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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양낙규 기자]미국은 인도ㆍ태평양 전략을 위해 한국을 택할 것인가, 일본을 택할 것인가. 최근 미국이 군사적으로 한국보다는 일본과의 관계를 중요시 여기고 있는 모양새다. 한미동맹을 놓고 중국과 북한의 반발이 심해지면서 오히려 미국은 올해부터 일본과의 군사적 밀월관계를 지속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미국과 일본은 지난 17일 미일 안보조약 60주년을 맞았다. 미일 안전보장조약은 양국의 군사 동맹을 규정하고 있다. 미일은 2차 대전 이후 1951년 9월 이 조약을 체결한 뒤 1960년 1월 새로 개정했다. 이에 따라 일본이 공격받을 경우 미국이 방어하는 대신 일본에 미군을 주둔시키기로 했다.
양국은 이 자리에서 '동맹 강화를 위한 흔들리지 않는 약속'을 강조했다. 양국은 "조약 체결 60주년을 축하하며 2차 세계 대전 종전 이후 지난 75년간 양국 간 친선과 신뢰를 돌아본다"면서 "전임자들의 지혜와 용기, 비전에 경의를 표한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거들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ㆍ일 안보조약 개정 60주년을 앞두고 낸 성명에서 축하 인사를 전함과 동시에 '일본의 기여 증대를 확신한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혔다. 그는 "지난 60년간 (미ㆍ일) 두 위대한 국가 사이의 바위처럼 단단한 동맹은 미국과 일본, 인도ㆍ태평양 지역, 전 세계의 평화와 안보, 번영에 필수적이었다"고 높이 평가했다. 이어 "안보 환경이 계속 변화하고 새로운 도전이 생기면서 우리의 동맹이 더 강력해지고 심화하는 것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이 일본과의 동맹에 적극적인 이유는 일본의 친미행보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첫번째 친미행보는 방위비분담금이다. 미국 국방부에 따르면 2018년 9월 기준 주일 미군은 약 5만 4000명이다. 2019년도 일본 예산에서 주일 미군 주둔에 대한 총 경비는 3888억 엔이다.
미ㆍ일 양국의 주일미군 방위비 분담금 특별협정은 내년 3월 만료될 예정이다. 주일미군 주둔 비용 중 일본 쪽 분담금은 2016년부터 내년까지 5년간 9465억엔(약 10조 3000억원)에 이른다. 이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 두 나라가 체결한 협정에 따른 것으로, 2021년 3월 말 협정 기간이 만료된다. 새로운 협정을 위한 양쪽의 협상은 내년부터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외교전문매체 포린폴리시(FP)는 미 정부가 일본에 현재의 20억달러(약 2조3340억원)에 이르는 방위비를 약 400% 인상한 80억달러(약 9조3360억원)로 증액할 것을 요구했다고 전했다. 일본 내부에서는 협상이 진행되기도 전에 주일미군의 필요성에 대한 여론이 흘러나오고 있어 미국의 요구에 어느정도 수긍할 것이란 평가도 나오고 있다.
40% 늘어난 미·일 연합훈련…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과 맞아 떨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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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압박도 만만치 않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ㆍ일 안보조약 개정 60주년을 앞두고 '상호 안보에 대한 일본의 기여'를 강조했다. 한마디로 일본이 내는 주일미군 방위비 분담금을 지금보다 훨씬 더 늘려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두번째 친미행보는 무기 구매다. 국방기술품질원이 발간한 '2019 세계 방산시장 연감'에 따르면 미국은 2009년부터 2018년까지 총 931억달러(약 109조2,900억여원)어치의 무기를 다른 나라에 팔았다. 일본은 36억4000만달러로 8위를 차지했다. 한국(62억7900만달러ㆍ약 7조 3746억원)보다 액수는 적지만 최근 일본의 미국무기 구매액은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5월 일본을 방문하면서 적극적인 '무기 세일즈' 행보를 보이기도 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의 공동 기자회견에서 "일본이 미국으로부터 105대의 F-35 스텔스 전투기를 구입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무기를 제조하고 있다"며 "2018년 일본은 동맹국 중 미국에서 가장 많은 방위 장비를 구입한 국가 중 하나"라고 밝혔다. 일본 정부는 앞서 주력 전투기인 F-15의 후속 기종으로 105대의 F-35 전투기를 구매한다는 계획을 세웠는데, 트럼프 대통령이 이러한 일본의 계획을 재차 확인한 것이다.
