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취업자 수가 전년 동월 대비 51만6000명 증가하고, 지난해 연간으로는 1년 전보다 30만1000명 늘었다. 긍정적인 고용지표가 나오자 정부는 이례적으로 관계 장관 합동 브리핑까지 열고 홍보에 나섰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지난해 고용 상황에 대해 "양적·질적으로 뚜렷한 개선 흐름을 보인 '일자리 반등의 해'였다"고 자평했다.
그러나 내용을 들여다보면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늘어난 일자리의 상당수가 세금을 투입해 만든 노인 일자리거나, 급여가 적은 초단시간 일자리였기 때문이다.
초단시간 일자리 취업자도 많았다. 12월에 증가한 취업자 가운데 약 70%인 35만7000명은 주당 1~17시간 일하는 초단시간 일자리 취업자다. 주력 산업인 제조업 취업자는 1만5000명 감소해, 21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연간 취업자 수 증가가 30만명대로 비슷했던 2017년(전체 취업자 수 31만6000명 증가)과 비교해보면, 지난해 우리나라 고용 현주소를 명확히 알 수 있다. 근로시간이 36시간 이상 되는 안정적인 취업자가 2017년에는 42만1000명 증가한 반면, 지난해엔 10만5000명 늘어나는 데 그쳤다. 반면 지난해 초단시간 일자리 취업자는 전년 대비 30만1000명 증가했다. 1980년 관련 통계 작성이 시작된 이후 최대 증가 폭이면서, 2017년 증가 폭(9만5000명)의 3배가 넘는다.
65세 이상 취업자 수도 2017년엔 9만8000명 증가하는 데 그쳤지만 지난해엔 2배 이상인 22만7000명 늘었다. 65세 이상 취업자 수가 22만7000명 늘어난 것 역시 1989년 관련 통계를 만들기 시작한 이후 최대치다. 정부가 재정을 투입해 노인 일자리를 늘리면서 65세 이상 취업자가 많이 늘어난 것이다.
현실이 이렇다 보니 현 정부와 가까운 노동계에서도 정부와 다른 목소리가 나온다. 한국노총은 이날 “취업자 수 증가는 정부 재정 투입 효과에 따른 착시 효과”라면서 “40대 취업자 감소가 49개월째 지속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40대 취업자는 전년 대비 16만2000명 줄었다. 정부는 “청년층(15~29세) 실업률이 지난해 8.9%로 2018년(9.5%)보다 0.6%포인트 낮아졌다”고 발표했으나, 정작 청년들이 체감하는 실업률을 나타내는 청년층 확장실업률은 지난해 22.9%로 2015년 집계 이래 최대 수준이었다.
김상봉 한성대 교수는 “노인 일자리 등 정부 재정이 직접 지원되는 일자리 위주로만 취업자를 늘려나가는 것은 비효율적”이라며 “같은 돈을 쓴다면 민간에서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또한 김 교수는 “부모 부양, 자식 교육 등을 책임지는 40대의 재교육·창업 등 지원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윤주헌 기자;홍준기 기자(everywher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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