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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3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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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혜원의 골프디스커버리] KLPGA 16년차 홍란의 장수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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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언젠가부터 선수들의 시야가 조금씩 넓어지기 시작했다. 몇몇 선수들에게 우승은 더이상 목표가 아니다. 우승은 기회가 왔을때 주어지는 선물이고, 그들의 목표는 좋은 감을 유지하면서 오래도록 투어 생활을 하는 것이다.

그런걸로 따지면, 올해로 KLPGA투어 16년차인 홍란은 다른 선수들에게 부러움의 대상이다. 통산 4승을 올렸고, 단 한번도 시드를 잃은 적이 없다. 지난해 6월 300경기 출전 기록을 세웠다. 15년간 매년 약 20개의 경기를 치른 셈이다.

홍란에게 '지인들은 네가 남들과 다른 점이 뭐라고 하나' 물어봤다. "오랜시간 나를 가르쳤던 고덕호 프로는 다른 선수들과 달리 시야가 넓었다고 평가했다"고 답했다. 당장, 지금, 오늘 이 경기만 보는 선수들이 태반인데, 홍란은 4일, 한달, 시즌을 보고 플레이하는 장기적 안목을 가졌다는 것이다. 연습도 많은 시간을 하기보다 효율적으로 해서 지금까지 지치지 않고 시합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게임이 안 풀리고, 모든게 무너져버리는 것처럼 느끼는 순간에 난 절대 너를 버리지 않을거라고, 절대적으로 너를 응원한다고 해주신 분들의 격려를 잊지 못한다고 한다. 경기가 잘 안 풀리던 때, 스폰서 삼천리의 도움으로 만나게 된 야구스타 박찬호가 해준 말도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힘들다고 느끼는 건 지금까지 행복한 시간이 있었기 때문에 힘들다고 느끼는거라는 얘기가 홍란 마음에 와닿았다. 더 힘든 사람도 있는데, 내 자신에게 빠져서 너무 힘든 척하는 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고 했더니 이사람이 더 힘들고, 저 사람이 덜 힘든건 없는거라며 내가 가장 힘들면 힘든거라고 슬럼프 상황에 대해 들어주고 공감해줘서 그때 큰 힘이 되었다고 한다.

그렇게 홍란의 커리어는 본인의 넓은 시야와 주변의 가까운 격려가 이루어낸 컴비네이션인 셈이다.

한편, 나름대로 성공적인 투어 생활을 한 홍란에게도 늘 아쉬움은 있다. 지난 15년간 대회를 뛰면서 아쉬웠던 경기를 물어보니 역시나 우승을 놓친 경기가 기억에 남는다고 한다.

때는 2009년 하이원 리조트컵, 총 3라운드로 치뤄진 경기에서 홍란은 이틀 연속 선두를 지켜, 챔피언조로 마지막 라운드를 남겨둔 상황이었다. 2라운드 경기를 마친 홍란은 부모님과 식사를 하러 갔는데, 같은 곳으로 우연히 대회 관계자들이 식사를 하러 왔다고 한다. 그 상황에서 홍란 아버지께서 딸이 우승할 것 같은 마음에 내일 우승할텐데 밥을 사면 어떻겠냐고 하셨고, 홍란은 괜히 김칫국부터 마시는 것 같고, 샴페인 미리 터뜨리는 느낌이어서 그냥 조용히 가자고 반대를 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서로 감정이 상했고, 홍란은 다음날 시합을 망쳐버렸다. 당시 캐디를 하시던 아버지와는 단 한마디도 하지 못하고 경기했다. 대회 최종 순위는 30위. 홍란은 마지막날, 무려 79타를 치며 대회를 마쳤다며 그 경기가 참 아쉬웠다고 웃으며 말했다.

아쉬운 것도 많지만, 감사한 것 많았던 투어 생활. 더이상 주류가 될 수 없음을 인정하고, 요즘은 인생을 찾으려 노력중이라는 홍란. 그의 시야가 넓다는 누군가의 말에 공감할 수 밖에 없다.

〈KLPGA 프로·PGA투어 한국콘텐츠 총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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