세번째 친미행보는 미일연합훈련이다. 일본 방위백서에 따르면 일본 자위대는 미군과 최근 1년간 총 38회(연장일수 406일)의 연합훈련을 진행했다. 2016년 훈련 횟수 26회(연장 일수 286일)와 비교하면 40% 이상 증가한 셈이다. 2018년 이후 미일간 닥독훈련도 진행됐다.
대표적인 훈련이 '킨 소드(Keen Sword)'로 명명된 실기동훈련이다. 이 훈련은 1985년부터 시작돼 매년 실기동과 지휘소 연습을 번갈아 가며 진행해왔다. 한미훈련인 을지프리덤가디언(UFG) 훈련과 비슷하다. 2018년에는 최대 규모로 진행됐다. 당시 일본 자위대원은 4만7000명, 함정 20척, 항공기 170기가, 미 측은 병력 1만 명과 항공모함인 로널드 레이건함을 비롯한 다수의 함정과 항공기를 파견함으로써 최대 규모로 진행했다.
2018년부터는 북한의 탄도미사일 위협에 대비한 미일 연합훈련도 진행됐다. 공동 통합방공훈련이다. 이 훈련에 일본 측은 통합막료감부(통막), 육상자위대(육자대) 서부방면대, 해상자위대(해자대) 함대사령부, 항공자위대(항자대) 총대사령부 등이, 미국측은 요코스카 7함대사령부 등이 참가했다. 통제관은 일 통막 운용부장(중장)과 미 7함대사령관(중장)으로 편성했다.
지난해 12월에는 미군과 일본 자위대의 정례 연합 훈련인 '미일 공동방면대 지휘소 연습'(일명 '야마 사쿠라')도 열렸다. 야마 사쿠라는 1982년 시작됐으며 육상자위대와 미 육군의 연합훈련으로 적이 일본 본토를 상륙하는 경우를 가정하고 도심에서 벌어지는 게릴라전이나 테러 등에 대응하는 훈련이다.
육상자위대에 따르면 이번 훈련에 자위대는 육상막료감부, 육상총대, 동부방면대, 서부방면대, 교육훈련연구본부, 통합막료감부, 해상자위대, 항공자위대 등 약 5000명이, 미국 측에서는 태평양육군사령부와 주일미육군사령부, 제1군단, 제40보명사단, 제3해병기동전개부대 등 약 1600명이 참가한다.
올해 초에는 미일 해군이 동중국해에서 연합훈련을 실시했다. 동중국해는 미ㆍ중의 패권이 부딪치고, 중국과 일본이 영유권 다툼을 벌이는 센카쿠 열도도 위치한 곳이다. 민감한 지역에서 미일 공조가 극대화 됐다는 점을 과시한 셈이다. 이 훈련에는 미 해군의 최신형 강습상륙함인 아메리카함(LHA-6)과 핵추진 항공모함 해리 트루먼함(CVN-75)과 상륙지휘함인 블루릿지함(LCC-19)이 참가했다.
정부 관계자는 "미일 연합훈련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것은 주변국과의 불안정한 안보도 요인이 될 수 있지만 미국이 새로운 인도ㆍ태평양 전략에 따라 한국보다는 일본과의 동맹을 더욱 강화하고자 하는 의도도 있다"고 말했다.
양낙규 기자 if@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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