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미래당 안철수계 의원들이 ‘기본자산’…‘여시재’ 등 결합여부도 관심
1월 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권은희·이태규·김삼화 등 안철수계 의원들이 참여한 가운데 열린 ‘한국 정치 이대로 좋은가’ 토론회에서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의 정치 혁신 의지를 담은 영상 메시지가 상영되고 있다. /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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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대한 변화에 밀알이 되겠다.”
1월 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한국 정치 이대로 좋은가’ 행사에 보낸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 영상 메시지의 마지막 언급이다.
안철수 전 대표의 정치복귀 행보가 빨라지고 있다. 1월 2일 페이스북에 올린 신년 메시지를 통해 정치복귀를 선언한 이래 <조선일보> 인터뷰(1월 6일), 안철수계 의원 6명 주최 국회토론 영상 메시지 등을 통해 얼굴을 내보였다. 책도 낸다. 미국에 머물면서 집필한 신간 <안철수, 우리의 생각이 미래를 만든다>의 예약판매도 1월 10일부터 시작했다. ‘유럽에서 찾은 공정하고 행복한 나라의 조건’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는 책은 그가 정치복귀를 결심하게 된 이유를 담은 것으로 보인다. 귀국은 설 연휴 전인 1월 중순으로 점쳐지고 있다.
안 전 대표는 영상 메시지에서 정치개혁의 목표를 세 가지로 요약했다. 리더십의 교체, 낡은 패러다임의 전환, 정치권 세대교체 등이다. “과거지향적 리더십을 미래지향적이고 통합적인 리더십으로 바꿔야 하며, 1987년 민주화 이후 지역주의와 결합한 이념과 진영의 패러다임을 ‘실용’으로 전환해 합리적 개혁의 큰 흐름으로 나아가는 한편, 전면적 세대교체로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메시지다. 그렇다면 어떻게?
복귀 선언 직전, 기자는 “총선 전 복귀는 어려울 것”이라는 안 전 대표의 최측근들의 전망을 담은 기사를 썼다. 결과적으로 오보가 됐다. 안철수의 복귀 선언은 신년 휴일(1월 1일) 바로 다음 날 오전 7시 59분 페이스북에 올라갔다. 신년 업무 시작일에 시간까지 정밀하게 맞춘 것이다. 오랜 구상이 뒷받침된 것으로 보인다. 즉흥적인 선언이 아니라는 얘기다.
■치밀하게 계산된 정치복귀 메시지
의문은 누구와 함께 그것을 이룰 것이냐는 것이다. 정치는 세력이 있어야 한다. “결국 그가 기댈 데는 자유한국당이나 중도보수 통합세력밖에 없을 것”이라는 예상은 안 전 대표 측이 주장하는 것처럼 그를 견제하는 민주당 쪽에서만 나오는 이야기가 아니다. 한때 최측근이었지만, 이제는 등을 돌린 인사들도 공통적으로 내놓는 전망이다.
‘정치인 안철수가 가장 못 한 것이 사람 챙기기’라는 말이 정치권 주변에서는 광범위하게 통용된 평가다. 그래서일까. 언론인터뷰 후 첫 행보는 안철수계 의원들이 연 국회토론회에 보낸 영상 메시지였다. 바른미래당 안철수계 의원이라는 ‘자산’을 안철수는 놓지 않았다. 1년간의 침묵 끝에 내놓은 안철수의 비전에서 ‘미래’는 여전히 중요한 화두였다. 그리고 그 미래를 만들어갈 씨앗이 싹틀 곳으로 우선 내놓은 곳이 바른미래당 안철수계 의원들의 토론회 자리였다.
앞서 언급한 정치개혁의 세 가지 목표보다 위에 있는 단어는 ‘미래’다. 이날 영상 메시지에서 안 전 대표는 “외국에서 바라본 한국은 이해하기 힘들고 혼란스럽다”며 “정치·경제·사회의 ‘삼각 양극체제’가 굳어지고 있는데 미래비전이나 미래담론은 들어볼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미래를 고민하지 않은 나라는 미래가 없는 나라”라며 그 책임은 ‘편 가르고 국민을 분열시키며, 이미지 조작에만 능하고 국민보다 자기편 먹여살리는 데 급급한’ 낡은 정치에 있다고 했다.
