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전과 달리 진보층은 文대통령으로 뭉쳐… 安, 중도보다 보수서 지지
독자노선 때는 중도·보수층 표 갈라져 與에 유리... 보수 야권선, 安의 반문연대 참여 희망
安, 독자세력화 통해 여론 지지 본 뒤 최종 선택할 듯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19일 오후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한다. 재작년 6월 서울시장 선거에서 패배한 후 1년반만에 정계에 복귀하는 것이다. 정치권에서는 4·15 총선을 석 달 남겨둔 안 전 대표의 향후 움직임을 크게 네갈래로 관측하고 있다. 중도 성향의 독자 신당을 창당하거나 호남을 기반으로 한 제3지대 신당에 동참하는 것, 또는 보수통합에 합류할 수 있다. 독자 정당을 창당한 뒤 보수통합에는 참여하지 않고 별도의 반문(反文)연대를 내걸고 세력 확장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안 전 대표가 국민의당을 이끌고 돌풍을 일으킨 4년 전 20대 총선 때와 지금은 정치 지형이 크게 달라졌다. 진보 성향 유권자들은 문재인 대통령을 중심으로 결집해 있다. 문 대통령은 20대 총선 한해 전인 2015년 호남 지역 지지율이 한자릿수까지 떨어졌지만, 지금은 70%가 넘는 지지율을 보이고 있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안 전 대표가 진보·중도 성향, 호남 지역 유권자 표를 4년 전처럼 획득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반면 보수 정당은 분열돼 있고, 이들 진영에선 안 전 대표의 중도·보수 대통합 동참을 기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안 전 대표가 독자 노선을 걸을 경우 민주당 지지층보다는 중도·보수층 표를 일부 흡수해 총선에서 '문재인 심판론'을 내건 보수 야권에 불리한 구도가 만들어질 수 있다. 반면 안 전 대표가 중도·보수 통합에 동참하거나, 선거전 막판 반문 선거연대에 나설 경우 여권에 타격을 줄 수도 있다. 하지만 안 전 대표가 귀국을 앞두고 좌우 기성 정치권 타파 의지를 강하게 내비쳤다는 점에서 정치권에서는 그가 끝까지 독자 노선을 고수할 가능성도 적잖다고 보고 있다.
안철수 전 의원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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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마크롱 모델'로 중도 독자신당 창당 가능성?
정치 전문가들은 안 전 대표가 귀국 후 독자신당 창당에 나설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안 전 대표는 오는 22일 신간 출간을 앞두고 독자들에게 공개한 메시지에서 "(해외 생활에서) 국회의원 한 명 없던 마크롱을 대통령으로 뽑은 프랑스에서 국민들의 힘을 목격할 수 있었다"며 "프랑스 국민은 새로운 미래를 고민했고 마크롱이 주축이 된 실용적 중도정당을 선택했다"고 했다. 사회당과 공화당이 정치를 주도해온 프랑스에서 에마뉘엘 마크롱은 중도 노선을 기치로 내걸고 국회의원 한명 없이 대통령에 당선됐고, 2017년 총선에서도 하원 의석 과반을 차지했다.
그러나 안 전 대표는 이미 중도 성향의 국민의당과 바른미래당을 만들었다가 실패한 경험이 있다.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중도층도 현재 안 전 대표에 대해 그리 높은 지지를 보내지는 않고 있다. 한국갤럽이 지난 14~16일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지난 17일 발표한 여론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에 따르면, 차기 대선 주자 선호도 조사에서 안 전 대표는 이낙연 전 국무총리(24%)와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9%)에 이어 4% 지지율로 3위를 기록했다. 그런데 자신의 정치 성향을 중도라고 답한 응답자 중 안 전 대표를 지지한다는 응답은 4%로 황 대표(4%)와 같았다.
