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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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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국 일주일' 안철수, 호남·중도부터 찾았다… 물밑선 '신당 창당' 돌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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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지난 19일 정계 복귀를 선언하고 미국에서 귀국한지 일주일이 지났다. 안 전 대표는 귀국 일성으로 "실용적 중도 정치를 실현하는 정당을 만들겠다"며 제3 신당 창당 의사를 밝혔다. 이후 20대 총선 때 국민의당 돌풍의 진원지인 호남을 찾고 김경율 전 참여연대 공동집행위원장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정성헌 새마을운동중앙회장을 만났다. 설 연휴 직후인 오는 28일에는 바른미래당 의원 17명과 오찬 회동을 한다. 20대 총선 때 자신의 지지기반이 돼 준 호남과 중도층을 묶어 총선을 치르겠다는 구상으로 보인다. 다만 바른미래당을 리모델링할지, 제3신당을 창당할지는 아직 불투명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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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19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 환영 행사를 위해 기다리던 의원들과 인사를 하고 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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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전 대표는 자유한국당과 새로운보수당 중심으로 추진되는 중도·보수 통합 논의에는 여러 차례 "관심 없다"고 했다. 이에 따라 우선 바른미래당으로 돌아가 재창당 수준의 '리모델링'에 나서거나, 중도 신당 창당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다만 안 전 대표 측은 당권(黨權)을 쥐고 있는 손학규 대표가 사퇴할 가능성이 적다고 보고 있다. 이 때문에 손 대표와 담판을 통해 바른미래당 리모델링을 일차적으로 시도하되, 당을 나와 독자 신당 창당에 나서는 방안도 배제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히려 안 전 대표 귀국 이후 제3 신당 창당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손 대표는 지난달 안 전 대표 귀국 가능성이 거론될 때만 해도 그가 바른미래당으로 복귀한다면 당권을 포함한 전권을 주고 물러날 수 있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손 대표는 이후 자신의 사퇴를 전제로 한 언급은 한 적이 없다고 했다. 한 안철수계 의원은 "바른미래당을 발전적으로 해체하고 실용적·중도정당으로 재창당하는 방법이 있지만, 그것도 손 대표가 물러났을 때 얘기"라며 "신당 창당의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고 했다. 다른 안철수계 의원도 "안철수라는 이름 자체가 하나의 당이라고 볼 수 있는 만큼 영향력이 있다고 본다"며 신당 창당 가능성을 점쳤다.

안 전 대표와 손 대표의 담판은 오는 28일 안 전 대표와 바른미래당 의원들의 회동 이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안 전 대표 측은 손 대표가 물러나지 않을 경우를 대비해 신당 창당을 위한 실무 준비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4월 총선까지 시간이 많지 않은 만큼, 곧바로 행동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안 전 대표와 가까운 이태규 의원은 지난 21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당내 문제 정리는 (1~2주 내) 보다 더 빨라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실제로 안 전 대표는 서울 신촌에 새로 사무실을 차렸고, 안철수계 의원들도 이곳에 보좌진을 파견했다. 바른미래당 의원실 관계자는 "손 대표와 담판이 불발될 경우를 대비해 창당 작업을 하고 있는 것은 맞는다"며 "이르면 다음주 창당 취지가 담긴 선언문이 나올 수도 있다"고 했다.

