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갑·휴대전화보다 개인 소유인식 약해
자전거 부품만 따로 판매 가능...현금화 손쉬워
자전거 부품만 따로 판매 가능...현금화 손쉬워
[이데일리 박한나 기자] 일상에서 벌어지는 사소하지만 흥미로운 의문을 [왜?] 코너를 통해 풀어봅니다.
한국 카페, 식당 등 공공장소에서 우리들의 소지품은 비교적 안전한 편이다. 붐비는 식당에서 자리를 맡기 위해 휴대전화를 올려놓거나 카페에서는 100만원 상당의 노트북만 덩그러니 두고 화장실을 다녀오는 모습에 외국인들이 ‘깜놀(깜짝 놀란다)’한다고.
택배 배송 요청사항은 ‘문 앞에 두고 가세요’가 기본값이며, 생수 다발을 복도에 두고 하나씩 꺼내 마신다는 글에는 ‘나도 그런다’는 댓글이 줄을 잇는다. 그런데 집 앞에 세워두는 10만원짜리 자전거는 귀신같이 사라진다. 대체 왜?
다른 물건에 비해 자전거가 도둑맞기 십상인 이유에 대한 누리꾼들은 다음과 같이 요약한다.
한국 카페, 식당 등 공공장소에서 우리들의 소지품은 비교적 안전한 편이다. 붐비는 식당에서 자리를 맡기 위해 휴대전화를 올려놓거나 카페에서는 100만원 상당의 노트북만 덩그러니 두고 화장실을 다녀오는 모습에 외국인들이 ‘깜놀(깜짝 놀란다)’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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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볼 수 있는 ‘K-양심’ 인증 글 |
택배 배송 요청사항은 ‘문 앞에 두고 가세요’가 기본값이며, 생수 다발을 복도에 두고 하나씩 꺼내 마신다는 글에는 ‘나도 그런다’는 댓글이 줄을 잇는다. 그런데 집 앞에 세워두는 10만원짜리 자전거는 귀신같이 사라진다. 대체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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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 온 자전거 도둑에 대한 누리꾼들의 생각. (사진= 온라인 커뮤니티) |
다른 물건에 비해 자전거가 도둑맞기 십상인 이유에 대한 누리꾼들은 다음과 같이 요약한다.
‘물, 지갑, 휴대전화 같은 생계형 물건은 건드리지 않는 ‘K-양심’이 있다‘를 비롯해 △자전거를 유독 좋아하는 엄복동(일제강점기 활약한 조선의 자전차왕)의 후손 △실외와 달리 실내에 CC(폐쇄회로)TV가 많아서 △자전거 전문털이범이 문제 등이다.
◇고가 자전거 증가로 전문털이범도 등장
의문을 풀기 위해 10년 이상 자전거를 탄 이들의 경험을 물어봤다.
스무 살때부터 자전거 동호회에서 활동하고 있는 조윤호(35)씨는 “자전거를 세 번 잃어버렸는데 두 대는 되찾았다”며 “한 번은 경찰에 신고하고 그래도 안 돼서 주변 학교들을 돌면서 훔친 고등학생을 직접 찾아냈다”고 말했다. 이어 “또 한 번은 동네 아주머니가 타고 지나가는 걸 봤다. 내 자전거라고 하니 며칠 전 고물상에서 산 거라고 우기더라”며 “얼굴을 아는 사이라 그런지 결국 다시 가져가라고 하더라. 마지막 한 번은 묶여 있는 바퀴만 남겨두고 간 건데 아직도 찾지 못했다”고 회상했다.
자전거가 도난이 잦은 이유에 대해 조씨는 “예전에는 중고등학생들이 재미삼아 훔쳤던 것 같고 요즘엔 자전거가 워낙 고가라 전문털이 업자도 많다”며 “훔친 뒤에 부품 분해해서 각각 처분하니 되찾기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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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이미지투데이 |
자전거 타는 것에 작년에만 800만원을 투자했다고 밝힌 김지명(36)씨는 “초등학교 때 이후로 자전거를 잃어버린 적은 없다”고 답했다.
