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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2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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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정계 복귀 선언…4월 총선 앞둔 여의도 정가 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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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전 의원 "이제 돌아가서 어떻게 정치를 바꾸어야 할지, 어떻게 대한민국이 미래로 가야 하는지에 대해 상의 드리겠다"

세계일보

바른미래당 안철수 전 의원이 2일 정계 복귀를 선언하면서 총선을 앞둔 여의도 정가에 적잖은 파장을 일으킬 전망이다.

안 전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이제 돌아가서 어떻게 정치를 바꾸어야 할지, 어떻게 대한민국이 미래로 가야 하는지에 대해 상의 드리겠다"며 정계 복귀 결심을 알렸다.

안 전 의원은 지난 2018년 6·13 서울시장 선거에서 패배한 뒤 정치 일선에서 물러나 같은 해 9월 독일 유학길에 올랐고 지난해 10월에는 미국으로 건너가 현재 방문학자로 스탠퍼드대에 머물고 있다.

정계 복귀 선언은 유학길에 오른 지 1년 4개월 만이다.

안 전 의원의 총선 출마를 비롯한 정치 재개도 관심이지만, 총선을 앞두고 야권의 정계개편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는 만큼 안 전 의원의 선택은 앞으로 그려질 총선 지형의 변수가 될 전망이다.

특히 안 전 의원이 중도·실용 정치를 강조해 왔다는 점에서 '중도층 확장'을 꾀하는 정당들, 특히 보수 야권을 중심으로 안 전 의원을 향한 러브콜이 쇄도할 것으로 보인다.

일단 안 전 의원 자신이 창당한 국민의당을 모태로 한 바른미래당으로의 복귀가 점쳐진다.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는 반쪽으로 쪼개진 당내 상황을 정리해 '제3지대 정당'으로 재창당하겠다는 구상이며, 이를 실현하기 위해 안 전 의원에게 전권을 위임하겠다는 뜻을 밝힌 상태다.

지난해 말 "안철수 전 의원이 돌아오면 요구하는 것을 다 들어주고 대표직도 사퇴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는 손 대표는 이날도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안 전 의원이 바른미래당에서 새로운 정치를 펼칠 수 있도록 적극 협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안 전 의원으로서는 자신이 창당한 바른미래당에서 전권을 쥐고 '제3지대 정당'을 주도하는 길이 열리는 셈이다.

권은희·김삼화·이동섭 의원 등 이른바 안철수계는 물론 과거 국민의당에서 한솥밥을 먹던 의원들이 바른미래당에 잔류하고 있는 만큼 정치 재개에 필요한 인적·조직적 지원도 받을 수 있다.

따라서 '제2의 바른미래당'을 간판으로 내걸고 2016년 총선에서의 국민의당 '녹색 돌풍' 재현을 시도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국민의당은 총선을 두 달여 앞둔 2016년 2월에 창당해 38석을 차지하며 돌풍을 일으켰다.

관건은 손 대표와 안 전 의원의 신뢰관계다. 손 대표와 안철수계가 지난해 말 안 전 의원의 정계 복귀를 누가 먼저 제안했는지 등을 놓고 공방을 벌인 게 대표적인 예다.

기저에는 안 전 의원의 복귀 시 손 대표의 사퇴 여부를 둘러싼 신경전이 자리하고 있다는 관측도 있다.

손 대표는 이날 오후 기자들과 만나 "안 전 의원이 원하는 대로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돕겠다"면서도 "나는 대표직을 내려놓는 이야기를 내 입으로 한 일이 없다"고 말했다.

안 전 의원이 '공동 창업주'인 유승민 의원이 그랬듯 바른미래당을 허물 가능성도 있다.

이 경우 안 전 의원이 자유한국당을 중심으로 거론되는 '보수 빅텐트'에 참여할지에 우선 관심이 쏠린다.

한국당 황교안 대표는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안철수계 의원들과의 접촉 여부에 대해 "헌법 가치를 존중하는 모든 정치세력과 정말 열린 마음으로 대화를 시도하고 있다"며 부인하지 않았다.

따라서 중도로의 확장이 절실한 한국당은 '문재인 정권 심판'을 앞세워 안 전 의원을 향한 구애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관건은 안 전 의원이 한국당이 내밀 손을 잡을지다.

안 전 의원은 이날 "이념에 찌든 기득권 정치 세력들이 사생결단하며 싸우는 동안 우리의 미래, 우리의 미래세대들은 계속 착취당하고 볼모로 잡혀있을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사실상 한국당에 대한 부정적인 인심을 감추지 않은 것이다.

지난해 여러 차례 '러브콜'을 보냈던 새로운보수당도 안 전 의원의 또 다른 선택지다.

새보수당 하태경 창당준비위원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안 전 의원의 귀국을 열렬히 환영한다"며 "안 전 의원이 추구했던 새 정치의 가치는 여전히 유효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새보수당을 주도하는 바른정당계가 그동안 바른미래당 내에서 국민의당계와 정체성 및 노선을 놓고 끊임없이 갈등을 거듭해 온 점은 안 전 의원의 새보수당 합류의 걸림돌로 꼽힌다.

따라서 안 전 의원이 바른미래당 내 안철수계 의원들과 새로운 정당을 만들어 '독자 생존'을 택할 가능성도 있다.

'전권을 넘기겠다'는 손 대표의 약속을 마냥 신뢰할 수 없고,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골자로 한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제3정당으로서의 활로를 모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안 전 의원의 측근인 김철근 전 바른미래당 대변인은 이날 자신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김철근TV'를 통해 "안 전 의원은 중도를 지향하면서 바른미래당, 새로운보수당 차원을 뛰어넘어 문재인 정권을 비판·견제하는 세력을 모으는 방법으로 새로운 세력 형성에 힘을 쏟을 것으로 본다"고 예상했다.

김 전 대변인은 한국당 중심의 보수통합에 참여할 가능성에 대해서는 "새로운 대한민국을 꿈꾸는 분들이 한국당으로 가지는 않을 것 아닌가"라며 부정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안 전 의원의 복귀가 '찻잔 속 태풍'에 그칠 가능성도 있다.

그동안 안 전 의원이 정치적 결단을 내리지 못하는 모습을 여러 차례 노출한 데다, 안 전 의원 역시 8년 전 정계에 처음 입문했을 때와 비교해 '참신함'이 떨어진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최근 한국갤럽의 차기 정치지도자 호감도 조사에서 안 전 의원은 호감도 17%, 비호감도 69%를 기록했다. 조사대상 7명 중 호감도는 가장 낮고 비호감도는 가장 높았다.

박형준 동아대 교수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안 전 의원이 과거 돌풍을 일으켰을 때의 안철수가 아니다"라며 "기본 지지기반이 약한 안 전 의원으로서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안 전 의원의 지역구 출마 여부도 관심을 끈다.

지역구에 출마하면 과거 당선됐던 서울 노원병 또는 고향인 부산이 유력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안 전 의원은 2013년 서울 노원병 보궐선거에 출마해 국회에 입성했고 이후 20대 총선에서도 노원병에 출마해 당선됐다가 대선 출마 후 국회의원직을 사퇴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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