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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주열의 정진기(政診器)] 실패한 한국당 투쟁, '쇼'로 '민심' 얻을 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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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은 삭발과 단식에도 선거법과 공수처법을 막지 못했다. 이후 의원직 총사퇴 카드까지 꺼냈지만, 국민의 지지를 얻는 데는 실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황교안 대표와 심재철 원내대표 등 당 지도부와 당직자들이 경자년 새해 첫날인 1일 현충원을 찾아 참배하는 모습. /임영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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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승리를 위해선 절실함을 갖고 '보수 통합'에 성공해야

[더팩트ㅣ허주열 기자] 지난해 내내 이어진 자유한국당의 투쟁이 사실상 실패로 막을 내렸다. 삭발, 단식, 육탄저지, 장외투쟁, 마지막엔 '의원직 총사퇴' 카드까지, 할 수 있는 투쟁 카드를 모두 꺼냈다. 그런데도 결국, 범여권의 선거법·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 처리를 막지 못했다.

이는 무엇이 국민 다수를 위한 정치인지에 대한 고민이 부족했고, 본인들이 제시한 방안들에 진정성이 없었던 탓이 크다. 집권여당의 민생, 개혁 법안에 대한 무조건적 반대 행보는 핵심 지지층 외 중도에 속한 국민의 외면을 받았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한국당 지지율은 30% 안팎에서 고착화됐다.

문재인 정권과 여당을 비판하면서 꺼내든 카드들은 잘못된 시도와 행보로 진정성을 의심받았다. 21대 총선을 겨냥한 첫 행보인 인재영입(지난해 10월 말)은 '공관병 갑질' 논란의 주인공 박찬주 전 육군 대장 영입을 1호 인재로 영입하려다 불발되며 시작부터 꼬였다.

당시 1차 인재영입 8명 명단 발표 후 기자들과 만난 황교안 한국당 대표는 "앞으로 준비하는 분들을 몇 차례 더 소개시키는 기회를 조만간 갖도록 하겠다"며 "새로운 인재들이 들어오고 있어 당 안팎에 있는 자유 시민과 함께 나라의 어려움을 막고 극복하는 정당이 되도록 폭을 넓혀가겠다"고 했지만, 아직 추가로 영입된 인재는 없다.

지난해 12월 2일에는 박맹우 사무총장이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당의 변화와 쇄신을 강화하고, 대여 투쟁을 극대화하기 위해 (중앙당) 당직자 전원(35명)이 황 대표에게 사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사퇴한다던 당직자 대부분이 유임됐고, 당 쇄신을 주장하며 총선 불출마 선언을 한 김세연 의원(당시 여의도연구원장) 찍어내기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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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30일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한국당 의원들은 공수처법 표결을 저지하기 위해 문희상 국회의장의 의장석 진입을 막았다. 하지만 결국 다수결의 힘으로 공수처법은 통과됐고, 한국당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의원직 총사퇴' 카드를 꺼내 '쇼'란 평가를 받았다. /문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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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30일에는 선거법 개정안에 이어 공수처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자 저항의 뜻으로 '의원직 총사퇴'를 결의했다.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사퇴 카드를 꺼낸 것에 대한 국민 여론은 싸늘했다. '쇼'라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국회법상 의원직 사퇴는 회기 중인 경우는 본회의에서 재적의원 과반 찬성으로 가결돼야 하고, 회기가 아닌 경우에는 국회의장의 허가가 필요하다. 범여권 의원들의 손에 한국당 의원들의 운명을 맡겨야 하는 것도 아이러니고, 문희상 의장이 허가할 가능성도 거의 없다.

이에 내부에서도 부정적인 목소리가 나왔다. 김영우 의원은 "의원직 사퇴 카드는 카드가 될 수 없다. 비호감 1위인 정당 소속 의원들의 사퇴는 모두를 행복하게 할 뿐"이라고 했고, 여상규 의원은 "의원직 사퇴 선언은 의미가 없다"고 했다. 두 의원은 차기 총선에 불출마한다.

한국당의 잇따른 헛발질에 정치평론가들 사이에선 "문재인 정권이 참 야당 복이 많다"는 얘기가 심심찮게 나온다. 실제 문재인 정권과 여당의 행보에 불만을 가진 국민도 적지 않다. 정권 차원에서 사활을 걸었던 북한과의 관계 개선은 돌고 돌아 제자리이고, 소득주도성장의 역풍에 곳곳에선 "힘들다"고 아우성이다.

그러나 정권에 실망한 이들은 대안으로 한국당을 고려하지 않고 있는 게 현실이다. 크게 변하지 않는 한국당 지지율이 방증이다. 이는 믿음직한 대안 정당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투쟁만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게 이미 증명됐다. 장외로 나가 정권을 비판하면서 지지를 호소할 때가 아니다. '정권 심판론'과 '여당 심판론'만으로는 떠나간 국민의 마음을 되돌릴 수 없다.

한국당에 가장 필요한 것은 그간 말로만 해온 '내부 혁신'을 국민의 눈높이에 맞게 현실화시키는 것이다. 나아가 차기 총선 승리를 위해선 절실함을 갖고 '보수 통합'에도 성공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또다시 기득권 다툼 등 잡음이 흘러나와선 곤란하다. 국민들은 한국당의 지난날을 알고 있고, 지금 행보도 지켜보고 있다.

sense83@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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