김씨의 비결은 외출 시 되도록 자전거를 주차하지 않고 부득이할 땐 시중에서 판매하는 자물쇠 대신 따로 구매한 경보장치를 걸어 놓는다. 귀가하면 자전거는 무조건 집 안에 둔다고. 더러워진 바퀴를 닦는 수고를 덜기 위해 벽에 자전거를 걸 수 있는 거치대도 구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들뿐 아니라 클리앙, 뽐뿌 등 온라인 커뮤니티 내 자전거 게시판에는 잃어버린 자전거를 잃어버린 이들의 경험담이 넘쳐났다. 이를 종합하면 자전거는 지갑, 핸드폰, 노트북 등보다 특정 개인 소유임이 잘 드러나지 않는다. 그래서 야외에 세워진 자전거를 훔쳐다 통째로 혹은 부품을 중고로 파는 ‘꾼’들이 많다. 즉 빠르고 손쉬운 현금화를 위한 타깃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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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애호가의 간담을 서늘하게 하는 고전 유머.(사진= 온라인 커뮤니티) |
◇8년간 1억원 어치 자전거 절도범 덜미
실제로 지난해 맨손으로 1억원 어치 이상의 자전거를 훔친 40대가 경찰에 붙잡힌 일이 있었다. 8년 동안 아파트·빌라 등의 거치대에 보관 중인 자전거를 상습 절도한 그가 자전거 잠금장치를 해체하는 데는 평균 2~3초밖에 걸리지 않았다. 그는 자전거를 훔친 뒤 “운동하려고 샀는데 허리가 아파서 못 타겠다. 저렴하게 줄 테니 가져가라”며 일면식이 없는 사람에게 되팔았다. 훔친 자전거를 팔아 번 돈은 생활비로 썼다고 한다.
자전거 훔치기가 청소년들 사이에 유행처럼 자리 잡은 것도 원인이다. 최근 서울시가 경찰에 수사를 의뢰한 공공자전거 ‘따릉이’ 절도사건 피의자 33명 중 31명이 청소년이었는데, 이들은 중고판매가 불가능한 따릉이를 그저 재미삼아 훔쳤다고 한다.
누군가의 금전적 목적, 혹은 재미나 호기심 때문에 속속 증발하는 자전거. 그러나 이는 엄연히 절도 범죄에 해당하기 때문에 경찰 신고가 가능한 것은 물론, 훔친 이는 형법 제329조(절도)에 의해 6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 처벌을 받을 수 있다. 그러니 분실 시 포기하지 말고 112 또는 가까운 지구대, 파출소를 방문해 신고하도록 하자.
◇바퀴·차체 등 별도로 시건장치해야
물론 예방이 우선이다. 사건 발생 시 경찰이 CCTV 분석을 토대로 피의자를 찾게 되므로, CCTV가 있는 곳에 주차하는 편이 더 안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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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 비밀번호용 장금장치. (사진=이미지투데이) |
또 자전거의 앞바퀴와 차체, 뒷바퀴 등을 이중으로 잠가서 절도범들을 번거롭게 만들고 경보장치를 다는 것도 도움이 된다. 숫자 비밀번호로 여닫는 잠금장치를 쓴다면 잠근 후 숫자판 4자리 모두를 꼭 다른 숫자로 돌려놓자.
고가 안장, 속도계 등 탈부착 부품은 주차할 때 떼서 챙겨가는 것이 좋겠다. 또 자전거의 차대(프레임)나 핸들, 패달 주변의 일련번호를 촬영하거나 기록해 두면 도난당하더라도 자신의 자전거임을 빠르게 확인할 수 있다. 가장 안전한 방법은 역시 내 집 안에 보관하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