“안 전 대표가 정치권으로 돌아가면 새바람을 일으키긴 어렵다고 본다,” 이원재 랩2050 대표가 1월 8일 열린 ‘시대전환정치네트워크’ 발족 기자간담회에서 한 발언이다. 시대전환정치네트워크가 제시하는 정치 비전이 정치복귀를 서두르고 있는 안철수의 대국민 메시지와 겹치는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대한 답이다. 이 대표의 답은 안철수 복귀 후 여시재 또는 시대전환정치네트워크가 손잡을 ‘세력’이 되지 않겠냐는 전망에 대해 일단 선을 그은 것이다. 이 대표는 이 단체의 대표준비위원를 맡고 있다. 그는 “안 전 대표 역시 총선과 대선을 거치면서 기성정치인이 다 됐다”고 평가했다.
1월 22일 공식 출범하는 시대전환정치네트워크는 여러 측면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그동안 정치권 외곽에 자리 잡고 싱크탱크를 자임하고 있는 ‘여시재’가 선거구제 개편을 발판으로 정치활동을 본격화하는 게 아닌가 하는 관측 때문이다. 이광재 여시재 원장은 지난 연말 대통령 특별사면으로 복권됐다. 당장 여권에서는 4월 총선에서 이 원장의 역할론이 나오고 있다.
이날 기자간담회에 참여한 주축 인사들 역시 여시재와 연을 맺고 있는 사람들이다. 시대전환정치네트워크를 이끌고 있는 조정훈 아주대 통일연구소 소장은 세계은행에서 일한 뒤 한국으로 돌아와 여시재 부원장을 역임했다. 안철수의 공평동 캠프 시절 정책기획실장이었던 이원재 랩 2050 대표도 여시재 정책이사를 맡았었다.
“바른미래당이라는 당명은 바꿀 것이다. 기자회견 후 당 관계자들과 티타임을 가졌는데 당명 개편 작업에 대한 고민이 오갔다.”
‘안맨’이라는 닉네임으로 안철수팬클럽에서 활동하는 전장환씨(52·강사)의 말이다. 1월 6일, 전씨 등 ‘안철수팬클럽연합’ 인사들은 국회 정론관에서 안철수 복귀 환영 기자회견을 열었다. 복귀 후 함께할 세력이 없다는 지적에 대해 그는 “기존 정치권 인사들 이외에도 네트워크 내일 등을 통해 연결된 각계 전문가들도 있다”며 “돌아온 뒤 새로운 세력 구축에는 문제없다”라고 말했다.
■ 비전 맞는 새 인사영입 여부가 관건
안철수전국팬클럽들의 연대모임 범안팬연합, 바른미래당 평당원모임, 안철수를 지지하는 일반시민 일동 관계자들이 1월 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안철수 전 대표의 정계복귀에 따른 범안팬 환영선언문’을 발표하고 있다. /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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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소식이 끊겼던 유명 팬들도 안철수의 복귀 소식에 따라 하나둘씩 돌아오고 있다. 여기저기 흩어져 있던 팬클럽들도 다시 활기를 되찾고 있다.” 역시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범안팬’을 주도하는 김대준씨(58·회사원)의 말이다. 그는 기자와 통화에서 “자기 이해의 유·불리에 얽매여 있는 국회의원이나 안철수가 돌아오면 누구누구와 손잡을 것이라고 말하는 정치평론가의 말 등 누구도 믿지 않는다”며 “안 대표는 박원순 시장에게 서울시장 후보를 양보한 순간부터 현재까지 한 번도 초심이 바뀌지 않은 사람”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치권의 흔한 전망처럼 ‘안철수가 중도·보수 통합을 매개로 자유한국당까지 아우르는 맹주가 되려 한다’는 시나리오는 그가 초지일관 지켜온 진심과 무관한 정치공학적 사고”라며 “안 전 대표는 양극단으로 나뉜 한국 정치와 사회를 재통합하는 합리적 실용노선을 끝까지 지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결국 안철수는 정치복귀 이후 어떤 길을 걷게 되는 걸까.
“정치복귀 선언 타이밍은 좋았다. 일단 현재 해체의 길을 걷고 있는 바른미래당으로서는 구원투수 안철수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정치평론가 김현성씨의 말이다. 김씨는 “그러나 그 복귀를 뒷받침할 핵심 지지세력이 존재하는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회의적”이라고 덧붙였다. 과거 안철수와 비슷한 상황이었던 DJ의 경우도 당시 반대나 비호감이 많았지만, 결정적인 차이는 DJ에겐 ‘호남’이라는 ‘핵심 자산’이 있었다는 것이다. 그는 “변화된 선거제도 아래에서 크지 않더라도 세력 자체를 만들어낼 저력이 안철수에게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당선 여부와 상관없이 그동안 외국에서 준비해온 자신의 메시지, 이를테면 4차 산업혁명과 디지털경제 발전에 따른 한국 사회의 변화에 걸맞은 인재를 발굴해 영입할 수 있을지가 그의 성공 여부를 가르는 기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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