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5 (월)

이슈 정치권 보수 진영 통합

선거제 개편, 소수정당 ‘쥐구멍’에도 햇볕 들까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원내교섭단체까지 꿈꾸는 정의당… 녹색당·노동당 등 원내 진입 주목

원내·외 소수정당들의 21대 총선 전략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청년’이다.

이병길 정의당 전략본부장은 “딸랑 청년 하나만 후보로 내는 것이 아니라 청년들이 ‘정의당 원팀’으로 다수가 출마할 수 있도록 비례대표 공간을 열어주는 한편, 지역에서도 각자의 콘셉트로 청년들이 후보로 나설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신창현 민중당 대변인도 “민중당은 이미 청년민중당이라는 이름으로 자체조직을 갖추고 독자적인 정치활동을 해왔다”며 “조국 사태 이후 불평등이 사회적 쟁점이 된 만큼 ‘구의역 김군의 친구들’을 중심으로 청년 비정규직 문제를 이슈화할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현재 1단계 비례대표 후보를 선출한 녹색당은 김혜미(26·사회복지사), 성지수(29·연극인), 정다연(30·전직 기자), 고은영(35·제주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 김기홍(37·성소수자 인권활동가) 등 청년층을 비례후보로 선정했다. 역시 비례 1단계 후보로 선출된 하승수 공동운영위원장(50)만 유일하게 2030세대가 아닌 셈이다.

그동안 원내 비교섭단체에 머무르던 소수정당·원외정당으로 머무르던 이들 정당이 이번 선거제 개편의 덕을 볼 수 있을까. 연동형비례제 도입은 이들 정당들이 줄기차게 요구해오던 사항이었다.

경향신문

지난해 10월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녹색당 ‘2030 여성출마 프로젝트’ 출마자들이 “평균연령 55.5세 아저씨 국회 바꾸자”를 주제로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 권호욱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정의당 “원내교섭단체 구성이 목표”

선거제 개편안이 통과되면서 가장 많이 주목받는 쪽은 정의당이다. 당면한 목표는 20석 이상, 원내교섭단체를 만드는 것이다.

“충분히 가능하고 현실 가능한 수준에 와 있다.” 이병길 본부장의 말이다. 청년전략과 함께 정의당이 주목하고 있는 것은 호남의 가능성이다. 이 본부장은 “2018년 지방선거부터 정당지지율만 보면 정의당이 호남에서 ‘제1야당’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며 “물론 민주당과 격차는 크지만, 호남에서 민주당을 뛰어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호남이 과거 안철수에게도 기회를 줬고, 자유한국당 의원도 두 명을 당선시켰는데, 이번에 호남은 진보야당 정의당을 밀어보는 게 어떠냐’는 논리를 펼 계획이다.

원내교섭단체와 관련해서는 “원내교섭단체 자체를 브랜드화할 계획”이라고 그는 말했다. 교섭단체가 되면 상임위 및 특별위 의원 선임, 본회의 및 위원회에서 발언권뿐 아니라 의사일정 변경 동의, 국무위원 출석요구, 의안수정 동의 등의 권한도 생긴다. 이 본부장은 “교섭단체가 돼서 원내 지위가 달라지면 그동안 지체되어온 법안 통과 등 상황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정의당 지지 유권자들에게 구체적으로 제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역구에서는 경기 고양에 출마하는 심상정 당 대표와 박원석 전 의원, 전남 목포에서 출마할 예정인 윤소하 의원, 경기 안양 동안을의 추혜선 의원, 경남 창원성산 여영국 의원 등이 유력 후보로 거론된다.

정의당은 지난 총선에 이어 이번 선거에도 비례후보나 선거인단 등을 외부에 열어 경쟁력 있는 유력 후보들을 영입한다는 방침이다. 참여정부 출신으로 유명 군사평론가였던 김종대 의원의 발탁 케이스가 대표적이다. 정의당은 진성당원제를 채택하고 있다. 원칙적으로는 당 밖 인사의 당직 참여나 후보참여는 불가능하다. 정의당은 ‘무지개 전략’이라는 이름으로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 대표를 정책배심원단으로 참여시켜 비례후보를 선출하는 방식으로 ‘흥행’을 노리고 있다.

