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팅 시한 마감 MLB 진출 무산
홍보 부족에 지난해 부진 주 원인
내년 FA인데도 너무 서두른 느낌
업체측 해명 불구 의문점은 여전
야구대표팀 중심타자 김재환이 MLB 포스팅에 나섰지만, 소득 없이 물러났다. [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메이저리그(MLB) 진출을 꿈꾸던 김재환(32·두산)의 도전이 허망하게 막을 내렸다. 김재환 매니지먼트사 스포티즌은 “메이저리그 4개 구단과 협상했지만, 계약 협의 과정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고 6일 발표했다. 6일 오전 7시(한국시각)로 김재환에 대한 MLB 포스팅(비공개 입찰) 시한이 종료된 직후다. MLB 포스팅에 나선 KBO리그 선수에 대해 응찰이 전혀 없었던 이전 사례는 세 차례(2002년 진필중, 2015년 손아섭·황재균)였다. 김재환의 포스팅 실패는 이들과는 또 다르다. 얻은 건 거의 없고, 손실이 더 컸다.
김재환이 포스팅에 나선다는 사실은 지난해 12월 5일 알려졌다. MLB 공시 마감 하루 전이었다. 당시 김재환이 MLB에 진출할 의지가 있다는 걸 아는 야구인도 거의 없었다. 심지어 두산 동료들은 그가 올겨울 포스팅 자격(7시즌)을 얻었다는 사실조차 몰랐다고 한다. 다행히 김재환의 포스팅은 마감일인 6일 MLB에 공시됐다. 김재환은 한 달 동안 MLB 구단의 계약 제안을 기다렸지만, 아무런 소득 없이 시간만 흘려보냈다. KBO리그를 대표하는 타자의 자존심에 금이 갔다.
다친 건 자존심만이 아니다. 김재환은 1년 뒤 자유계약선수(FA)가 된다. KBO리그는 물론 해외리그 어느 팀과도 계약할 수 있다. 선수에게 유리한 상황을 기다리는 대신 1년 일찍 도전했다면, 좀 아쉬운 조건이라도 받아들이는 게 상식이다.
김재환의 도전이 ‘무응찰 해프닝’으로 끝난 가장 큰 이유는 인지도 부족이다. MLB 구단들은 누적 데이터와 현장 수집자료로 스카우팅 리포트를 작성하고 보고한다. 포스팅을 거쳐 계약할 선수라면 구단 사장까지도 알고 있어야 한다. 계약 조건이 MLB 급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MLB 구단에는 김재환에 대한 정보가 거의 없었다. 김재환은 외야 수비력이 뛰어나지 않은 터라, 영입 구단은 그를 1루수 또는 지명타자로 활용해야 한다. 자원이 넘쳐나는 포지션에, 그것도 한 달 만에 김재환을 세일즈한다는 것은 처음부터 어려운 일이었다.
타이밍도 좋지 않았다. 2016년부터 두산의 주전 좌익수로 활약한 김재환은 3년 연속으로 3할 타율에 홈런 30개 이상을 기록했다. 특히 2018년은 타율 0.334, 홈런 44개였다. 하지만 지난해 성적이 뚝 떨어졌다. 타율 0.283, 홈런 15개였다.
스포티즌은 일본 최고 스타 오타니 쇼헤이(25·LA 에인절스)의 에인전시인CAA스포츠를 현지 대리인으로 선임했다. 아무리 협상력을 갖춘 CAA스포츠라고 해도 사전 홍보 없이 계약 체결에 성공할 수 없다. MLB 구단이 김재환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는 과정에서 2011년 그가 금지약물을 복용해 징계(10경기 출장정지)받았다는 내용도 전달됐다. 김재환과 스포티즌은 빈손으로 돌아왔다.
앞서 다른 세 선수의 무응찰 때와 달리, 이번에는 포스팅 비용이 확 낮아졌다. 응찰액(이적료)을 따로 책정해 지불하지 않고, 선수 계약액의 20% 이상을 원소속구단에 주면 된다. 그런데도 응찰 구단이 없었다는 건 김재환의 현재 가치가 높지 않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이다. 김재환은 이로써 올해 두산과 연봉 협상, 내년 FA 계약에서도 주도권까지 내줄 것으로 보인다.
한 달 전 스포티즌은 김재환의 포스팅을 발표하면서 MLB 계약을 자신했다. 그러나 6일 배포한 보도자료 제목은 ‘김재환, MLB를 향한 의미 있는 도전으로 마무리’였다. 올해는 큰 기대를 하지 않았고, 내년에 다시 한번 제대로 도전하겠다는 게 매니지먼트사 입장이다.
스포티즌은 “MLB 구단과 협상하며 세부 사항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고 발표했다 그들의 말대로 계약의 ‘세부 사항’ 탓에 계약이 불발됐을까. 또 그게 MLB 도전을 1년 미룰 정도로 큰 것이었을까. 그건 알 수 없다. 스포티즌은 또 “MLB 진출에 대한 김재환의 강력한 의지를 표명했다는 의미가 크다”고 주장했다. 이번 실패를 ‘좋은 경험’으로 삼겠다고 한다. 그렇게 만족하기에는 김재환의 손실이 상당히 커 보인다. ‘무응찰 해프닝’을 통해 매니지먼트사가 ‘좋은 경험’을 했다면 몰라도.
김식 야구팀장 seek@joongang.co.kr
▶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 이슈를 쉽게 정리해주는 '썰리'
ⓒ중앙일보(https://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