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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8 (월)

이슈 [연재] 경향신문 '해외축구 돋보기'

[해외축구 돋보기]발베르데, 퇴장당하고도 ‘MV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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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T 마드리드와의 스페인 슈퍼컵

결정적 실점 위기서 과감한 백태클

레알, 승부차기 끝 우승 ‘일등공신’



경향신문

레알 마드리드의 미드필더 카세미루, 모드리치, 크로스, 발베르데(왼쪽부터)가 13일 사우디아라비아 제다 킹 압둘라 스포츠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9~2020 스페인 슈퍼컵 우승을 차지한 뒤 메달을 걸고 기뻐하고 있다. 제다 |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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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으로 팽팽히 맞서던 연장 후반 10분.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사울의 스루패스가 센터서클 부근에 있던 모라타에게 연결됐다. 프리킥 기회에서 센터백 라모스까지 공격에 가담해 있던 레알 마드리드는 모라타를 막을 선수가 아무도 없었다. 모라타는 텅 빈 레알 진영을 단독 드리블로 질주해 나갔다.

레알로선 결승골을 내줄 수 있는 절체절명의 위기. 그때 필사적으로 모라타를 따라잡은 선수가 있었다. 우루과이 출신의 신예 미드필더 페데리코 발베르데(22)였다. 모라타가 레알 골키퍼 쿠르투아의 위치를 확인하고 다음 동작으로 들어가려는 순간 발베르데의 거친 태클이 모라타의 발을 향해 날아들었다. 모라타는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다.

백태클을 한 발베르데는 레드카드를 받고 퇴장당했다. 발베르데가 파울을 한 지점이 페널티박스 외곽이어서 프리킥만 주어졌다. 퇴장을 감수한 전략적 파울로 모라타의 결정적 기회를 저지한 발베르데의 판단력과 실행력, 용기, 희생은 헛되지 않았다.

최대 위기를 넘긴 레알은 13일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의 킹 압둘라 스포츠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9~2020 스페인 슈퍼컵 결승 승부차기에서 골키퍼 쿠르투아의 선방쇼를 앞세워 아틀레티코에 4-1로 승리, 대회 통산 11번째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레알에 트로피를 안겨주었다는 점에서 발베르데의 태클은 결과적으로 ‘결승 태클’이 됐다. 레알 팬들이 “발베르데의 동상을 만들어주자”고 할 만큼 그의 판단 하나가 두 팀의 운명을 갈랐다.

시메오네 아틀레티코 감독은 “그런 상황이라면 누구라도 그렇게 했을 것”이라며 “발베르데가 해야 할 일을 했다”고 말했다.

발베르데는 퇴장당한 선수로는 이례적으로 경기 MVP에 선정됐다. 발베르데는 “내가 한 태클이 옳은 건 아니지만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며 모라타에게 사과했다.

발베르데의 살신성인 덕분에 지단 레알 감독도 웃었다. 그는 결승전 9전 전승의 퍼펙트 기록을 이어갔다. 지단은 챔피언스리그 3번, 클럽월드컵 2번, 유럽축구연맹 슈퍼컵 2번, 스페인 슈퍼컵 2번 등 9번의 결승전에서 모두 이겼다.

원래 레알은 리그 우승팀(바르셀로나)과 코파 델 레이 우승팀(발렌시아)이 격돌하는 슈퍼컵에 나설 자격도 없었다. 그러나 이번 대회부터 참가팀이 4개로 늘어나면서 운 좋게 출전해 우승까지 거머쥐었다.

류형열 선임기자 rh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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