조직 대중에 기반을 둔 민중당 역시 이번 총선에서 약진이 예상된다. 신창현 대변인은 “현재의 민중당 지지율과 변경된 선거제도를 바탕으로 시뮬레이션해보면 민중당은 비례 3석을 포함해 4석을 받을 수 있는 것으로 나온다”고 말한다. 현재 김종훈 의원(울산 동구) 소속이 민중당이다. 신 대변인은 “현재 비례의석이 주어지는 전체 투표수의 3%는 약 76만 표인데, 민중당은 100만 표 득표전략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민주노총 조직원을 비롯해 전농 등 대중단체 회원들을 최대한 조직하면 100만 표는 달성 불가능한 숫자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예를 들어 민주노총 조직원만 100만 명인데, 전체를 다 포괄하지 못하더라도 ‘민주노총당’ 등 정치세력화를 고민하는 민주노총과 공동 전략을 펴면 소속 조직원 상당수의 지지를 흡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과거 선거에서 민중당 지지 입장을 표방해온 전국농민회총연맹 등 조직 대중이 전국적으로 움직이면 ‘의외의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경향신문

선거법과 검찰개혁법안 처리를 위해 국회 본청 앞에서 34일간 농성을 한 정의당이 지난해 12월 31일 농성 해단식이 끝난 뒤 총선승리를 기원하며 만세를 부르고 있다. / 김영민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녹색당, 이번엔 원내 진출할 수 있을까

바뀐 선거제도로 계산했을 때 실제 정당투표로 100만 표를 얻으면 약 5~6석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민중당은 지역구에서는 전남 순천에 출마할 김선동 전 의원, 경기도 의정부을의 김재연 전 의원, 경기 성남 중원 김미희 전 의원 등도 판세에 따라 국회 진출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당력을 집중할 계획이다.

선거제도 개편에 따라 녹색당이 원내 진출에 성공할 수 있을지도 21대 총선의 관전포인트다. 2012년 창당한 녹색당은 그동안 두 차례의 총선(2012·2016년)에서 당선자를 내는 데 실패해 원외에 머물러왔다. 하승수 운영위원장은 “비록 이번 선거제 개편이 불완전한 형태로 이뤄졌지만 준연동형비례제의 틀을 갖고 있는 만큼 녹색당은 비례대표를 중심으로 선거를 치른다는 전략”이라고 밝혔다. 녹색당은 지난해 12월 14일 1차 비례후보 선정으로 일찌감치 후보를 결정한 상태다. 비례 정당투표 위주로 선거전략을 마련하고 있지만 ‘전략지역구’도 선정해 “숫자와 관련없이 필요한 대로 낸다”는 방침이다. 원외 소수정당들이 정당해산을 당하지 않고 현재의 당 형태를 유지할 수 있게 된 것은 녹색당 덕분이다. 종전 정당법은 선거에서 2%를 못 받은 정당의 등록을 취소하고, 향후 4년 동안 동일한 당명을 쓰지 못하게 되어 있었다. 2012년 0.48%로 정당등록이 취소된 녹색당은 이 조항에 대한 위헌소송을 냈고, 2014년 승소해 녹색당이라는 이름을 계속 쓸 수 있게 되었다(이 기간에 녹색당은 ‘녹색당 더하기’라는 당명으로 활동했다).

