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까지만 하더라도 주요 증권사는 올해 코스피지수 전망치 하단을 1900선까지 내렸다. 그러다 12월 들어 하단을 2000~2100선까지 올려잡았다. 2018년부터 이어져 온 미·중 갈등이 지난해 말부터 완화된 영향이다.
◇기저효과로 코스피 상승 예상…외국인 수급, 미·중 무역이 도와야
전문가들은 미·중 무역갈등과 외국인 순매도 등으로 지난해 한국 증시가 워낙 안 좋았기 때문에 올해는 기저효과를 톡톡히 누릴 것으로 분석했다. 미·중 무역분쟁이 격화한 이후 한국은 글로벌 교역 감소의 최대 피해국이었다. 지난해 한국 경제·산업·금융시장은 위축됐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한국은 미·중 무역분쟁 완화의 최대 수혜국으로 기저효과가 가장 클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김예은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교역량 감소에도 기저효과로 수출은 올해 소폭 증가해 성장률 반등을 이끌 것"이라고 했다. 반도체 등 주력 수출품의 수출 단가 개선, 기저효과 등으로 수출이 반등한다는 것이다.
이재만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코스피 순이익 증가율 (예상치) 기준으로 올해 3분기에 기저효과가 가장 클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오히려 주가 수익률은 이를 선행할 가능성이 높다는 측면에서 상반기 중 수익률을 높이는 전략이 유효해 보인다"고 했다.
올해에는 지난해와 달리 수급 주체가 연기금이 아닌 외국인이 돼야 성장 동력이 유지된다는 분석도 있다. 곽현수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코스피지수가 2200포인트를 넘기 위해서는 외국인이 필요하다"고 했다. 외국인 수급은 달러 약세 및 미국 주가와 동행하는 경향이 있다. 곽 연구원은 올해 S&P500 지수가 3300~3400포인트에 도달하면 한국 증시에서 외국인 지분율은 현재보다 1%포인트(P) 오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미·중 패권전쟁, 글로벌 부채 리스크(위험도) 등 금융위기 이후 지속한 불확실성·리스크 변수도 여전히 유효하다. 또 단기 해결이 어려운 부분이지만 반도체 업종에 대한 쏠림도 경계해야 한다. 코스피200 내 ‘30% 시총 룰’ 등을 감안해도 과도한 쏠림은 시장 왜곡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곽 연구원은 "중장기적으로 반도체에 버금가는 성장 산업을 육성하는 수밖에 없다"라고 했다.
그래픽=이민경 |
◇반도체·5G·조선 ‘맑음’…철강·석화 ‘흐림’
주요 업종을 기상도로 보면 반도체·5G·콘텐츠·조선이 올해 맑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반도체 업종은 올해에도 코스피 상승을 이끌 ‘대장주’로 꼽힌다. 증권업계는 시가총액 1·2위인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의 목표주가를 각각 7만원선, 12만원선으로 올렸다. 지난해 3분기부터 회복세를 보인 디램 수요로 올해 1분기 서버디램 가격이 반등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올해 두 회사의 신규 설비투자와 증설 공장 가동으로 반도체 생산량까지 증가할 전망이다.
5G도 반도체 업황 흐름을 타고 주목받는다. 시장정보업체 IHS마킷은 5G 스마트폰에 적용되는 6GB 이상 메모리 반도체 사용률이 올해 27%에서 2023년 47%까지 늘 것으로 예상했다. 콘텐츠 업황도 좋을 것이란 예상이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활성화 덕이다. 박정엽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정체기였던 지난해와는 달리 올해는 제작사 협상력 강화로 멀티플 확장기"라며 "방송국·넷플릭스·신규 글로벌 OTT 경쟁도 치열할 것"이라고 했다.
조선업은 지난해 바닥을 지났다는 평가를 받는다. 조선사들이 다시 수주를 시작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봉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LNG 액화프로젝트가 늘면서 2020년 선박 발주는 LNG선이 주도할 것"이라며 "탱커도 IMO 황산화물 배출 규제 시행으로 물동량이 크게 늘면서 발주가 늘어날 것"이라고 했다. 컨테이너선도 노후 선대 교체 수요와 2022년 공급부족에 대비한 발주로 2018년 수준까지 회복될 것으로 보인다.
건설과 제약바이오, 자동차 업종은 ‘맑음 뒤 흐림’이다. 건설업종은 ‘12·16 부동산 시장 안정화 방안’으로 2021년부터 3기 신도시 공급이 추진되면서 공급확대 기조가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김열매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예상 건설수주는 국내 140조원, 해외 350억달러로 국내외 합산수주는 지난해와 유사할 것"이라며 "올해는 성장 잠재력이 있지만 속도가 문제"라고 했다.
제약바이오 업종은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가 이달 열리면서 다국적제약사와 기술 수출 논의를 하는 업체들이 생길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후에는 숨고르기 국면이 예상된다. 자동차 업종도 최악의 수요 감소세로 지난해 바닥을 다졌다. 김진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2020년에도 글로벌 수요 등 외부요인은 여전히 불리하나 내부요인이 개선되면서 수익성을 회복할 것"이라면서 "신형 플랫폼과 연비 개선의 핵심인 신형 엔진의 탑재율이 본격적으로 높아지기 때문"이라고 했다.
철강과 석유화학 업종은 ‘흐림’ 이다. 철강 업종은 세계 철강가격을 좌우하는 중국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중국의 철강 수출이 다시 확대될 수 있기 때문이다. 석유화학 업종은 중동의 석유화학 설비 증설과 전기차 등 친환경차량 확대가 악재다. 황유식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제품 공급 과잉 우려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석유화학 제품 종류가 다변화돼 있고 IT소재와 헬스케어 등 고부가 제품 비중을 확대하는 기업 중심으로 투자하는 게 좋다"고 했다.
◇美 대선, 한국 증시에도 변수
외부 요인으로는 오는 11월 예정된 미국 대선이 중요한 변수로 꼽힌다. 민주당 유력 대통령 후보이자 상원의원인 엘리자베스 워런의 지지도 추이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재선 가능성을 지켜봐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한다면 금융시장 측면에서는 긍정적일 전망이다. 무역분쟁 사안이 있지만 지난해 말부터 어느 정도 완화하고 있으며 대선 레이스 중에도 합의가 또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경민 연구원은 "주목할 것은 트럼프의 감세, 제조업 부흥 등 강력한 경기 부양정책이다. 2016년과 비슷하지만 이미 영향력을 확인한 만큼 경기회복 기대심리는 크게 높아질 전망"이라고 했다.
민주당 대통령이 나온다면 단기적으로 정책 혼선이 예상된다. 워런이 대선 후보로 지명되면 미국 대형 기술주, 금융주, 제약바이오 업종의 변동성 확대가 불가피하다는 예상이 나온다.
이다비 기자(dabe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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