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MB정부 비리정권 만들어…정치적 평가 왜곡"
"제 삶과 정부에 대한 억울한 모욕, 참을 수 없어"
"명백한 정치적 기소…정의 가늠하는 잣대 될 것"
이명박 전 대통령이 8일 오후 항소심 결심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서울고법 법정으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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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전 대통령은 "국민 여러분께는 이런 모습을 보여드리게 되어서 매우 송구스럽다. 부끄럽다"고 8일 말했다.
이 전 대통령은 8일 오후 서울고법 형사1부(재판장 정준영) 심리로 열린 항소심 결심공판 최후진술에서 "전직 대통령으로서 이 자리에서 최후진술을 하게 돼 만감이 교차한다"며 이 같이 밝혔다.
그는 "법을 다루는 검찰이 이명박 정부를 비리 정권으로 만들고, 정치적 평가를 왜곡하는 것을 목도한다"며 "수사 과정을 보면서 검찰은 사람을 죽이지 않아도 사람을 살인자로 만들 수 있겠구나 하는 마음을 갖게됐다"고 했다. 이 전 대통령은 30여분에 걸쳐 억울함을 토로했다. 팔동작 등 제스쳐를 자주 사용했고, 일부 대목에서는 목소리가 높아지기도 했다.
이 전 대통령은 "이명박 정부는 5년간 사리사욕 없이 국가와 국민을 위해 일했다는 것을 이 자리에서 말씀드리지 않을 수 없다"며 "인기와 표를 얻을 수 있더라도 국가와 미래세대에 부담이 된다면 결코 하지 않았다. 이명박 정부의 공과 과는 오래지 않아 역사가 평가할 것이라 믿는다"
자신이 받고 있는 혐의에 대해서도 조목조목 검찰의 주장에 반박했다. 다스 횡령 등 혐의에 대해서는 "대한민국 건국 이래 소유를 주장하다 문제가 돼 법에서 다루는 것은 봤지, 내것이 아니라는 사건에 검찰이 개입해 (수사를) 하는 것은 정말 상상할 수가 없다"고 했다. 그는 "(다스 설립 당시) 현대그룹의 전문 경영인으로 10개 회사의 CEO였다"며 "회사 모르게 창업할 수 없고, 그럴 이유도 없다"고 했다.
그는 "차명으로 회사를 설립하고 비자금을 조성할 이유가 전혀 없다"며 "대통령 재임 중 법률적 잘못을 저질렀다면 당연히 법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했다. 이어 "주지하다시피 다스 소유권은 대통령 재임 중 법률적 과오도, 적폐도 아니다"며 "30년 전 소유권을 찾기 위해 검찰은 내용을 모르는 사람을 불러 짜맞춘 진술을 이끌어 냈다"고 했다.
그는 "검찰은 저를 구속기소해 17대 대통령 당선과 통치행위에 대한 정치적 정당성을 부정하려 하고 있다"며 "저 개인 차원을 넘어 이 나라의 법치와 민주주의에 미칠지 모르는 악영향을 우려하게 된다"고 했다.
삼성그룹으로부터 이건희 회장의 사면을 대가로 다스의 미국 소송비를 대납받은 혐의에 대해서는 "어느 대기업이 뇌물을 월급 주듯이 매달 주며 장부처리를 하느냐"며 "삼성이 그런 회사가 아니다"라고 했다. 그는 "이 회장의 사면은 ‘삼성 회장 이건희’를 사면한 것이 아니라 ‘IOC 위원 이건희’를 사면한 것"이라며 "노력과 결단이 있어 평창동계올림칙을 유치해 성공적으로 개최할 수 있었다. 정치적으로 유치 과정을 폄훼하고 모독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이팔성 전 우리금융그룹 회장와 김소남 전 의원 등으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에 대해서는 "이 자리에서 길게 변명하고 싶지도 않다"면서도 "제게 가해진 모략과 음모, 일일히 말로 할 수 없을 정도로 비통함을 금할 수 없다"고 했다.
이 전 대통령은 "사기업에서나 공직에서나 사욕을 앞세운 적은 한 번도 없다고 자부할 수 있다"며 "온갖 모함과 모략, 음해에도 대한민국 국격을 위해 모조리 참았다"면서도 "제 삶과 이명박 정부에 대한 억울한 모욕은 참을 수가 없다"고 했다. 그는 "저뿐만 아니라 함께 일하던 사람들끼리 이명박 정부에서 일했다는 이유로 불이익 당하는 걸 보며 더욱 고통스럽게 생각하고 있다"며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고 가슴에 참기 힘든 분노가 일지만 원망하는 마음을 갖지 말자고 기도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제 나이가 여든"이라며 "앞으로의 삶은 기도하는 삶과 봉사하는 삶, 주님께 답을 구하는 삶이 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서민경제가 어렵고 외교안보가 불안하다는 소식이 들린다. 하지만 대한민국은 위기에 강하고, 대한민국 국민은 매우 지혜롭다"며 "갈등과 분열, 적대감을 뛰어넘어 상대를 인정하고 배려하는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직한 사회와 공정한 사회, 자유와 번영의 길로 다시 나아가야 한다"고 했다.
이 전 대통령은 "이번 재판은 이명박 개인에 대한 심판에 머무르지 않는다"며 "명백한 정치적 기소인데, 이 나라의 정의가 살아있는지 가늠하는 잣대가 될 것이다. 역사의 일부로 훗날까지 남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은 사법정의가 살아있다고 믿는다. 부디 진실을 밝혀내는 의로운 법조인이 되어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했다.
검찰은 이 전 대통령에게 징역 23년에 벌금 320억원, 추징금 163억여원을 구형했다. 검찰은 "반헌법적 행위를 단죄하고 법치주의의 근간을 확립할 필요가 있다"며 "수많은 진술과 방대한 물증들이 혐의의 당사자로 이 전 대통령을 가리키고 있다"고 했다.
[오경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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