자료 : 한국갤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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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결과는 안 전 대표가 국민의당을 창당하기 직전인 2016년 1월 15일 발표된 여론조사 결과와 차이가 있다. 당시 차기 대선 주자 선호도 여론조사에서 안 전 대표 지지율은 13%였다. 정치 성향을 중도라고 한 응답자 중 16%가 안 전 대표를 지지했다. 또 4년 전 차기 대선후보 여론조사 당시 안 전 대표에 대한 진보층 지지율은 20%였다(자세한 여론조사 개요 및 결과는 한국갤럽이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
4년 전 중도와 진보층 지지율이 상대적으로 높았던 안 전 대표가 이끄는 국민의당이 20대 총선에서 호남과 중도·진보층 표를 일부 흡수하면서 수도권 일부 지역구에서 새누리당(자유한국당의 전신) 후보가 당선되기도 했다. 전통적인 현 여권 강세 지역인 서울 관악을에서 당시 새누리당 후보였던 오신환 새보수당 의원이 더불어민주당 정태호 후보를 861표(0.7%) 차이로 이겼다. 그런데 오 의원 승리는 당시 국민의당 이행자 후보가 2만8801표를 얻은 덕분에 가능했다는 분석이 많았다. 그러나 4년 전보다 중도·진보층 지지율이 상대적으로 낮아진 안 전 대표가 독자정당을 이끌고 21대 총선에 나설 경우 한국당에 불리한 결과가 나올 것이란 관측이 많다.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가 지난 10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 및 확대간부회의에서 참석자들과 인사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벽에 안철수 전 의원과 함께한 사진이 걸려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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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국민의당 시즌2' 가능성?… 낮아진 호남 지지가 걸림돌
안 전 대표는 19일 오후 귀국해 20일 국립 서울현충원을 참배한 뒤 곧바로 광주로 내려가 5·18민주묘지를 참배한다. 안 전 대표가 귀국 후 첫 지방 공식일정으로 광주를 찾는 것을 두고 정치권에서는 안 전 대표가 오는 4월 총선에서도 4년 전 20대 총선 때 호남에서 일었던 국민의당 돌풍을 기대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안 전 대표는 지난 2016년 국민의당을 창당할 때도 첫 공식 방문지를 광주로 택했다. 국민의당은 20대 총선에서 호남 지역 28개 의석 중 23석을 얻었다.
이런 차원에서 안 전 대표가 호남 지역 비(非)민주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추진되고 있는 제3지대 신당 창당에 동참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안 전 대표가 구심점이 돼 바른미래당 호남계 의원과 대안신당, 민주평화당을 다시 통합해 신당을 만든다는 이른바 '국민의당 시즌2' 시나리오다. 안 전 대표는 현재 바른미래당 당적(黨籍)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일부 호남 지역 의원들은 이런 시나리오가 현실화할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안 전 대표에 대한 호남 지지율은 4년 전보다 크게 낮아진 상태다. 한국갤럽에 따르면 2016년 1월 15일 발표된 여론조사에서 안 전 대표에 대한 호남 지지율은 22%였다. 그러나 지금 호남에서 안 전 대표에 대한 지지율은 1%로, 황교안 대표(2%)보다도 낮다. 또 최근 더불어민주당으로 복귀한 이낙연 전 국무총리라는 호남 출신의 여당 유력 차기 대선주자가 떠올랐다. 안 전 대표가 호남 유권자들의 지지를 끌어올리는 데 이 전 총리란 장애물이 놓여있는 셈이다.
대안신당 등 일부 호남 정치인들이 안 전 대표를 중심으로 한 '국민의당 시즌2' 사나리오 가능성을 낮게 보는 것도 이 때문이다. 대안신당 최경환(광주 북구을) 대표는 지난 15일 광주시의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안 전 대표와 파트너로 함께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지금 안 전 대표의 정치적 지향이 무엇인지 분명하지 않다"며 "호남 유권자들은 안 전 대표에 대한 신뢰가 많이 떨어져 있는 상태"라고 했다. 대안신당 관계자는 "호남 유권자들은 지난 총선에서 지지를 보냈던 국민의당을 분당에 이르게 한 것, 지난 대선 당시 햇볕정책에 대한 태도를 이유로 안 전 대표에 대한 지지가 낮아진 상태"라고 했다.
자료 : 한국갤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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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중도·보수 통합 참여 가능성?⋯ 安 본인은 일단 선 그어
안 전 대표가 선택 가능한 길 중에는 현재 보수 야권(野圈)에서 추진 중인 중도·보수 대통합에 참여하는 것이다. 박형준 혁신통합추진위원회(통추위) 위원장은 지난 17일 "(보수통합 논의에) 안 전 대표가 같이 가면 좋겠다"며 "안 전 대표가 언론에 쓴 기고문을 봐도 추구하는 방향이 지금 우리가 추구하는 것과 전혀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최근 여론조사 결과를 봐도 중도층보다 보수층에서 안 전 대표를 더 지지하고 있다. 한국갤럽이 지난 17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정치 성향을 중도층이라고 답한 응답자 중 안 전 대표를 차기 대선주자로 지지한다는 응답은 4%. 그러나 보수 성향 응답자 사이에선 지지율이 8%가 나왔다. 보수 성향 유권자들은 야권 대선 후보 중 한국당 황교안 대표(22%) 다음으로 안 전 대표를 선호하고 있었다.
다만 안 전 대표는 보수 통합 참여 가능성에 선을 긋고 있다. 그는 지난 14일 한국당과 새로운보수당이 중심이 된 보수 통합 논의와 관련해 "정치공학적 통합 논의에 참여할 생각이 없다"고 했다. 귀국을 앞두고도 중도 노선을 강조하고 있는 그가 보수 통합에 참여하는 것은 정치적 명분이 부족하다는 분석도 있다.
