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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8 (수)

이슈 KT 특혜 채용 의혹

'딸 채용특혜'에도 김성태는 왜 무죄 받았나... KT 사장 진술 뒤집은 일식집 카드 내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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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태 1심 ‘무죄’ 가른 건 ‘일식집 카드 내역서’
서유열 前 KT 사장 "2011년 일식집 만났다" 주장
김 의원 측, 카드 결제 자료 제시하며 "2009년에 식사"
法, "서유열 진술 믿기 어려워…뇌물수수 혐의 입증 안돼"

딸의 KT 부정 채용 청탁 혐의를 받는 자유한국당 김성태(62) 의원이 17일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데는 검찰 측 핵심 증인인 서유열 전 KT 홈고객부문 사장의 진술과는 다른 ‘일식집 카드결제 내역서’가 결정적 역할을 했다.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3부(재판장 신혁재)는 17일 김 의원의 뇌물수수 혐의, 이석채(75) 전 KT 회장의 뇌물공여 혐의에 관한 1심 선고 공판에서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이번 판결은 2018년 12월 처음 의혹이 불거진 뒤 1년 1개월 만에 내려진 법원의 첫 판단이다.

조선일보

KT에 딸 채용을 청탁(뇌물수수)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이 17일 오전 1심 선고 공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뒤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법을 나서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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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의원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이던 2012년 국정감사 기간에 이 전 회장의 국감 증인 채택을 무마해주는 대가로 딸의 정규직 채용을 청탁한 혐의로 지난해 7월 재판에 넘겨졌다.

김 의원의 딸은 2011년 파견 계약직으로 KT 스포츠단에 입사해 일하다 2012년 KT 신입사원 공개 채용에서 최종 합격해 정규직이 됐다. 검찰은 김 의원의 딸이 부정하게 정규직으로 채용됐고, 이러한 부정 채용을 이 전 회장이 지시해 ‘정규직 채용 형태 뇌물’을 지급했다고 봤다.

◇‘일식집 만남’은 2011년 아니라, 2009년…"서유열 진술 신빙성 없다"
재판부의 이번 판단은 서유열 전 사장의 ‘일식집 만남’ 진술의 신빙성에 따라 갈렸다. 서 전 사장은 "2011년 서울 여의도 일식집에서 김 의원과 이 전 회장이 만났고, 김 의원이 이 자리에서 딸 정규직 전환을 부탁하는 이야기가 나왔다"고 주장해 왔다. 반면 김 의원은 2011년에는 이 전 회장과 만난 적 없고, 2009년에 일식집에서 만나 밥을 먹은 적이 있다고 맞섰다.

서 전 사장은 그동안 "이 전 회장과 김 의원이 2011년 5월 14일 여의도 한 일식집에서 만나 김 의원 딸을 채용하는 대가로 이 전 회장의 국감 출석을 빼주기로 거래했다"는 입장이었다. 이 전 회장이 김 의원 딸을 정규직으로 채용하도록 지시했고, KT 경영지원실장 등에게 정규직 채용 여부를 알아보라고 했다는 것이다. 그는 재판 과정에서 "딸의 이력서가 담긴 ‘흰색 각 봉투’" "김 의원이 저녁식사 자리에서 이 전 회장을 ‘장관님’이라고 불렀다" 등 구체적인 내용을 증언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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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부정채용에 연루된 의혹을 받는 서유열 전 KT홈고객부문 사장이 지난해 3월 27일 오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받기 위해 서울남부지법으로 들어가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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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김 의원 측이 재판에서 서 전 사장이 일식집에서 결제한 KT 법인카드 내역서를 증거로 내놓으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내역서를 보면 서 전 사장은 일식집에서 2009년 5월 14일 식사 비용을 지불했다. 서 전 사장이 저녁 식사가 있었다고 주장하는 시점인 2011년에는 이 일식집에서 결제된 내역이 없었다. 김 의원 측은 "실제 만남이 있었던 2009년은 김 의원 딸이 대학교에 재학 중인 시점이라 채용 청탁 자체를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서 전 사장의 진술을 뒤집을만한 증거가 나오면서 재판부 역시 서 전 사장의 진술에 신빙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검사가 (김 의원의 혐의를) 입증하기 위해 제출한 증거는 서 전 사장의 증언이 유일하다"며 "핵심은 서 전 사장 진술의 신빙성을 입증할 수 있는지 여부라고 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법원이 조사한 카드 금융거래 정보명령과 피고인들의 일정표 수첩에는 2009년 5월 14일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만나기로 기재돼 있다"며 "또 서 전 사장의 법인카드에도 그날 결제된 사실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이어 "서 전 사장은 (김 의원과 이 전 회장 간) 만찬이 단 한 차례 있었다고 진술했다"며 "또 서 전 사장은 본인이 직접 식사대금을 결제했다고 진술했다. 그러면 만찬은 (2011년이 아닌) 2009년 5월 14일에 있었다고 보는 게 맞는다"고 했다.

재판부는 "서 전 사장의 진술은 믿을 수 없게 됐고, 이로써 이 전 회장이 김 의원의 딸을 인식하게 된 경위, 두 사람 사이에서 딸에 관한 대화와 채용 지시 등에 대한 진술 신빙성도 상당 부분 허물어졌다"며 "정규직 채용을 지시했다는 뇌물공여에 대한 합리적 증명이 어렵고, 김 의원에 대한 뇌물수수 혐의 역시 증명된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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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의 KT 특혜채용 혐의 재판을 받고 있는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이 지난해 11월 22일 오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리는 공판에 동료의원들과 출석해 2009년의 카드 사용내역을 들고 설명하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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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태 딸 ‘채용 특혜’는 인정…"특혜 사실 만으론 뇌물수수죄 성립 안돼"
다만 재판부는 김 의원 딸의 정규직 채용에 ‘특혜’가 있었다는 점은 사실로 봤다. 재판부는 "(김 의원의 딸) 김모씨는 2012년 KT 정규직 채용 과정에서 다른 지원자에게 제공되지 않은 특혜를 제공받았으며, 이를 김씨 본인도 알고 있었다고 인정된다"고 했다.

김 의원의 딸이 정규직 채용 과정에서 입사지원서를 제출하지 않고 인성검사에서 ‘불합격’ 평가를 받았지만, 별다른 문제 없이 면접에 응시한 점이 혜택이라고 본 것이다.

다만 이번 사건은 김 의원과 이 전 회장 사이에 서로 대가를 주고받고 부정한 청탁이 있었는지를 보는 ‘뇌물 수수’ 재판이다. 김 의원의 딸이 부정 채용된 것 자체는 김 의원의 뇌물 혐의를 입증하는 데 필요한 사안이 아니다. 김 의원 측의 주장대로 KT가 내부적으로 유력 인사의 자제라는 이유만으로 미래의 이익을 기대하고 단독으로 불법 채용을 했을 가능성도 있다.

재판부는 "김씨가 특혜를 받았다는 사실만으로 이 전 회장이 김씨를 부정 채용하도록 지시를 내렸다고 인정하기는 어렵다"면서 "KT 정규직 채용은 김 의원의 딸이 받은 것이지, 김 의원 본인이 받은 것이 아니기에 뇌물수수죄는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김 의원은 이날 선고 이후 법원을 나서면서 "그동안 검찰은 나를 처벌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며 "그런 만큼 검찰은 더이상 특별한 항소 이유를 찾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실체적 진실이 밝혀진 만큼 4월 총선에 매진해서 문재인 정권의 독단과 전횡에 강력히 맞서겠다"며 "더 이상 정치 공작에 의한 전직 야당 원내대표에 대한 권력형 수사는 중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소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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