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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감찰?... 법조계 "징계 절차·사유 논란, 쉽지 않을 것"

조선일보 정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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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감찰?... 법조계 "징계 절차·사유 논란, 쉽지 않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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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청법이 보장한 총장 임기 2년… 징계하려면 감찰 먼저
2013년 장관→총장 감찰 시도 때도 절차 위반 논란에 후퇴
직제 개편·추가 인사 임박… 법조계 "靑 수사 방해는 범죄"

윤석열 검찰총장이 10일 낮 구내식당이 있는 대검찰청 별관으로 이동하고 있다./뉴시스

윤석열 검찰총장이 10일 낮 구내식당이 있는 대검찰청 별관으로 이동하고 있다./뉴시스


"지휘감독권의 적절한 행사를 위해 징계 관련 법령 찾아..."

추미애 법무장관이 지난 9일 오후 9시 법무부 장관정책보좌관에게 메시지를 전송하는 모습이 언론 카메라에 담겼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윤석열 검찰총장을 겨냥해 "필요한 대응을 검토하고 실행하라"고 지시한 지 3시간 30여분 뒤였다.

검찰과 의견 교환 없이 강행된 고위 간부 인사를 두고 법무장관과 국무총리, 여당까지 모두 나서 윤 총장의 '항명(抗命)'으로 규정한 상황이다. 이에 법무부가 장관 인사권에 맞선 윤 총장을 징계하는 것 아니냐, 이미 법무부가 감찰을 지시했다는 말까지 나왔지만, 법무부 관계자는 "아는 바 없다"고 했다.

법조계에서는 이 같은 흐름이 '자진 사퇴용' 압박 카드는 될 수 있을지 몰라도, 실제 윤 총장에 대한 감찰·징계로 이어지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검찰청법상 검찰총장의 임기는 2년이다. 윤 총장이 자진 사퇴하지 않는 이상 탄핵 파면·징계 해임이 아니면 내년 7월 이전에 그를 강제로 검찰에서 쫓아낼 방법은 없다.

추미애 법무장관이 지난 9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법무부 정책보좌관에게 징계 관련 법령을 찾아보라는 내용의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연합뉴스

추미애 법무장관이 지난 9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법무부 정책보좌관에게 징계 관련 법령을 찾아보라는 내용의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연합뉴스


◇ 2년 임기 깨려면 전례없는 총장 감찰해야… "징계사유도 없다"
징계 수위를 정하는 검사 징계위원회는 장관 손 안에 있다. 장관이 위원장이고 법무차관이 당연직이다. 그 외에 내·외부 위원을 모두 장관이 지명·위촉한다. 그러나 실제 추 장관이 윤 총장 거취를 직접 흔들려면 감찰 절차와 징계 사유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지적이 나온다.

검찰총장을 징계하려면 감찰이 선행돼야 한다. 법무부 감찰규정 및 감찰위원회 규정에 따르면, 검찰총장에 대한 감찰은 '중요사항 감찰'에 해당돼 조사방법과 결과, 조치사항까지 감찰위 자문을 구하도록 돼 있다. 적법절차 준수 의무는 당연하고, 검찰의 독립성과 중립성을 훼손해서도 안 된다. 감찰위는 절반 이상이 외부 위원으로 구성되며 운영세칙상 정기회의는 2월, 5월, 8월, 11월에 열린다. 위원장과 부위원장은 비(非)공무원이 맡는다. 장관 독단으로 '전격적인' 감찰을 추진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2013년 황교안 당시 법무장관이 채동욱 전 검찰총장에 대해 '감찰 착수'를 표방했던 일과 빗댈만하다. 당시 감찰위 자문이 생략돼 절차 위반 논란이 일자, 법무부는 '감찰'이 아닌 '진상규명'을 지시한 것이라며 물러섰다. 한 전직 고검장은 "전례없던 일을 하기에는 추 장관도 부담스러울 것이다. 굳이 ‘감찰 카드’를 꺼내든다면 굴욕감을 줘서 내쫓겠다는 것인데 산전수전 다 겪은 윤 총장이 그 정도로 물러나진 않을 것"이라고 했다.

