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총경 “검찰, 먼지털기식 수사…‘버닝썬 의혹’과 무관한 혐의들로 기소”

일명 ‘승리 단톡방’ 멤버들과 유착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윤규근 총경(50)이 검찰의 ‘먼지털이식’ 수사를 비판했다. 공소사실 대부분이 클럽 ‘버닝썬’ 의혹과 관련 없는 혐의라는 취지의 주장이다.

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7부(재판장 정계선) 심리로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윤 총경의 첫 공판이 열렸다. 윤 총경은 녹색 수의를 입고 재판에 나왔다. 윤 총경은 ‘승리 단톡방’에서 ‘경찰총장’이라고 불린 인물이다.

이날 윤 총경 변호인은 검찰 공소사실에 대해 인정할지 여부에 대해 밝히기 전, 재판부에 “한 가지 말씀드릴 것이 있다”며 입을 뗐다.

변호인은 “이 사건은 언론 보도를 통해 시작됐는데, 가수 승리나 동업자 유인석(전 유리홀딩스 대표)이 피고인과 어떤 관계였는지가 주로 문제가 됐다”고 했다.

이어 “그러나 수사해보니 그런 내용이 드러나지 않았다. 수사기관이 먼지털이식 수사를 해서 기소를 했다”며 “공소사실을 보면 몽키뮤지엄 관련 혐의 빼고는 승리·유인석과 무관한 혐의들”이라고 했다.

변호인은 “재판부께서는 이 사건이 어떻게 시작됐는지, 어떻게 수사가 이뤄졌는지 살펴봐주시길 부탁드린다”고 했다.

윤 총경 측은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검찰 공소사실이 정모 전 녹원씨엔아이(옛 큐브스) 대표 진술에만 의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먼저 윤 총경 측은 정 전 대표에게 연락을 받고 서울 강남경찰서 경찰관들을 통해 승리·유인석 전 대표가 운영하던 주점 몽키뮤지엄의 단속 정보를 알아봐준 혐의에 대해 사실관계는 부인하지 않았다. 하지만 경찰관들에 대한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는 성립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변호인은 “피고인은 김모씨(강남서 경제범죄수사과장)와 공모한 사실이 없다”며 “김씨는 단순히 어떤 내용으로 단속됐는지 알아보고 알려준 것에 불과하다. 이걸 직권남용으로 볼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이어 “이게 직권남용죄라면 수사기관의 모든 일이 직권남용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윤 총경 측은 정 전 대표가 고소당한 사건을 무마해준 대가로 수천만원대 주식을 받고(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정 전 대표가 알려준 미공개정보를 이용해 큐브스 주식을 산 혐의(자본시장법 위반)도 모두 부인했다.

변호인은 “피고인은 정 전 대표를 위해 알선한 적도, (주식을) 수수한 적도 없다”며 “검찰의 주된 증거는 정 전 대표 진술이다. 다른 증거도 없다”고 주장했다.

수천만원대 주식을 받은 혐의에 대해서는 “주권을 발행하지 않는 주식이고, 검찰의 주식 가치 산정도 잘못됐다”고 했다.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주식거래 혐의에 대해서는 “미공개 정보를 이용하려면 막대한 이득을 취해야 하는데 전부 손해를 봤다”고 했다.

정 전 대표와 연락한 내용이 발각될 것을 우려해 정 전 대표에게 휴대전화에 저장된 내용을 지우라고 한 혐의(증거인멸 교사)에 대해서는 “정 전 대표도 재판을 받고 있는데, 정 전 대표가 본인 범죄를 은폐하기 위해 휴대폰을 (한강에) 버렸을 수 있다”고 했다.

윤 총경은 “변호인 설명이 본인 입장과 같으냐”는 재판부의 질문에 “네, 맞습니다”라고 답했다.

‘버닝썬 사건’을 보강 수사 중인 검찰이 지난해 10월15일 ‘경찰총장’으로 불린 윤 총경의 사건 무마 의혹과 관련해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본청을 압수수색하고 있다. 연합뉴스

유설희 기자 so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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