보수우파 진영에서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반대세력의 꾸준한 지지를 받고 있는 우리공화당의 원내 진출이 점쳐지고 있다. 우리공화당은 이미 20대 국회에서도 2명의 의원(홍문종·조원진 공동대표)이 소속된 원내 정당이다. 패스트트랙 국면에서 준연동형비례제 도입·공수처 설치를 ‘문재인 좌파독재권력의 정권연장 음모’로 규정하며 전면 거부투쟁을 벌였지만, 바뀐 선거제도의 실제적 수혜자 중 하나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경기 의정부을이 지역구인 홍문종 대표나 대구 달서병이 지역구였던 조원진 대표 모두 지역구 대신 비례 상위후보로 출마할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공화당 전략기획단장을 겸임하고 있는 박태우 사무총장은 “보수를 표방하는 정당은 많지만 우리공화당만이 유일하게 투쟁하는 보수, 정통보수정당”이라며 “당연히 다가올 총선에서는 현재 2석보다 많은 의석을 차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자유한국당이나 다른 보수정당들과 연대 가능성에 대해서는 “아직 연대 문제 등을 논의하기에는 이르다”며 “선거에 대한 본격대응이나 전략수립은 1월 중순 정도나 되어야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MB계 중심의 중도 보수세력 정치세력화 시도’로 주목받았던 국민통합연대는 “당을 만들진 않을 것”이라고 한발 물러선 상태다. 이상용 대변인은 “국민통합연대는 중도보수 통합에 역점을 두고 사회원로인사들이 중심이 되어 대통합을 호소하기 위해 만든 시민단체”라며 “MB 최측근 인사인 이재오 전 장관 참여로 오해를 받고 있지만, 이 전 장관을 제외하곤 언론인·교수 등 공동대표 인사 중 MB와 관련된 인사는 없다”고 말했다. 국민통합연대는 자유한국당과 새로운 보수당 등 보수진영에 통합 압력을 넣기 위해, 우선 중도 보수성향의 시민사회단체들을 모아 공동보조를 맞출 계획이다. 태극기부대 등 박근혜 지지·탄핵 반대세력과는 일정한 선을 긋고 있다. 이 대변인은 “중요한 것은 문재인 정부의 실정으로 경제·안보가 위기에 빠졌고, 국회도 일방적 운영으로 대의제가 파탄 났다는 것”이라며 “탄핵은 이미 역사가 되었으니 거론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우리의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이밖에도 노동당(대표 현린), 우리미래당(우리미래)(대표 오태양·김소희), 기본소득당(대표 용혜인) 등도 이번 총선에서 주목해볼 만한 원외 정당이다.

원내 비례 진출 확실시되는 우리공화당

노동당 총선기획단장을 맡고 있는 나도원 부대표는 “노동권과 생존권, 정치개혁의 세 가지 테마를 ‘노동당표 진보정책’으로 잡아 제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노동당은 노동시간 단축, 최저임금 인상, 중대재해 처벌, 5대 공공(주택·교육·의료·교통·통신) 무상 정책 등을 대표정책으로 내세울 계획이다. 노동당에서 독립해 현재 창준위를 결성한 기본소득당은 기본소득을 당명에 삽입하는 등 정책정당을 표방하고 있다.

바른미래당 창당 당시 당명 도용 논란으로 주목을 받은 우리미래당은 이번 총선이 창당 후 치르는 첫 번째 총선이다. 유애림 기획국장은 “현재도 당직자는 평균연령 20~30대가 맡고 있는 젊은 정당”이라며 “이번 총선이 우리 정체성을 홍보할 수 있는 가장 큰 기회로 생각하고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역구에도 후보를 가급적이면 많은 후보를 출마시킬 계획이지만 현재 소셜미디어(SNS)로 비례후보자 선거를 진행 중이다.

“일각에서는 선거제 개편 후 소수정당의 난립을 걱정하고 있지만, 실제 3% 봉쇄조항 때문에 원내 진출은 쉽지 않다. 2004년 1인 2표제 도입 후 엄밀한 의미에서 원외에서 원내로 들어간 경우는 민주노동당을 제외하고는 하나도 없었다.” 하승수 녹색당 운영위원장의 말이다. 그는 이번 선거제 개편 국면에서 비례민주주의연대라는 단체를 이끌며 연동형비례제 도입 논의에 앞장서왔다. 원외 소수정당 앞을 가로막는 장벽은 그뿐만이 아니다. 비례후보의 연설·대담, 광고가 아닌 공보물 배포 제한 등 연동형비례제 도입에도 불구하고 비례후보의 선거 홍보활동을 가로막는 규정은 개정되지 않았다. 정당등록 취소에 이어 2016년 위헌판결을 받은 후보등록 시 1500만원 공탁 관련 규정도 이후 국회에서 대체입법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로 남아 있다. 하 위원장은 “선거법은 바뀌었지만 비례대표제가 효과를 얻으려면 더 많은 장벽이 무너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 장도리 | 그림마당 보기

▶ 경향신문 최신기사

▶ 기사 제보하기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