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현 무소속 의원. /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세월호 참사 당시 청와대 홍보수석으로 근무하며 KBS 보도에 개입한 혐의를 받는 이정현(62) 무소속 의원에 대해 벌금형이 확정됐다. 이번 판결은‘방송 편성에 간섭함으로써 방송편성의 자유와 독립을 침해했다’는 내용의 방송법 위반죄에 관한 대법원의 첫 판단이다.
대법원 3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16일 방송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 의원에게 벌금 1000만원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국회의원은 형사 사건에서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으면 의원직을 잃게 된다. 이 의원의 경우 벌금형이 확정됐기 때문에 의원직을 유지하게 된다.
이 의원은 2014년 세월호 참사 직후 KBS의 보도에 개입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KBS가 정부와 해양경찰청의 대처를 비판하는 보도를 이어가자 김시곤 당시 KBS 보도국장에게 전화해 "해경이 잘못한 것처럼 몰아간다"고 하는 등 편집에 개입했다는 것이다. 이 의원은 해경 비판 기사에 대해 "뉴스 편집에서 빼달라" "다시 녹음해서 만들어 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조사됐다.
방송법 105조는 방송 편성의 자유와 독립을 침해한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1심은 이 의원에게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이 의원은 청와대 홍보수석으로서 공영방송 보도국장에게 접촉해 부당한 영향을 미치려 했고, 홍보수석의 대국민 홍보활동을 고려해도 이 의원의 행위는 단순 항의차원이나 의견 제시를 넘어 방송에 대한 직접적 간섭에 해당한다"고 했다.
2심 재판부는 형량이 너무 무겁다는 이 의원 측 주장을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이 의원의 행위는 방송 편성에 대한 간섭에 해당하고 정당한 직무집행으로 볼 수 없다"면서도 "해경이 승객 구조를 위해 사투를 벌이는 상황에서 사실과 다른 보도를 정정하기 위해 이번 범행에 이른 만큼 참작할 사정이 있다"고 했다.
이 의원은 선고 직후 입장문을 통해 "여전히 큰 아픔을 겪고 있는 세월호 유족들에게 위로가 되어주기는커녕 또 다른 상처가 됐을 것을 생각하면 송구하고 마음이 무겁다"며 "사과드린다"고 했다. 그러면서 "죄의 성립 여부에 대해서는 사법부의 최종 결정에 대해 조건 없이 승복한다"며 "재판이 진행되는동안 언론이나 정치 무대에서 일절 개인적 입장을 개진하지 않은 이유는 혹시나 법질서에 대한 신뢰를 훼손하거나 정치적 의사를 형성해 불필요한 정쟁을 초래할까 우려해서였다"고 했다.
이 의원은 "업무와 관련된 사안이었고 사실과 어긋난 진실을 밝히자는 것과 재난 상황에서 한 생명이라도 더 구하는데 몰두하게 해달라는 간청이었지 언론의 자유와 독립을 침해할 의도는 전혀 없다는 점에서 다툴 여지가 없지 않아 3심까지 가게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방송편성 독립 침해 혐의로 32년 만에 처음 처벌받는 사건이라는 사실은 그만큼 법 조항에 모호성이 있다는 것과 다툼의 여지가 있다는 것, 보완점도 적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국회에서 관련 법 점검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저의 경우가 참고가 되어 언론의 자유와 독립이 더 견고하게 보장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오경묵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