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불시착'서 北 군인이 南 여성에 옥수수 국수 끓여주는 것, 격세지감"
민주당 일각선 총선 불출마 거두고 출마 관측도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21일 더불어민주당 정강·정책 방송 연설자로 나섰다. 임 전 실장은 연설에서 "북핵 리스크는 대한민국 미래를 위해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라며 "미래 세대에게 분단의 과거 대신 평화의 미래를 넘겨주자"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신년사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답방 등을 제안한 데 대해선 "야구로 말하면 묵직한 직구"라고 했다. 현재 케이블 방송 tvN에서 방영 중인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에서 북쪽 군인이 불시착한 한국 여성에게 옥수수 국수를 끓여주는 장면을 보았다며 "이념보다 사람을 생각하는 것은 인지상정, 휴머니즘의 문제"라고 했다.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 /조선일보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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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 전 실장은 이날 오후 MBC에서 방송된 연설에서 "한반도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려는 우리 정부의 노력은 잠시 멈춰 서 있다. 누군가는 다시 2017년 이전으로 돌아갔다고 주장하지만 과거와 분명히 다르다"며 "브룩스 전 한미연합사령관은 '지금은 2017년과 달리 양자간 대화 채널이 작동하고 있다'고 설명했다"고 말했다.
그는 "새해 들어 문 대통령은 지난 한 해 더 큰 진전을 이루지 못한 아쉬움을 토로하며 남북이 함께 할 담대한 구상을 제안했다"며 "이런 제안은 야구로 말하면 묵직한 직구다. 문 대통령이 신년사에서 밝힌 방안은 수사가 아니라 전략이고 철학"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신년사에서 △2032년 올림픽 공동 개최와 도쿄올림픽 공동 입장 및 단일팀 구성 △남북 철도·도로 연결 사업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사업 재개를 제안하고 김정은의 답방을 요청했다.
임 전 실장은 "철도와 도로를 연결하는 일은 우리가 판단할 수 있고 결정할 수 있는 일"라며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철도를 연결하는데 규제물자가 들어간다고 걱정하면 작은 못 하나도 못 보낼 수도 있다. 그러나 철도를 타고 새로운 기술, 문화, 생각이 연결된다고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임 전 실장은 "문재인 정부의 평화 프로세스와 민주당의 평화 정책에 힘을 실어주길 바란다"고 했다.
임 전 실장은 "요즘 오랜만에 가족과 함께 시간을 많이 보내고 있다"면서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을 보게 됐다고 말했다. 이 드라마는 패러글라이딩 사고로 북한에 불시착한 재벌 상속녀 윤세리(손예진)와, 그녀를 숨기고 지키다 사랑에 빠지는 북한 장교 리정혁(현빈)의 로맨스를 다룬 내용이다. 임 전 실장은 "북쪽 군인이 불시착한 한국 여성에게 첫 끼니로 옥수수 국수를 끓어주는 장면이 나온다. 격세지감"이라며 "이념보다 사람을 생각하는 것은 그러한 인지상정, 휴머니즘의 문제"라고 말했다.
임 전 실장은 작년 11월 "처음 정치를 시작할 때 마음 먹은 대로 제도권 정치를 떠나 원래의 자리로 돌아가려 한다"며 4·15 총선에 불출마하겠다고 밝혔다. 당시 그는 이후 계획에 대해 "앞으로의 시간은 다시 통일 운동에 매진하고 싶다"고 했다. 임 전 실장은 불출마 선언 후 첫 공개 활동인 이날 연설에서 "총선에 나가지 않겠다고 결심한 이후에는 산에도 많이 다니고 요리도 하고, 또 한반도의 평화와 새로운 미래에 대해 공부하고 생각하는 시간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총선 불출마는 저희가 준비하지 못한 미래의 시간에 대한 고민도 컸다"며 "논쟁 끝에 얻은 소중한 깨달음은 미래 세대가 스스로 새로운 미래를 그릴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라고 했다.
정치권에서는 임 전 실장이 불출마를 선언했지만, 결국 총선에 나서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나온다. 문 대통령 비서실장을 하며 체급이 커진 임 전 실장이 총선에서 역할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민주당 안에서 여전하다는 것이다. 이날 연설도 당내 인사들이 요청해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에서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지역구인 서울 광진을에서 임 전 실장을 포함해 가상 대결 여론조사를 실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곳에선 1년 전부터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자유한국당 후보로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 또 임 전 실장이 현재 살고 있는 서울 종로, 과거 지역구였던 서울 중·성동을과 고향(전남 장흥)을 감안해 전남 고흥·보성·장흥·강진도 거론된다.
[손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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