서 함께했던 인사들 입장에선 하루 하루 피가 마른다."

─안 전 대표는 지난 19일 귀국길에 중도·보수 통합 논의에 관심 없다고 분명히 선을 그었는데.

"안 전 대표는 공항에서 문재인 정부의 폭주를 막겠다고 했고 공정하고 안전한 사회를 만들며, 실용적 중도 정당을 창당하겠다고 했다. 첫 번째와 세 번째는 이번 총선 정국에서 동시에 이룰 수 없는 목표다. 결국은 우선순위를 정해야 한다. 그런데 중도정당을 선택하고 반문연대를 버릴 경우, 문재인 정권 심판에 실패하는 결과를 초래해 총선 후 중도정당이 설 땅이 없다. 반대로 반문연대를 선택하고 총선 후에 중도 정당을 다시 추진하는 것은 훨씬 성공 가능성이 높다. 그러면 후자를 선택해야 한다. 또 하나, 중도정치와 반문연대 중 어느 것이 더 절박한가. 야당 지지자들은 압도적으로 문재인 정권 심판을 절실하게 원한다."

─그런데 안 전 대표는 지난 24일 호남 4선 중진 박주선 바른미래당 의원과 만났다. 호남을 기반으로 제3지대 신당에 합류하면 중도·보수 통합신당 합류는 불가능한데.

"호남 민심은 국민의당 바람이 불었던 4년 전과 완전히 다르다. 그 때는 호남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반감이 지배적이었고, 그 와중에 야당인 민주당에서도 친노(親盧) 세력들이 호남을 홀대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지금은 문 대통령 지지가 압도적이고, 호남 출신 이낙연 전 총리가 차기 유력 대선주자로 부상해 있다. 호남 홀대론이 먹혀들기 어려운 구조다. 게다가 호남 신당을 위해 안 전 대표가 바른미래당 주도권을 확보하려 손학규 대표와 갈등을 빚으면 구태 논란에 휘말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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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형준 혁신통합추진위원장과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지난 2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제7차 혁신통합추진위원회 회의에 참석해 악수하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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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통합 보수신당 논의는 어느 단계까지 와 있나.

"내달 초 신당 창당준비위원회를 구성하고, 중순쯤 통합신당이 출범할 것이다. 이번 주 중 과거 국민의당에 몸 담았던 상징성 있는 중도 인사들이 통합신당에 합류한다는 선언에 나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런 움직임이 구체적으로 진행되리라 생각한다."

─사실 통합신당이라고는 하지만, 자유한국당과 새보수당이 합치면 '도로 새누리당'이라는 비판이 있다. 통추위에 참여한 이언주 의원도 그런 점을 지적했다.

"통추위의 정식 명칭이 '혁신통합추진위원회'다. 통합신당은 반드시 혁신의 과정과 병행해야 하고, 혁신은 감동과 희생이 수반되는 통합이어야 한다. 그리고 희생과 감동은 기득권을 내려놓고 먼저 양보하는 데서 나온다. 희생과 감동 없는 통합은 국민들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통합 효과를 반감시킨다. 도로 새누리당으로 가지 않을 것이다."

─그런 혁신을 위해 꼭 안 전 대표 참여가 필요한가.

"새보수당 유승민 보수재건위원장이 통합을 논의할 때 '보수 재건 3원칙'을 내걸었다. 안 전 대표도 중도진영이 통합신당에 합류하는 조건으로 '혁신 3원칙'을 제시한다면 통합신당은 수용해야 할 것이고, 결과적으로 안 전 대표가 통합신당의 의미 있는 혁신을 외부에서 이끌어내는 성과도 가능할 것이다. 첫 번째 혁신은 사람을 바꾸는 것이다. 통합신당 지도부에 대선 주자나 당 대표급은 참여하지 않고, 백의종군하며 당의 뜻에 따르는 거다. 두 번째 혁신 원칙은 대구·경북(TK) 물갈이다. 세 번째 혁신은 친박, 그 중에서도 진박(진실한 친박)에 대한 상징적인 청산이다. 4년 전을 돌이켜보면 민주당 선거 승리는 김종인 전 민주당 대표가 구원투수로 와서 이해찬 대표 등 친문 몇 명을 컷오프(공천 배제)시킨 데서 시작했다."

김 교수는 그렇다면 총선 때까지 통합신당은 누가 이끌어야 하느냐는 물음에 "개인적인 의견"이라며 "당 대표급과 대선 주자급이 백의종군하는 걸 전제로, 정치적으로 신망 있고 특정정파를 대표하지 않는 원로 정치인 중심으로 비대위를 겸하는 선대위를 구성하는 것도 하나의 안이 될 수 있다"고 했다.