혁신통합추진위원회 박형준 위원장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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④ 독자노선 걷다 막판 反文연대 합류 가능성?
정치권 일각에서는 안 전 대표가 귀국 후 바른미래당을 재편하거나 신당을 창당한 뒤 보수 통합에 참여하지는 않되 총선 선거전 막판 한국당(또는 통합 보수신당)과 반문연대를 구성하는 데 전격 합류할 가능성을 점치는 시각도 있다. 이는 지난 2012년 18대 총선 때 당시 야권(野圈)이 '반(反)MB(이명박)'을 내걸고 선거연대를 시도했던 모델과 유사한 그림이다. 당시 이 전 대통령 취임 2개월만에 치러진 총선을 앞두고 5개 정당으로 쪼개져 있던 당시 야권은 패색이 짙었다. 이에 결국 당시 야권은 민주통합당(민주당 전신)과 통합진보당 등 2개 정당으로 재편됐고, 두 정당은 총선 한달 전 246개 전 지역구에 대한 후보 단일화에 합의했다. 반대로 이번 총선에서는 한국당과 새보수당으로 갈라진 보수 야권과, 안 전 대표 세력이 '문재인 정권 폭주 저지'를 내걸고 통합까지는 아니더라도 선거 연대·연합을 시도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보수 통합을 추진하는 한국당과 새보수당 진영에서도 안 전 대표의 통합 참여가 어렵다면 선거연대라도 끝까지 포기해선 안 된다는 기류가 적잖다. 한국당의 한 의원은 "반문재인 야권 세력이 4월 총선에서 1당, 나아가 과반 의석을 이뤄내 문재인 정권에 대한 견제 메시지를 확실히 전하기 위해서는 과거 중도층 지지를 얻었던 안 전 대표가 어떤 형태로든 반문 대열에 함께 서줘야 한다"고 했다. 지난 대선 때 한국당 홍준표(24%) 후보와 국민의당 안철수(21%) 후보, 바른정당 유승민(6.8%) 후보 득표율 합은 52%다. 한 야권 인사는 "문재인 정권 심판론은 보수 성향 유권자 외에 중도층까지 견인해낼 때 성공할 수 있다"며 "이는 황교안·유승민은 반드시 통합하고 여기에 더해 안철수와 연대를 이뤄내야 가능하다"고 했다.
실제로 최근 여론조사에서 민주당도 한국당도 지지하지 않는 무당층(無黨層)은 늘고 있다. 한국갤럽 조사에 따르면, 무당층이 지난달 초에는 21%였으나, 지난 17일 발표된 여론조사에선 27%로 늘었다. 리얼미터가 지난 16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선 문재인 대통령 국정수행에 대한 긍정평가는 45.1%, 부정평가는 51.2%를 기록했다.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지난 8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검찰 고위 간부 인사를 하며 윤석열 검찰총장의 측근들을 좌천시켰고, 지난 14일에는 문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게 '마음의 빚'을 졌다는 발언을 했다"며 "이후 지지율 추이가 '조국 사태' 때와 유사하다"고 했다.
반면 이런 여론 흐름은 안 전 대표가 끝까지 독자 노선을 걷는 선택을 하는 근거로 작용할 공산도 있다. 정권 심판론이 적지 않다고 보고 차기 대선까지 내다보고 이번 총선에서 보수 야권과 경쟁을 통한 자기 세력 확보에 나설 것이란 시각이다. 김 교수도 "안 전 대표가 한국을 떠났던 1년 4개월 전과 비교해 당시는 개혁·도덕의 가치를 현 정권이 갖고 있었지만, 각종 의혹이 터져나오면서 그 가치가 무너졌다"며 "그 결과 중도층이 현 정권에서 등을 돌리고, 여도 야도 싫다는 움직임이 생기고 있다. 그래서 안 전 대표가 활동할 공간이 넓어졌다"고 했다.
한 정치 전문가는 "안 전 대표가 귀국 후 일단 독자세력화를 도모하면서 한달 정도 총선 승산을 따져볼 것"이라며 "그 결과 독자 노선으로 승산이 있다고 판단하면 중도·수도권·호남층을 중심으로 총선에서 마이웨이를 할 가능성이 현재로선 커 보인다"고 했다. 그는 "다만 반문 성향 유권자들이 일단 문재인 정권 견제에 우선 순위를 둘 경우 안 전 대표가 전격적인 야권 선거연합을 검토하거나, 안 전 대표 세력 일부가 떨어져 나와 야권 통합·연합파에 가세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손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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