안 전 대표가 바른미래당을 나와 신당 창당에 나설 경우 대부분 비례대표인 안철수계 의원들의 거취 문제가 걸림돌이 될 수 있다. 현재 바른미래당 내 안철수계 의원은 7명 정도다. 이 가운데 권은희 의원(광주 광산을)을 제외하면 모두 비례대표다. 비례대표는 자진 탈당하면 의원직을 잃는데, 당이 제명할 경우에만 의원직이 유지된다. 권 의원만 의원직을 유지할 경우 안 전 대표의 신당은 원내 1석으로 총선 투표 용지에 민중당 다음인 기호 10번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이 때문에 안 전 대표가 오는 28일 바른미래당 의원들을 만나는 자리에서 당내 호남 중진 의원과 당권파 의원들에게 비례대표 의원직 제명에 대한 협조를 요청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바른미래당 당헌·당규는 '제명은 의원총회에서 재적의원(20명) 3분의 2(14명)가 찬성으로 의결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만 당규상으로는 최고위원회가 중앙당 윤리위원회로부터 제명을 포함한 징계를 통보받으면 이를 의결한다고 하고 있어 당헌·당규 해석을 놓고 분란이 벌어질 수도 있다. 손 대표는 지난해 새로운보수당 유승민 의원 등의 탈당 국면에도 안철수계 의원들에 대한 제명은 하지 않겠다는 입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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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20일 광주 국립5·18민주묘지를 참배하고 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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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 일각에서는 안 전 대표가 바른미래당을 나와 신당 창당에 나설 경우 현역 의원 숫자에 개의치 않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그가 귀국 전부터 기성 정치 타파를 내세우며, 중도 독자 세력화를 통해 대통령에 당선된 프랑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을 언급했기 때문이다. 마크롱은 현역 의원 1명 없이 대선에 승리했고 연이든 총선에서 승리했다. 안 전 대표는 지난 23일 대전 카이스트를 방문한 후 기자들과 만나서도 "우리나라가 나아가야 될 올바른 방향에 대해서 (국민들께) 호소 드리고, 이번 총선에서도 열심히 많은 분들을 만나면서 그 마음이 전해지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다만 안 전 대표의 독자 신당이 4월 총선에서 어느 정도 파괴력을 보일지를 두고는 부정적 전망도 만만치 않다. 안 전 대표는 4년 전 20대 총선에서 국민의당을 창당해 정당투표에서 더불어민주당을 제치고 2위를 했다. 또 지난 대선에서는 21% 득표율을 기록했다. 하지만 지난 총선 때 전체 28석 중 23석을 국민의당에 몰아준 호남 여론 지형은 4년 전과 크게 달라졌다. 총선을 한해 앞두고 호남 지지율이 한자릿수까지 떨어졌던 문재인 대통령은 현재 호남에서 70%가 넘는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다. 반면 야당 지지 성향 유권자들은 문재인 정권 심판론을 내건 자유한국당과 새로운보수당의 통합 신당이 출범할 경우 그리로 쏠릴 가능성도 있다.

이 때문에 안 전 대표가 어느 정도 독자 세력화를 모색한 후 호남에 기반을 둔 대안신당·민주평화당 등과 함께 제3 지대 연대에 나서거나 중도·보수 통합을 추진 중인 한국당·새보수당과의 연대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안 전 대표는 지난 20일 귀국 후 첫 지역 일정으로 광주(光州) 5·18 민주묘역을 찾았다. 최근에는 당 호남 중진인 박주선 의원을 만나 바른미래당 비상대책위원회 체제 전환 및 신당 창당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박 의원은 그동안 대안신당·평화당 등이 모두 모이는 중도실용 제3신당을 창당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20대 총선처럼 호남이라는 지역적 기반을 토대로 안 전 대표를 지지하는 중도층을 규합한다는 주장이다. 안 전 대표도 광주를 찾았을 때 대안신당을 포함해 "방향이 맞다면 힘을 구하겠다"고도 했다. 다만 안 전 대표가 바른정당과 통합하는 과정에서 국민의당을 떠난 대안신당과 민주평화당 의원들과 재규합이 가능할지가 관건이다.

안 전 대표가 선을 긋고 있지만 보수 진영과 반(反)문재인 전선 구축에 동참할 가능성도 정치권에서는 주목하고 있다. 안 전 대표는 지난 19일 귀국 기자회견에서 "중도·보수 통합 논의는 관심 없다"면서도 "야권에서 혁신 경쟁을 통해 국민의 선택권을 넓히면 일대일보다 훨씬 (야권의) 합(合)이 더 큰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했다. 야권이 혁신 경쟁을 통해 한국당과 새보수당이 보수층을, 자신은 중도 지지층을 결집해 여소야대(與小野大) 구도를 만들어 정부·여당에 대항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이에 대해 안 전 대표 측 관계자는 "안 전 대표가 현 정권으로는 안 된다는 생각은 분명하다"면서 "그러나 현 정권도 싫지만 한국당에 거부감을 가진 사람이 더 많은 상황이라 보수 통합이 아닌 혁신 경쟁을 통한 야권 재편도 생각할 수 있는 시나리오"라고 했다.

[김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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