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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8 (수)

이슈 고유정 전 남편 살해 사건

시신 가방, 분홍 파우치…고유정 '완전 범죄' 습성에 무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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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차 공판 檢, 고유정 육성 공개

현 남편에 의붓아들 살해 취지 언성

과거 핸드폰으로 찍고 기록하고 사실상 '범행 정황' 기록

법정에서 불리하게 작용…'완전 범죄' 무너져

아시아경제

전 남편 살해 등 혐의를 받는 고유정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전 남편(사망 당시 36)과 의붓아들(사망 당시 5세)을 살해한 혐의로 재판을 받는 고유정(37)의 결심 전 마지막 공판에서, 고유정이 현 남편(38)과 싸우다 다툰 통화내용이 공개됐다.


공개된 통화 내용에 따르면 고유정은 의붓아들을 언급하며 살해하고 싶다는 취지로 말했다. 앞서도 고유정이 직접 촬영하거나 기록한 일종의 범행 정황 증거 등이 공개된 바 있다.


검찰은 일련의 이런 행위들을 고유정의 습성으로 봤다. 습성이란 자기도 모르게 반복적으로 나타내는 일정한 행동, 버릇, 습관 등을 말한다.


종합하면 이런 습성은 결국 고유정이 범행에 착수한 시각 등을 수사당국이 추론할 수 있게 만드는 등 고유정에게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는 셈이다.


6일 제주지법 형사2부(정봉기 부장판사)는 살인 및 사체훼손·은닉 혐의로 구속 기소된 피고인 고유정에 대한 10차 공판을 진행했다.


이날 검찰은 고유정이 의붓아들을 계획적으로 살인했다는 정황 증거라면서 녹음 내역 등을 공개했다.


공개된 녹취 내용에 따르면 고유정은 의붓아들 A군이 사망하기 일주일 전 지난해 2월22일 오후 1시52분께 현 남편과 싸우다가 "내가 쟤(A군)를 죽여버릴까"라고 말하는 내용이 담겼다.


검찰은 "고유정이 해당 발언을 하기 1시간 전에 인터넷을 통해 4년 전 발생한 살인 사건 기사를 검색했다"고 밝혔다.


해당 기사에 나온 살인사건은 2015년 50대 남성이 치매에 걸린 자신의 어머니 얼굴을 베개로 눌러 질식시킨 사건으로, 고유정 사건과 매우 유사한 부분이 있다고 검찰은 주장했다.


검찰은 또 고유정의 '남편이 옆에 있는 사람을 누르는 잠버릇이 있다'는 SNS 글도 현 남편을 '의붓아들 살해'의 유력 용의자로 몰아가기 위한 일종의 노림수로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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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남편을 살해한 혐의로 구속된 고유정(37)이 지난해6월29일 오후 3시30분께 인천의 한 가게에 들른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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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종의 범행 기록으로 볼 수 있는 이런 기록은 앞서도 공개돼 고유정의 완전범죄 계획을 무산시켰다.


앞서 지난해 7월3일 제주지검은 기자간담회에서 고유정이 같은 해 5월25일 오후 제주시 조천읍의 한 펜션에서 전남편 강모 씨를 상대로 범행을 저지른 시간이 오후 8시10분부터 9시50분 사이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검찰이 이런 추정을 가능하게 한 결정적인 이유는 고유정이 휴대전화에 남긴 사진 3장에서 비롯됐다. 고유정은 촬영 소리가 나지 않는 휴대전화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해 사진을 찍었다.


검찰에 따르면 △당일 오후 8시10분에 촬영된 사진에는 범행시간을 가리키는 벽걸이 시계가 찍혔다. △같은 사진 오른쪽 하단에 강씨의 신발 등이 함께 찍혔다. △다른 사진에는 싱크대 위에 카레라이스를 다 먹고 난 뒤 햇반과 빈 그릇, 졸피뎀을 넣었던 분홍색 파우치가 놓여 있다.


또 범행 뒤 제주를 빠져나간 고씨는 5월28일 오후 8시54분께 완도행 여객선 5층 갑판에서 훼손된 △피해자의 시신이 담긴 것으로 보이는 여행용 가방을 놓고 사진을 찍기도 했다.


경찰 등에 따르면 고유정은 이후 오후 9시29분부터 43분까지 여행용 가방에서 시신이 담긴 것으로 추정되는 검은색 봉지를 꺼내 5분간 버렸다. 검찰은 고유정에게 이와 같은 사진을 찍은 이유에 관해 물었으나 진술을 거부했다고 밝혔다.


관련해 검찰은 "고유정에게 자신의 행동을 기록하는 습성이 있다는 현 남편의 진술이 있다"며 "해당 사진 3장을 유의미한 증거로 특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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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지법 도착한 고유정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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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날 공판에서 검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센터장과 수면학회 회장, 이정빈 가천대 석좌교수 등의 진술과 의견을 토대로 피해자가 아버지에 의해 숨질 가능성은 없다고 주장했다.


또 고유정은 의붓아들이 숨진 지난해 3월2일 새벽 시간 청주시 자택에서 컴퓨터를 이용해 인터넷 검색을 하거나, 휴대전화에 저장된 연락처를 삭제하고, 녹음된 음성을 재생해 듣는 등 깨어있었던 정황도 나왔다.


고유정은 2건의 살인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 공소사실에 따르면 고유정은 지난해 3월2일 오전 4~6시 사이 아버지와 자는 의붓아들 머리 뒷부분을 강하게 눌러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전 남편은 제주도에서 무인모텔에서 살해한 뒤 시체를 은닉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날 예정됐던 고유정의 친동생에 대한 증인신문은 철회됐다. 고유정 측 변호인은 "서증이나 물증으로 이 사건 증거를 탄핵하는 것이 맞다고 판단해 증인신문은 철회한다"고 설명했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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