─그럼에도 안철수가 호남과의 관계 등을 고려해 끝까지 통합신당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한다면.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자유한국당이 창당하는 비례대표용 자매정당 '미래한국당'을 이용한 '국가대표 소집론'이다. 국가대표 축구 한·일전을 앞두고 국내·외 리그에서 뛰던 선수가 소집돼 경기를 치른 뒤 소속 구단으로 돌아가지 않는가. 특정한 권역을 정해 안 전 대표 측 인물들이 미래한국당 소속으로 지역구에 출마하도록 한 뒤, 통합신당은 후보를 내지 않는 식이다. 당선이 되고 난 후 비례대표 의원은 통합신당으로 가고, 안 전 대표 측 의원들은 안 전 대표의 당으로 돌아가면 된다. 통합신당에 안 전 대표가 참여하지 않더라도, '국가대표 소집'처럼 반문연대에 동참하면 문재인 정권 심판과 야권 승리에 역할을 할 수 있다."

지금까지 야당들은 여당에 맞서 총선에서 후보 단일화 방법으로 연대하는 전략을 썼다. 각 당이 지역구에 출마할 후보를 낸 뒤, 전 지역구 혹은 개별 지역구 차원에서 여론조사로 단일화한 뒤 패배한 후보는 사퇴하는 방법이었다. 그러나 김 교수가 사견(私見)을 전제로 말한 '국가대표 소집' 아이디어는 이와 달리 각 당이 정치적 협상으로 특정 권역을 벨트로 지정하고 안 전 대표 측이 반문연대에 동참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이 경우 준(準)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따라 일부 비례대표 의석 확보에 손해를 볼 수 있지만, 국민들에게 안 전 대표 측이 반문연대에 참여한다는 것을 확실하게 보여줄 수 있다고 김 교수는 주장했다. 김 교수는 "통합신당이 창당된 이후에도 안 전 대표가 반문연대에 동참할 수 있도록 마지막까지 기다리자는 차원의 아이디어"라고 했다. 하지만 실용적 중도정당을 만들겠다고 한 안 전 대표가 보수 정당의 비례대표용 위성정당에 후보를 파견한다는 아이디어는 수용하기 어려울 것이란 반론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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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전 대표가 19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에서 귀국하며 큰절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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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전 대표 동참을 호소할 정도로 반문연대 구성이 절박한 이유는 뭔가.

"지난 연말·연시에 '4+1(더불어민주당과 친여 성향 군소 정당)'이 선거법과 공수처법을 밀어붙이는 오만한 폭주를 보지 않았나. 공수처는 정권 수사를 막기 위한 목적이다. 최강욱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이 공수처를 운운하며 검찰을 압박하는 데서 드러났다. 화룡점정은 검찰 인사를 통한 학살이었다. 문재인 정권의 안하무인과 오만, 무도함을 보고 국민들은 야권이 제대로 힘을 합치기만 하면 반드시 집권여당을 심판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올해 총선에 반문연대로 문재인 정권 심판을 이뤄내는 것 만큼 절박한 목표는 없다. 국민들의 요구에 반드시 부응해야 한다."

그러나 통합신당의 전망이 어둡다는 관측도 나온다. 최근 나온 여론조사에서 통합신당 지지율이 자유한국당과 새보수당 지지율 합계보다 낮았기 때문이다. 여론조사업체 리얼미터가 오마이뉴스 의뢰로 지난 20일부터 21일까지 전국 18세 이상 성인 1002명을 대상으로 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한 결과, 자유한국당 지지율은 32.1%, 새보수당은 3.8%였다. 그런데 다른 당은 그대인 가운데 한국당과 새보수당을 질문지에서 빼고 '(가칭)통합보수신당'을 넣은 결과, 통합보수신당 지지율은 25.1%로 나타났다. 자세한 여론조사 개요 및 결과는 리얼미터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통합신당이 탄생하더라도 성공할 수 있을까. 일부 여론조사 결과가 긍정적이지 않은데.

"설문 문항을 납득하기 어렵다. 그 여론조사 문항은 '자유한국당과 새로운보수당이 합친 가칭 통합보수신당이 창당된다면 어느 정당을 지지할 것이냐'다. 하지만 통추위가 추진하는 것은 중도·보수 통합 야당이다. 유권자 중에는 스스로를 보수라고 생각하지 않는 사람이 중도층이 많다. '통합보수신당'이라고 하면 지지한다고 답하기를 주저하겠지만, 문재인 정권을 심판하기 위해 야권이 합쳐진 '중도보수통합야당'이라고 물으면 지지한다고 응답할 유권자가 훨씬 많을거다."

─새보수당 유승민 보수재건위원장은 한국당과 우리공화당의 통합에 대해 절대 반대하고 있다. 우리공화당에 대한 입장은.

"먼저 박근혜 전 대통령이 총선을 앞두고 문재인 정부의 폭주를 막는 것이 우선이라는 메시지를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의 메시지가 나올 경우 우리공화당 내부에서도 반문연대와 탄핵의 강을 건너는데 동의하는 일부 세력이 개별적으로 통합열차에 합류할 수도 있다고 본다. 통추위가 추진하는 중도·보수 통합에 우리공화당이 필수 대상은 아니지만, 통합 막바지에 탄핵의 강을 건넌다는 전제하에 일부가 반문연대에 합류한다면 굳이 배제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그들이 광장에서 보여준 진정정과 열정은 존중해야 한다."

[손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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