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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양낙규 기자]미국과 러시아는 물론 한반도 주변국도 극초음속 미사일 개발에 나서고 있다. 일부 국가는 이미 극초음속 미사일을 실전배치하고 있고 북한은 개발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각국에서 극초음속 미사일개발에 나서고 있는 것은 미사일 방어체계 때문이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인 사드(THAAD), SM-3 지대공미사일 등 미사일 요격미사일이 발달함에 따라 요격시스템을 피해 더 빠른 미사일을 개발하겠다는 의도다. 미국과 일본은 공동으로 마하 15의 SM-3 블록 2A를 개발 중이다. 블록 2A가 나오기 전에는 극초음속 미사일에 대항할 수 있는 요격미사일은 사실상 전무하다.
러시아는 이미 '아반가르드' 극초음속 미사일을 실전 배치했다. 아반가르드 미사일을 운영하는 부대는 러시아 남부 오렌부르크주의 돔바롭스키 지역의 전략미사일군에 소속된 것으로 알려졌다.
중거리탄도미사일(IRBM)의 일종인 아반가르드는 최대 속도가 마하 20(시속 2만4480㎞) 이상이며, 사거리는 6000㎞ 이상으로 알려졌다. 최대 16개의 분리형 독립목표 재돌입 핵탄두(MIRV)를 탑재할 수 있으며, 각 탄두의 위력은 100∼900kt(킬로톤/TNT 1000t에 상당하는 폭발력)에 달한다. 러시아는 이 미사일이 고도 8000~5만m에서 극초음속으로 비행하고 궤도 변칙을 할 수 있어 요격이 불가능하다고 주장한다.
러시아는 또 다른 초음속 미사일인 '킨잘'(단검)을 이미 실전 배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그-31 전투기에 장착될 수 있는 킨잘은 러시아 공군이 실전 배치한 전략무기로, 음속의 10배(시속 1만2240㎞)의 속도로 비행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킨잘은 사거리 2000㎞로, 핵탄두와 재래식탄두의 탑재가 가능하다.
러시아 공중우주군은 2018년 3월 미그-31에서 처음으로 발사 시험에 성공한 데 이어 장거리 폭격기 Tu-22M3에 이 미사일을 탑재해 시험하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아울러 러시아는 마하 9의 극초음속 미사일 '치르콘'(사거리 1000㎞ 이상)도 개발 중이다.
러시아, 전략 미사일군에 '아반가르드' 배치
중국, 핵탄두형 탄도미사일 둥펑-17 선보여
미국, 신형 전략장사정포를 극초음속으로 개조
북한, 우리 군의 방어전략 피하기 위해 속도
중국은 작년 10월 건국 70주년 열병식에서 탄도미사일 둥펑-17을 처음 선보였다. 둥펑-17은 핵탄두형 극초음속 활공체를 탑재, 음속의 10배를 낼 수 있고 비행 중 궤도를 수정할 수 있는 등 상대 방공망을 뚫을 능력이 있다고 소개했다.
중국 극초음속 무기의 개발 주역인 국영기업 중국항천과공집단(CASIC)은 최대 마하 10의 속도로 중국 본토에서 미국 괌 기지를 타격할 수 있어 '괌 킬러'로 불리는 IRBM '둥펑-26'을 개발했다. 2018년 8월 시험한 '싱쿵(星空)-2' 극초음속 활공체는 타격 속도가 마하 6(시속 7344㎞)에 달한다.
미국은 가장 빨리 극초음속 무기체계에 관심을 보였지만 실전배치는 가장 늦은 국가다. 1960년대에는 X-15 실험기를 이용해 사람을 태우고 극초음속으로 비행하는데 성공했고 지난 2011년에는 극초음속비행체(AHW)의 실험을 진행한 바 있다.
하지만 이런 프로그램은 취소됐고 최근 다시 발빠르게 개발에 나섰다. 미 육군은 태평양 전구에 배치된 자체 화력을 증강하기 위해 지상 발사 극초음속 미사일 개발비로 2020년 회계연도에 10억 달러 이상을 책정했다. 또 신형 전략장사정포를 극초음속 탄두용으로 개조하는 계획도 추진하고 있는데 이들 전력이 오는 2023년 실전 배치될 수 있을 것으로 미국 언론은 전망했다.
더불어 미 CNBC 방송은 2018년 8월 록히드마틴이 미 공군으로부터 4억 8000 달러 규모의 극초음속 무기 시제품 개발 사업을 수주했다고 보도했다. 이번 무기 개발은 내년 11월에 끝날 예정이다. 그해 4월에는 극초음속 재래식 타격무기를 만드는 9억2800만 달러(약 1조원) 규모의 사업을 처음 수주한 바 있다. 미국이 4개월 만에 두 건의 극초음속 무기 개발 사업을 발주한 것은 극초음속 무기 개발 선두인 러시아와 중국을 따라잡기 위해서다.
북한도 극초음속 미사일을 개발할 가능성이 있다. 새뮤얼 그리브스 미국 미사일방어청(MDA) 청장은 지난해 4월 상원 군사위원회 전략군 소위원회가 주최한 미사일 방어 관련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북한이 중국과 러시아처럼 극초음속 미사일을 개발할 우려를 제기했다.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지난해 12월 31일 당 전원회의에서 곧 보게 될 것이라고 주장한 새로운 전략무기에 대해 전문가들은 '다탄두 ICBM' 가능성에 무게를 두면서도 극초음속 미사일 개발에 나설 수도 있다고 주장한다.
북한판 패트리엇으로 불리는 최신 지대공유도미사일 'KN-06'(번개 5호)은 러시아 S-300 기술을 토대로 했기 때문에 비행 속도가 마하 7∼8에 이른다. 북한이 마하 7∼8 속도의 미사일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이상 극초음속 단계로 넘어가려는 유혹은 충분하다는 것도 전문가들의 평가다.
극초음속 미사일은 비행속도가 마하 7∼8로 각각 평가되는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인 사드(THAAD)와 SM-3 지대공미사일보다 최대 3배가량 빨라 요격이 불가능하다. 군이 현재 보유한 패트리엇으로도 요격할 수 없다. 군이 미국에서 도입 중인 최신형 PAC-3 MSE(Missile Segment Enhancement) 요격탄의 속도는 마하 4∼5가량이다.
양낙규 기자 if@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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