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남부지방경찰청에 마련된 화성연쇄살인사건 수사본부의 모습.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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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경찰 등에 따르면 이춘재는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수사본부에 지난해 9월 자신이 저지른 14건의 살인과 30여 건의 강간 등의 범죄를 자백할 당시 ‘화성 초등생 실종 사건’의 범행 경위를 털어놨다. 이 사건은 1989년 7월 7일 낮 12시 30분쯤 화성 태안읍 당시 초등학교 2학년생이었던 김모(8)양이 학교 수업을 마치고 귀가하던 중에 사라진 것이다. 그동안 실종 사건으로 여겨져 있었으나, 이춘재가 김양을 성폭행한 뒤에 살해한 사실이 밝혀졌다.
이춘재는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산에 올랐다가 우연히 김양과 마주쳐 범행을 저질렀다고 한다. 그는 "그냥 살기 싫다는 생각이 들어서 자살하려고 야산에 올라갔는데, 한 어린이가 지나가길래 몇 마디 대화하다가 일을 저질렀다"며 "목을 매려고 들고 간 줄넘기로 어린이의 양 손목을 묶고 범행했다"고 진술했다.
이춘재는 재심 절차에 들어간 ‘8차 사건’의 경위에 대해서도 입을 연 것으로도 전해진다. 그는 "동네 구멍가게에서 술을 마시고 집으로 가다 대문이 열려있는 집이 보여 방문 창호지에 난 구멍으로 안을 들여다봤는데, 여자가 자고 있어서 들어갔다"며 "남자가 있었으면 그냥 가려고 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8차 사건은 1988년 9월 16일 화성 태안읍 진안리 박모(당시 13세)양의 집에서 박 양이 성폭행당하고 숨진 채 발견된 사건이다. 당시 범인으로 지목돼 검거된 윤모(52)씨는 20년을 복역했다. 그러나 이춘재는 이 사건 또한 본인의 소행이라고 밝혔고, 윤씨는 작년 11월 법원에 재심을 청구했다.
이춘재는 프로파일러 조사 등에서 일부 사건의 범행 경위에 대해서는 입을 조금씩 열고 있으면서도 구체적인 범행 동기에 대해서는 여전히 침묵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이춘재는 자신의 내면이 드러날 수 있는 ‘성욕’과 같은 단어는 사용하지 않고 있어 범행 동기와 관련한 특별한 진술은 아직 없다"며 "이미 밝힌 부분들도 일방적인 진술이어서 계획적인 범행인지, 우발적이었던 것인지를 판단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수사본부는 최근 이춘재를 추가 입건하는 등 이춘재 연쇄살인사건의 마무리 수사에 들어갔다. 앞서 경찰은 이춘재가 저질렀다고 알려진 14건의 살인사건 가운데, 증거물을 통해 이춘재의 DNA가 확인된 3·4·5·7·9차 사건만 입건했었다. 그러나 자백의 구체성 등과 여러 정황에 미뤄 DNA가 확인되지 않은 나머지 9건의 살인사건에 대한 혐의도 인정된다고 보고 추가 입건했다. 경찰 관계자는 "수사가 언제 정확하게 끝날지는 정확하게 말할 수 업시만, 8차 사건 재심도 있기 때문에 최대한 빨리 마무리하려고 한다"고 했다.
[박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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