윤 총장이 인사 의견을 제출하지 않은 것이 징계 사유에 해당하는지도 논란이다. 검사에 대한 징계는 직무위반이나 직무태만, 품위유지 의무 위반 등에 해당할 때 가능하다. 법무부는 윤 총장의 의견 제출 거부가 직무태만에 해당할 수 있다고 본다. 반면 검찰에서는 "검찰청법상 의견 청취 절차의 취지가 '장관의 성실한 협의 이행'임을 법률가인 장관이 모를리 없다"면서 "장관의 직무 소홀을 총장에게 따지는 것이 말이 되느냐"는 반발이 나온다.

추 장관이 윤 총장 '찍어내기'를 강행할 경우 검찰의 집단 행동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앞서 황 전 장관의 공개적인 '감찰' 언급이 채 전 총장의 사의 표명으로 이어지자, 서울서부지검에서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 훼손 우려", "사퇴 압박이 아니라면 진상규명 먼저" 등을 주장하는 평검사회의가 열렸었다.


자유한국당 정유섭 의원(오른쪽)과 전희경 의원이 10일 국회 의안과에 추미애 법무부 장관 탄핵소추안과 청와대·법무부장관의 검찰 수사방해 의혹 국정조사요구서를 제출하고 있다./연합뉴스

자유한국당 정유섭 의원(오른쪽)과 전희경 의원이 10일 국회 의안과에 추미애 법무부 장관 탄핵소추안과 청와대·법무부장관의 검찰 수사방해 의혹 국정조사요구서를 제출하고 있다./연합뉴스


◇직제 개편, 추가 인사 카드는 많지만… 법조계 "직권남용 말라"
일각에서는 법무부-검찰의 직접 충돌로 번지기 쉬운 '징계·감찰 카드' 대신 '사무감사' 등을 통한 추가 압박을 예상하는 관측도 나온다. 수사비용 등 검찰 예산은 법무부가 배정한 특수활동비에 의존한다. 회계 처리 등이 적법했는지 들여다보겠다는 명목으로 조국이나 유재수 사건, 청와대 선거 개입 사건 등 현 정권을 겨냥한 수사를 옥죌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한 검찰 간부는 "현 정부가 집권하자마자 검찰 수뇌부를 교체할 때 썼던 카드가 '돈봉투 만찬'인데 또 쓰지 말란 법이 있느냐"며 "총장 말 한 마디 안 들어보고 참모를 모두 교체한 것을 보면 끝을 가늠하기 어렵다"고 했다.

검찰 개혁 등을 전면에 내세운 검찰 수사 방해는 지속될 전망이다. 법무부는 이르면 다음주 서울중앙지검의 반부패수사부, 공공수사부를 비롯한 전국 검찰청의 직접 수사 부서를 대폭 축소하는 직제 개편을 단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직제 개편이 이뤄지면 검찰 중간간부의 필수 보직 기간(1년)을 정한 '검사 인사 규정'을 피해갈 수 있다. 설 이전 차·부장급 중간 간부 인사와 맞물리면 현재 서울중앙지검 주요 수사를 맡고 있는 신봉수 2차장과 송경호 3차장, 고형곤 반부패수사2부장, 김태은 공공수사2부장 등도 교체 가능하다는 것이다.

추 장관의 대규모 인사로 손발이 잘린 윤 총장이 '특별수사팀'을 구성하며 파견 인사로 수사팀 재건에 나설 가능성도 점쳐졌다. 그러나 전날 "직제에 없는 수사조직은 장관 사전 승인을 받으라"는 법무부의 특별 지시로 선제 차단됐다.


한 전직 검사장은 "위법하지만 않으면 무슨 수든 다 쓰는 게 반복되고 있다"면서 "청와대가 칼을 빼든 이상 윤 총장으로서는 힘든 시간이 계속될 것"이라고 했다. 차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장관의 특별지시는 검찰청법이 규정한 ‘검찰의 정당한 수사권’을 하위 법령인 법무부령으로 제한하려는 명백한 직권남용 범죄"라면서 "진정 검찰 개혁이 목적이라면 내부 규정 몇 개 손 봐 검찰을 옭아매려 할 게 아니라 관련 법령 전체를 다시 설계해야 한다"고 했다.

한편 자유한국당은 지난 10일 추 장관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발의했다. 청와대와 추 장관의 검찰 수사 방해 의혹에 대한 국정조사도 요구하고 나섰다. 다만 72시간 이내 표결이 이뤄지지 않으면 탄핵소추안은 자동 폐기된다.

[정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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