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삼성서울병원 ‘5G 스마트 혁신 병원’ 서비스 구축
의대생들에게 실시간 수술 강의, 디지털 병리 진단으로 신속 점검
환자는 AI 스피커로 병실 제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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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수술을 진행하고 있는데 들리시나요.” 지난 13일 오후 3시12분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삼성서울병원 일원역 캠퍼스 강의실. 암병동에서 수술 중인 손태성 소화기외과 교수의 목소리가 강의실에 생생하게 울려 퍼졌다. 동시에 강의실 왼쪽 스크린에 내시경 카메라를 통해 복강경 수술 중인 환자의 배 속 모습이 선명하게 중계됐다. 오른쪽 스크린에는 손 교수가 머리에 쓴 5G 카메라로 찍고 있는 복부 주변 수술 상황과 실내에 설치된 고정 카메라가 촬영 중인 수술실 전경이 송출됐다. 2분20초가량 이어진 현장연결 동안 화면이 끊기거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
KT와 삼성서울병원이 ‘5G 스마트 혁신 병원’ 구축에 필요한 의료서비스 개발에 성공했다. 두 회사는 초고속·초저지연을 특성으로 하는 5G 네트워크를 활용해 실시간 수술 지도, 디지털 병리 진단, CT·MRI 등 양성자 치료정보 조회, 환자 스마트 케어, 자율주행 운반 로봇 기술에 대한 검증을 완료했다고 14일 밝혔다.
수술 생중계가 가능해지면 집도의 시점에서 음성과 영상이 제공되기 때문에 수습 의료진이나 의과대학 학생들을 상대로 한 교육도 수월해진다. 기존에는 집도의와 간호진, 수술장비가 복잡하게 뒤섞인 수술실 안에 소규모 인원을 모아놓고 교육해야 했다. 이제는 곁눈질로 수술을 배우거나 책이나 녹화된 영상을 들춰볼 필요 없이 대형 강의실에 앉아서 생동감 넘치는 공부를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최준호 내분비외과 교수는 “고정된 그림으로 교육받는 것과 수술을 실시간으로 보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지난 13일 삼성서울병원 수술실에서 의료진이 5G 카메라를 장착한 상태로 수술을 진행하고 있다. 같은 병원 집무실에서 병리과 교수가 방금 촬영한 환자의 병리 데이터를 확인하고 있다. KT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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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디지털 병리 진단을 통해 병의 원인과 경과를 신속하고 정확하게 점검할 수 있게 된다. 특히 수술 중 발생하는 병리 데이터는 환자상태를 파악하기 위해 최단시간에 정밀한 진단이 요구된다. 기존에는 수술 중 조직을 떼어내면 일부를 얼린 ‘동결절편 슬라이드’를 들고 병리과 전임의들이 도보로 20분 거리를 이동해 다른 전문가들의 소견을 들어야 했다. 하지만 5G 네트워크에 접속하면 병원 어디서든 1장당 4GB에 달하는 고용량 데이터를 노트북이나 휴대전화로 들여다볼 수 있다. CT나 MRI 정보 조회도 기존에는 의료진이 담당 센터를 방문해 이미지 파일이 저장된 DVD를 받아와야 했는데 더 이상 헛걸음할 필요가 없게 됐다. 표홍렬 방사선종양학과 교수는 “하루에 환자 500명의 영상정보를 의료진이 확인해야 하는데 기존에는 담당 의사가 모두 확인하는 데 무리가 있었다”며 “5G를 통해 공간 제약이 해결됐다”고 말했다.
자율주행 운반 로봇은 의료폐기물을 사람 대신 처리해 2·3차 감염 위험을 최소화한다. 환자 스마트 케어 시스템은 KT의 AI 스피커 ‘기가지니’를 기반으로 입원 환자의 음성으로 병실을 제어하는 서비스다. KT는 민감한 의료정보를 다루는 의료기관의 특성을 고려해 허가된 사용자만 접속할 수 있도록 보안성이 높은 ‘기업전용 5G’를 삼성서울병원에 설치했다. 앞으로는 증강현실(AR)과 가상현실(VR)도 접목해 의료기술을 고도화하겠다는 계획도 수립했다. 박윤영 KT 기업사업부문장(부사장)은 “5G를 기반으로 삼성서울병원과 함께 더 나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스마트 혁신 병원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구교형 기자 wassup0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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