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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전 불사한 신영철 감독…우리카드 7연승 선두 질주의 중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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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 세터 출신의 지략가…대표팀 차출 기간 대비 꼼꼼한 준비

외국인 선수 펠리페 기량 끌어올리려 아슬아슬한 심리전까지

연합뉴스

엄지 치켜드는 신영철 감독
(서울=연합뉴스) 19일 서울 중구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19-2020 V-리그 우리카드와 OK저축은행과의 경기에서 신영철 감독이 엄지를 치켜들고 있다. 2020.1.19 [우리카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남자프로배구 우리카드는 올 시즌을 앞두고 하위권 팀으로 분류됐다.

지난 시즌 창단 첫 포스트시즌 진출을 이끈 특급 외국인 선수 리버만 아가메즈가 디스크 파열로 낙마했기 때문이다.

우리카드는 부랴부랴 새 외국인 선수로 제이크 랭글로이스를 영입했지만, 이 역시 여의치 않았다. 눈앞에서 본 랭글로이스의 기량은 기대 이하였다.

우리카드는 다시 외국인 선수를 찾았다. 결국 트라이아웃에서 모든 구단으로부터 외면받았던 브라질 출신 펠리페 안톤 반데로(등록명 펠리페)를 새 외국인 선수로 영입했다.

개막 전 외국인 선수 두 차례 교체라는 최악의 악재 속에서 우리카드는 2019-2020시즌을 시작했다.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우리카드의 기세는 대단했다. 리그 초반부터 차곡차곡 승점을 쌓았고, 2라운드까지 9승 3패 승점 24로 단독 1위 자리를 꿰찼다.

리그 초반 우리카드의 상승세는 국내 선수들이 이끌었다.

펠리페가 팀 내에 제대로 녹아들지 못했지만, 간판 레프트 나경복이 제 몫을 다했다.

아울러 프로 2년 차 황경민과 프로 3년 차 한성정이 나경복과 '토종 삼각편대'를 이루며 강력한 시너지 효과를 발휘했다.

지난달 나경복과 리베로 이상욱을 대표팀에 보낸 뒤엔 더욱 강한 면모를 보였다.

우리카드는 지난달 19일 대한항공전부터 연승 행진을 시작해 이달 22일 KB손해보험전까지 창단 후 최다인 7연승을 기록했다.

2위 대한항공과 승점 차는 8로 늘리며 창단 후 첫 정규리그 우승의 꿈에 다가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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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전 지시하는 우리카드 신영철 감독
22일 경기도 의정부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배구 KB손해보험-우리카드 경기. 우리카드 신영철 감독이 선수들에게 작전을 지시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질주의 중심엔 선수 시절 '컴퓨터 세터'라는 별명을 얻었던 신영철 감독이 있다.

신 감독은 올 시즌 개막을 앞두고 꼼꼼하게 큰 그림을 그렸다.

신 감독은 '대표팀 활동기간'이 시즌 승부처가 될 수 있다고 판단해 이를 대비했다.

나경복의 빈 자리를 메우기 위해 팀 내 세 번째 공격수인 한성정에게 끊임없이 자극을 주며 그의 성장을 도왔다.

아울러 이상욱의 빈 자리를 대비해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에서 파격적인 선택을 했다. 고교 재학 중인 리베로 장지원을 뽑았다.

신 감독의 선택은 옳았다. 한성정과 장지원은 대표팀 활동 기간 전력의 빈 곳을 말끔하게 메웠다.

중심선수가 빠지자 휘청거리는 다른 팀들과는 전혀 달랐다.

한성정은 4일 대한항공과 원정경기에서 주 공격수로 나서 데뷔 후 개인 최다 타이인 19점을 기록했다. 장지원도 어린 나이에 큰 흔들림 없이 제 몫을 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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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연승' 포효하는 펠리페
22일 경기도 의정부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배구 KB손해보험-우리카드 경기. 우리카드 펠리페가 7연승을 달성하는 스파이크를 성공시킨 후 포효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여기에 펠리페가 살아나며 우리카드에 날개를 달았다.

사실 펠리페는 시즌 초반 기량이 떨어져 퇴출 후보로 꼽혔다. 오른쪽 종아리 부상 후엔 태업 논란이 일기도 했다.

그러나 신 감독은 펠리페를 포기하지 않았다. 아슬아슬한 심리전을 펼치며 그를 끌어냈다.

신영철 감독은 지난해 11월 펠리페가 훈련에서 온 힘을 기울이지 않자 그를 숙소에 혼자 남겨 둔 채 경기를 치르기도 했다.

반면 펠리페가 달라진 모습을 보이면 확실하게 당근을 줬다. 칭찬이 인색하기로 유명한 신 감독의 입에서 극찬이 여러 차례 나왔다.

신난 펠리페는 신 감독의 말을 따르기 시작했다. 신 감독이 주문한 타점 높이를 원활하게 수정했고, 어깨에 잔뜩 들어간 힘도 많이 뺐다.

펠리페가 펄펄 날자 우리카드는 거침없이 질주했다. 시즌 전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히던 현대캐피탈, 대한항공과 경쟁에서도 몇 발자국 앞서 있는 분위기다.

신영철 감독은 현재 팀 상황에 흡족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경계는 늦추지 않고 있다.

신 감독은 "시즌 전엔 모두 우리 팀을 하위권으로 예상했지만, 난 선수들을 믿었다"라며 "아직 채워야 할 점이 여러 개 있는데, 이를 보완하면 남은 시즌 재밌는 경기를 펼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cycl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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