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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농단 첫 판결' 유해용 무죄판결… 검찰, 항소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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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하세린 기자] [the L]"1심 판결의 사실오인 및 법리 오해 바로잡을 예정"

머니투데이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검찰 깃발이 바람에 나부끼고 있다. 2019.12.23/사=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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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농단 의혹 관련 첫 판결에서 유해용 변호사에게 무죄가 나오자 검찰이 항소하겠다고 밝혔다.

검찰은 13일 "1심 판결의 사실오인 및 법리 오해에 대해 항소해 바로잡을 예정"이라고 했다. 법원이 피고인 및 관련 법관 등에 대한 조서의 증거능력을 배척했고, 재판기밀(대외비)인 재판연구관 검토보고서 유출과 전관 수임 변호사법위반에 대해 충분한 증거에도 불구하고 '관행이었다거나 범의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검찰은 △피고인 및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검찰 조사에서 청와대 관심 특허사건 재판 진행상황 및 향후 계획 유출, 누설 사실을 대체로 인정했고 △변호사 사무실 압수수색 과정에서 재판기밀(대외비)인 재판연구관 검토보고서 출력물 및 파일이 다수 발견됐으며 유출 경위에 대해 관련 법관들이 사실대로 진술한 점을 강조했다.

또 △피고인의 수석 선임재판연구관 재임 중 상고심 행정사건이 접수되고 피고인이 지휘하는 재판연구관들에게 배당돼 심층 검토가 진행된 사실이 인정되고, 피고인이 퇴임 후 변호사로서 이 사건을 수임한 것은 불법 '전관예우'를 근절하고자 하는 변호사법에 위반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이날 법원은 대법원 재판연구관 재직 시절 재판 자료를 무단으로 들고 나가 파기한 혐의 등을 받는 유해용 변호사에게 무죄 판결을 내렸다. 2017년 3월6일 사법농단 의혹이 처음 제기된 후 관련 사건 가운데 약 2년 만에 나온 첫 판결이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8부(부장판사 박남천)는 이날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의 혐의로 기소된 유 변호사의 1심 선고기일을 열고 무죄를 판결했다.

먼저 재판부는 변호인의 공소기각 주장에 대해 받아들이지 않았다. 공소기각이란 검찰 측의 공소 제기 자체가 잘못돼 있어 더 이상 혐의에 대해 판단하지 않은 채 소송을 종결시키는 형식적인 재판이다.

재판부는 그 근거로 변호인 측이 주장한 공소장 일본주의(공소제기할 때 공소장만을 법원에 제출하고 기타 증거 등은 제출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 위반이나 수사 절차 위법, 과잉 별건 수사, 피의사실 공표 등에 대해 받아들이지 않았다.

공개소환을 통한 인격권 침해 주장에 대해 재판부는 "포토라인이라고 하는 것은 국민의 알 권리를 실현하고 취재원의 인권보호를 하기 위해서 자율적으로 결정된 것"이라며 "이에 대해 수사기관이 개입하지 않아 피고인에 대한 소환이 위법하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변호인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또 영장 허가 범위를 벗어난 위법한 압수수색 주장에 대해서는 "증거 조사 결과 검사가 영장 집행과정에서 새로운 별건 사실 수집한 사실이 인정된다"면서도 "수사 과정에서 그러한 일이 이뤄졌단 것 만으로도 공소제기 절차 자체가 무효라고 볼 수 없다"면서 변호인 측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유 변호사는 2014년부터 2016년까지 대법원 선임·수석재판연구관으로 근무하면서 당시 박근혜 대통령의 관심 사건이던 '비선의료진' 김영재 원장 부부의 특허소송 진행 상황을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에게 보고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재판부는 이러한 직권 남용 권리 행사 방해 혐의와 업무상 비밀누설 혐의에 대해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관련 지시를 통해 외부 성명불상자에게 이를 제공했다는 등의 혐의를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유 변호사에 대해 검찰이 기소한 대법원에서 진행 중인 사건의 재판연구관 검토보고서와 판결문 초안 파일과 출력물을 2018년 2월 퇴직하는 과정에서 반환·파기하지 않고 변호사 사건 수임에 활용할 목적으로 유출한 혐의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검찰 측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개별 증거 가운데 일부 증거에 대해 변호인 측의 증거능력이 없다는 주장은 받아들여 유죄의 증거로 사용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공공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에 대해 재판부는 "파일을 유출했다는 것을 인정할 다른 증거가 없다"며 "대법원 재판연구원으로 일하면서 가져온 파일을 변호사사무실에 가져왔다고 하더라도,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죄가 성립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만약 관련 파일을 본인의 변호사 사무실에 보관하고 배치한 것이 인정된다 하더라도 이를 공공기록물로 보기 어렵고 범죄에 대한 인식이나 무단 유출이라는 새로운 범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개인정보보호법 위반과 관련해서도 변호사 사무실로 옮길 때 평소 갖고 있던 외장하드가 포함돼 있었던 것이고 이 개인정보를 변호사 영업에 활용했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재판부는 파일뿐 아니라 관련 출력물에 대해 "피고인이 대법원에서 수석재판연구관으로 근무하는 동안 얻게 된 출력물과 변호사 사무실에 있던 것이 같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면서 "개인정보보호법과 관련해서도 개인정보 유출은 기본적으로 개인정보 처리자의 관리통제권을 벗어나는 경우 처벌되는데, 그 개인정보가 이미 밖에 나가 있는 상태라면 장소적으로 이전된다고 하더라도 이 법 상 처벌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재판이 마무리된 후 유 변호사는 기자들과 만나 "공정하고 정의롭게 판결해주신 재판부에 깊이 감사한다"며 "앞으로 더욱 정직하게 겸손하게 살겠다"고 했다.

앞서 지난달 열린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유 변호사에게 징역 1년6개월을 구형한 바 있다.

하세린 기자 iwrit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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