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전 국무총리가 23일 오전 서울 용산역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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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 대표는 수도권 험지(險地)에 출마하겠다고 밝혔지만 아직 구체적인 출마지를 밝히지는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 전 총리가 황 대표와 맞대결을 원한다는 뜻을 밝히고 나온 것은 총선 기선잡기 차원이란 해석이 나온다. 한국당 관계자는 "황 대표가 종로 출마를 선뜻 결단하지 못하고 있다고 보고 샅바를 세게 당겨보는 것 같다"고 했다. 점잖아 보이지만 공격적 도발이란 것이다.
여당이 황 대표 출마 문제를 둘러싼 공세의 고삐를 죄기 시작하면서 한국당 안에서는 "황 대표도 결단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는 말이 나왔다. 황 대표는 작년 말 서울 광화문광장 군중 집회에서 수도권 험지 출마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최근에는 비례대표 출마 가능성도 열어둔 듯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그는 최근 한 언론 인터뷰에서 비례대표도 선택지에 포함되느냐는 질문에 "선택할 수 없는 건 없다" "아직 결정할 시간이 남아있다"고 답해 여지를 남겼다. 전날 신년 기자회견에서도 비례 출마 가능성을 묻는 말에 "지금 한 (비례) 15번쯤 얘기하는 거 같은데, 우리 당에 가장 도움이 되는 방법으로 출마 방향을 정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황 대표의 이런 태도를 두고 한국당 안에서는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려는 것 같다"는 해석이 있다. 보수 통합 등 총선 판짜기가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민주당의 종로 끌어내기 전략에 말려들 필요가 없다고 보고 출마지에 대해 의도적으로 모호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대중 앞에서 본인 입으로 '수도권 험지 출마' 의사를 밝혔던 황 대표가 뒤늦게 비례대표 출마 가능성을 열어둔 듯한 태도를 보이는 것은 패착이 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한국당의 한 중진 의원은 "이 전 총리가 황 대표의 종로 출마를 압박하고 나온 것도 '자신 있으면 나와 붙고, 그렇지 않으면 비례로 가라'는 메시지를 부각시키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한국당은 준(準)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에 맞서 의석수 확보를 극대화하기 위해 비례 전문 위성정당 창당을 추진하고 있다. '미래한국당'이라는 이름의 정당 창당준비위도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한 상태다. 만약 황 대표가 비례대표 출마를 결심한다면 한국당이나 통합 보수 신당이 아닌 미래한국당으로 옮겨가 총선을 치러야 한다. 이럴 경우 황 대표가 법적으로 다른 정당인 한국당이나 통합 보수 신당 선거 운동을 지휘하거나 지원 유세를 하기 어렵다.
한국당 관계자는 "비례대표 출마 명분으로 지역구 선거에 발이 묶일 경우 전체 선거전 지휘가 어려워진다는 논리를 내걸텐데 한국당이나 통합 신당 선거 운동을 할 수 없다면 모순 아니냐"며 "황 대표가 비례대표로 나갈 경우 전·현직 당 지도부급 인사 등에게 험지 출마를 요구할 명분도 약해질 것"이라고 했다. 이런 점들 때문에 한국당 안에서는 섣불리 종로 출마를 기정사실화해 민주당 전략에 말려들 필요가 없다는 주장과, 총선은 물론 대선까지 내다보고 종로에서 이 전 총리와 정면 승부를 해야 한다는 견해 사이에서 당분간 갑론을박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김보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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