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새보수당, '통합 조건' 신경전…대선까지 노린 '수싸움' 해석도
안철수, 제 3지대서 '反文연대'로 총선 임할듯…9일 토론회 메시지 주목
총선 승리를 위한 통합 필요성엔 공감하지만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을 비롯해 새로운보수당,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 측, 신당을 준비 중인 무소속 이정현·이언주 의원, 우리공화당, 국민통합연대까지 통합 대상으로 거론되는 거의 모든 세력이 각기 이해득실을 따지며 수 싸움을 벌이고 있어서다.
'보수 종가' 한국당이 '통합추진위원회'를 띄우며 통합 논의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선 모습이다. 한국당이 바라는 통합은 다른 정당·정치세력이 '큰 집'에 모이는 통합이다. 황교안 대표 체제를 유지한 상태의 통합을 전제로 한다.
최고위 발언하는 황교안 |
황 대표는 6일 최고위원회의에서 '통추위' 구성을 공식화하면서 "자유민주주의 세력의 뿌리 정당인 한국당이 앞장서서 통합의 물꼬를 트겠다"고 밝혔다. 통합의 키를 자신이 쥐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황 대표는 최근 통합 대상 세력들과 직·간접적인 탐색전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30일에는 이언주 의원을 직접 만났다. 당 핵심 인사들을 통해 새보수당과 우리공화당과도 통합 논의를 진행 중이다.
홍문종 우리공화당 공동대표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탄핵에 찬성한 김무성·유승민 의원과 함께 하는 통합은 절대 받아들이지 못하지만, 비례전담 정당의 몫을 우리공화당에 주는 식의 연대는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선 황 대표가 최근 '수도권 험지 출마' 카드를 꺼내 든 것을 두고서도 통합 보수진영의 중심에 서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황 대표가 직접 수도권 격전지의 '한강벨트'를 진두지휘하면서 총선에서 '정권 심판' 바람을 일으키고 이후 보수진영 주도권을 계속 쥐겠다는 복안이 깔렸다는 것이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왼쪽), 바른미래당 유승민 의원 |
반면 새보수당과 안철수계는 한국당과는 다소 거리를 두는 분위기다.
전날 공식 창당한 새보수당 인사들은 한국당과 지난해 가을부터 물밑에서 접촉해왔지만, 황 대표가 당권을 내려놓는 등의 자체 쇄신의 모습을 보이지 않는 한 한국당과의 통합 논의에는 참여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한국당이 환골탈태 수준으로 쇄신하지 않으면 아무리 정권 심판론을 내세우더라도 총선에서 국민 신뢰를 받기 어려운 만큼 황 대표 체제가 유지되는 상태에서 한국당이 주도하는 통합은 불가하다는 것이다.
새보수당 핵심 관계자는 통화에서 "한국당 주도 통합추진위엔 참여할 수 없다. 한국당의 노선과 시스템을 그대로 유지한 채 당 이름 정도만 바꾸는 것도 안 된다"고 말했다.
이혜훈 의원은 이날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새보수당이 변화와 혁신의 마중물이 되고, 새보수당 중심의 통합이 이뤄져야 총선에서 승리할 수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특히 새보수당 내에서는 공천권 등 통합 협상의 세부 내용을 두고 한국당 측과 진통을 겪으면서 황 대표의 진정성을 의심하는 기류마저 형성됐다.
새보수당의 한 의원은 통화에서 "작년 성탄절 전 전직 의원을 통해 황 대표의 제안이 왔으나 '공천은 1%도 나눌 수 없다', '대표를 흔들지 말라'는 내용이었다"고 전했다. 이 의원은 "지금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그런 주장으로는 통합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황 대표가) 빨리 깨닫는 수밖에 없다"고 했다.
안철수 정계 복귀 선언 (PG) |
정계 복귀를 선언한 안철수 전 대표도 당장 세(勢) 불리기만을 위한 한국당과의 '묻지마 통합'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이날 한 언론 인터뷰에서 "제1 야당은 수구·기득권·꼰대 이미지에 묶여 있다"며 한국당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내비쳤다.
정치 입문 후 꾸준히 중도·개혁 성향의 실용주의 정치를 주장해온 만큼, 귀국 후에도 '제3지대'에서 반문(반문재인) 연대를 주도하면서 양극단의 대결 정치에 신물이 난 국민의 표심을 노리는 구상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이와 관련해 안 전 대표는 오는 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안철수계 의원들이 여는 '한국 정치 이대로 좋은가' 정책토론회에 영상 메시지를 보내 향후 행보의 방향을 밝힐 예정이다.
창당을 추진하는 무소속 이정현 의원 역시 통화에서 "논의가 시작도 안 됐는데 결론 난 것처럼 보도되고 있다. 경솔하게 놀아나고 싶지 않다"며 통합 논의에 거리를 뒀다.
중도·보수 진영의 통합을 둘러싼 각축전의 이면에는 공천 지분과 같은 이해득실은 물론, 총선 이후 정계 주도권을 염두에 둔 두뇌 싸움이 자리하고 있다는 해석도 있다.
총선에서 주도권을 잡아야 향후 보수 진영의 독보적 대권 주자로 올라서는 데 유리한 고지를 점령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국민통합연대 집행위원장인 이재오 한국당 상임고문은 통화에서 "한국당이 통추위 구성을 말하는 것은 주도권을 놓지 않겠단 얘기"라며 "그 속이 빤히 보이는데 보수진영 사람들이 흔쾌히 참여할 리 있나"라고 지적했다.
그는 대신 국민통합연대가 제안한 정당·사회단체 대표자 연석회의에 한국당이 참여할 것을 주장했다.
wis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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