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디지렅부 장관은 "美와 관계 중요" 강조
존슨 총리는 "대안 제시하라"며 화웨이 사용 시사
美 "화웨이 사용은 미친짓" Vs 中 "배제시 투자중단"
美의회 "화웨이 대안 만들자"…12.5억달러 지원법 발의
(사진=AF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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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미국과 중국 간 5G 패권 다툼이 영국이 선뜻 어느 쪽 편도 들지 못하고 갈팡질팡 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다만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대안이 없다”면서 화웨이 장비를 사용하는 쪽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영국은 이달 안에 5G 네트워크 구축 사업에서 화웨이 장비를 사용할 것인지 배제할 것인지 최종 결정할 예정이다.
매트 워먼 영국 디지털부 장관은 14일(현지시간) 영국이 5G 네트워크 구축 사업에서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 장비를 포함할 것인지와 관련해 “보안이 최우선 고려 사항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미국과의 관계는 중요하다. 이를 매우 신중하게 고려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존슨 총리는 이날 BBC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국가안보 또는 그 능력을 해치는 5G 네트워크 구축을 원하지 않는다”면서도 “화웨이를 쓰지 말라고 한다면 그 대안을 함께 제시해줘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영국 국민은 최고의 기술에 대한 접근권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부연했다.
미국이 화웨이 장비를 쓰지 말라고 압박한다면, 먼저 그 증거와 대안을 내놔야 한다는 주장이다. 미국의 뜻을 따를 것처럼 보이는 워먼 장관 입장과는 온도차가 있다.
이와 관련, 가디언은 전날 “안보·통신 보안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영국을 방문한 미국 대표단이 영국 측에 화웨이 장비를 사용하는 것은 ‘미친 짓이나 다름 없다(nothing short of madness)’고 했다”고 전했다.
미국은 그동안 화웨이 장비에는정보들 빼돌리거나 감시하기 위한 위한 백도어(보안이 제거된 비밀통로)가 설치돼 있다고 주장해 왔다. 하지만 관련해 어떤 증거도 공개한 적은 없다.
하지만 미국 대표단은 이번 회의에서 ‘화웨이 부품의 사용이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되지 않는다는 영국 국내정보부(M15)의 자체적인 기술 평가에 이의를 제기한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영국 측에 제출했다. 보고서엔 화웨이 장비 사용시 국가안보를 위협할 수 있다는 새로운 증거가 제시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예상보다 강한 압박은 지난 12일 앤드류 파커 MI5 국장이 “영국이 화웨이를 채택하더라도 미국과의 정보 공유 관계가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생각할 이유가 없다”고 자신한 것과는 대비된다고 CNBC는 지적했다.
중국과 화웨이도 영국을 압박하고 나섰다. 빅터 장 화웨이 부사장은 이날 성명을 통해 “이미 영국 의회의 2개 위원회가 화웨이의 5G 장비 공급을 막을 기술적 이유가 없다고 결론지었다”며 “영국 정부가 근거 없는 주장이 아닌 증거에 기반해 결정할 것으로 믿는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미국 측의 요구를 따를 필요가 없으며, 만약 화웨이 장비를 배제할 경우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고 에둘러 압박한 셈이다 . 앞서 중국 정부가 중국 기업의 영국 투자가 중단될 수 있다고 경고한 것과 궤를 같이 한다.
영국은 그야말로 미국과 중국 간 5G 패권 다툼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놓인 셈이다. 이에 따라 영국이 어떤 결정을 내릴 것인지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특히 미국 동맹국들은 영국의 선례가 가이드라인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존슨 총리의 대안을 제시하라는 요구와 관련, 미국 상원에선 이날 화웨이 장비를 대체할 장비를 개발하는 업체에 12억5000만달러를 지원하는 내용의 법안이 발의됐다. 공화당 소속 리처드 버 상원 정보위원장과 정보위 간사인 민주당의 마크 워너 의원이 발의를 주도했다.
월스트리트저널과 CNBC에 따르면 이 법안에는 중국의 5G 기술에 맞서기 위해 5G 등 이동통신 기술을 개발하는 미국 업체에 최소 7억5000만 달러를 투입하고, 무선 주파수 경매를 통해 지원 자금을 조달토록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법안은 또 세계적으로 신뢰할 수 있는 보안 장비 개발을 지원하기 위해 5억달러 규모의 별도 펀드를 조성토록 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화웨이를 비롯해 에릭슨과 노키아에 내줬던 5G 시장의 주도권을 미국 업체들이 되찾아오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며 “해외 각국에서 화웨이를 몰아내려는 미국 정부의 활동에도 힘을 실어줄 것”이라고 평가했다.
CNBC도 “5G 표준화와 관련해 미국의 리더십을 강화하고, 보다 저렴하게 화웨이 대체 장비를 만들 수 있도록 기여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영국의 결정과 더불어 캐나다가 멍완저우 화웨이 부회장 겸 최고재무책임자(CFO)의 신변을 미국 측에 인도할 것인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캐나다 법원은 오는 20일 첫 재판을 개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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