黃 '보수재건 3원칙 수용' 선언하려다 친박 "우리공화당 간다" 반발에 접어
새보수당은 '통합'보다 '자강'에 방점…유승민 "우리 갈 길 가는 게 낫다"
최고위 발언하는 황교안 |
(서울=연합뉴스) 조민정 이슬기 기자 = 4·15 총선이 세 달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속도전' 양상을 띠고 있는 보수통합 논의가 제대로 출발도 하기 전에 제동이 걸린 모양새다.
한국당 황교안 대표는 전날 총선 전 야권 통합을 위한 '통합추진위원회'(통추위)를 공식화하고 이를 기반으로 이달 내에 통합을 이루겠다고 공언했지만, 당내에서부터 불협화음이 터져 나오고 있는 것이다.
당내에선 조만간 황 대표가 새로운보수당 유승민 의원이 제시한 '보수재건의 3대 원칙'을 전격 수용한다는 공개 선언이 임박했다는 말이 나왔다.
이 3원칙은 보수재건을 위해서는 '탄핵의 강'을 건너고, 개혁보수로 나아가며, '낡은 집'을 허물고 '새 집'을 지어야 한다는 것이다. 유 의원은 이들 원칙 하에서 보수 통합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황 대표의 '공개 선언' 계획은 결국 무산됐다. 당내에선 친박(친박근혜)계 의원들의 반발 여론이 이면에서 작용하지 않았겠느냐는 말이 나왔다.
당초 통합 추진과 관련해 한국당과 새보수당 양측이 동의하는 합의문도 만들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황 대표와 새보수당측이 사인만 하면 되는 단계까지 양측의 물밑 접촉이 상당한 수준으로 진전됐다는 것이다.
당 핵심 관계자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양측이 합의문을 낸 뒤 황 대표와 유 의원의 만나 손을 잡는 것까지도 향후 시나리오의 하나로 검토했을 정도로 논의가 깊숙이 진행됐었다"고 전했다.
이런 계획이 알려지자 친박(친박근혜)계 의원들이 거세게 반발했다고 한다.
탄핵에 찬성하고 새누리당(한국당 전신) 분당을 주도한 유승민 의원과의 '당 대 당' 통합은 절대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통합 파트너로 거론되는 대상들이 통합의 방향과 방법에 대해 이견을 좁히지 못하는 상황에서 당내에서조차 의견 합치가 이뤄지지 않은 것이다.
한 친박계 의원은 통화에서 "유승민 의원의 3대 원칙을 수용하겠다고 공개 선언하면서 굳이 유 의원을 띄워줄 필요는 없지 않나. 유 의원을 받으면 한국당을 탈당하고 우리공화당 등으로 가겠다는 의원들도 상당하다는 것을 지도부에 전했다"고 말했다.
당 관계자는 통화에서 "밤사이 친박 의원들이 황 대표에게 집중적으로 반대 의사를 표시한 뒤 황 대표가 (3원칙 수용 선언을) 하지 않는 것으로 했다고 한다"며 "3원칙을 받아들이고 두 사람이 공식적으로 만났으면 중도 확장에 도움이 됐을 텐데 안타깝다"고 말했다.
윤상현 의원도 페이스북 글에서 "누가 통합을 가로막고 있는가, 누가 황 대표의 메시지를 오락가락하게 만드는가, 누가 보수의 분열을 부추기고 있는가"라며 "황 대표의 통합 의지는 분명하고 총선 승리에 대한 책임감도 확고한데, 뒤에 숨어서 이름도 드러내지 않고 무책임하게 황 대표의 판단을 흐리게 하는 사람들이 문제"라고 비판했다.
자료 살피는 하태경-유승민-정운천 |
한국당이 주춤한 사이, 지난 5일 창당한 새보수당은 '통합'보다는 '자강'에 방점을 찍었다.
새보수당 보수재건위원장을 맡은 유승민 의원은 이날 당 대표단 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한국당이 3원칙 수용을 선언해도) 지켜보겠다"며 "창당한 지 며칠이나 됐다고 그런 (통합) 논의에 휩쓸리기보다는 저희가 갈 길을 가는 것이 낫다"고 거리를 뒀다.
새보수당의 한 의원은 "창당하자마자 통합한다고 하면 밸런스가 맞지 않는다. 한국당과의 온도 차는 당연히 있을 수밖에 없다"며 "2월 초까지 (논의가 지연돼도) 통합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며 통합의 가능성을 열어뒀다.
이 의원은 다만 "한국당과 '새로운 집'을 짓는 데 대해서는 어느 정도 내용이 공유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우리공화당의 경우 새로운보수당을 제외한 보수통합을 주장하고 있다.
유승민 의원 등 탄핵 찬성 세력을 배제한 통합이어야 옥중에 있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동의는 물론 '태극기 우파'의 민심을 얻을 수 있다는 게 우리공화당의 주장이다.
홍문종 우리공화당 공동대표는 통화에서 "일부 지역구는 한국당과 선거연대로 연합공천을 하고, 우리공화당도 비례대표 후보를 내는 방안을 고려 중"이라며 "이같은 통합 방안을 놓고 한국당과도 교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국민통합연대 주최로 열린 중도·보수 대통합을 위한 정당·시민사회단체 대표자 연석회의에서는 중도·보수 대통합을 위한 '통합추진위원회' 구성을 제정당에 제안하기로 했다.
연석회의에는 한국당 정미경 최고위원, 새보수당 정병국 인재영입위원장, '미래를 향한 전진 4.0' 창당준비위원장인 무소속 이언주 의원 등이 참석했다.
chom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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