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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고용위기와 한국경제

재정 의존하더니...최악 고용 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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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 내년 1분기 채용계획

25만6,000명...10년 동안 최저

3분기 구인도 70만명선 붕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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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0월~내년 3월 채용(국내 5인 이상 사업체) 계획 규모가 전년 동기보다 약 4만명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대규모 재정투입에도 경기부진 탓에 기업들의 채용계획 인원이 10년 만에 최저치로 내려앉은 것이다. 올해 3·4분기 구인·채용 인원도 각각 70만명과 60만명선이 무너지면서 고용한파가 지속됐다.

고용노동부가 30일 발표한 ‘2019 하반기 직종별 사업체 노동력 조사 결과’에 따르면 상용직 5인 이상 사업체의 올해 4·4분기~내년 1·4분기 채용계획 인원은 25만6,000명으로, 전년 동기보다 3만9,000명(13.1%) 줄었다. 지난 상반기 채용 인원인 25만1,000명보다 소폭 오른 수치지만 하반기 기준으로는 2009년 23만6,000명 이후 최저다. 재정 중심의 고용정책을 폈지만 민간 부문은 여전히 ‘고용 참사’에 직면한 실정이다.

3·4분기 기준 구인 및 채용 인원도 각각 67만3,000명, 59만8,000명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6만6,000명, 7만5,000명 감소한 수치다. 구인 인원 70만명선이 무너진 것은 금융·제조업 구조조정이 한창이던 2015년 이후 처음이다. 채용 인원도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가 있던 2013년 이후 60만명선 아래로 떨어진 적이 없었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구인·구직의 급감은 결국 민간고용의 붕괴로 보는 것이 맞다”며 “정부가 노인 단기 아르바이트만 가지고 고용상황이 개선됐다고 볼 게 아니라 노동시장 유연화 등으로 인식과 정책을 전면 전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변재현기자 humbleness@sedaily.com

동시간 단축도 별무소용...‘기업 쥐어짜기식’ 고용정책 한계

주52시간제로 노동수요 늘었지만 운송업종 등 취업 꺼려

내년 고용시장은 더 암울...1분기까지 제조업 채용 27%↓

공공일자리 성격 강한 보건·사회복지서비스 채용만 확대

“돈풀어 만드는 단기일자리보단 노동개혁 등 정책전환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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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 투입에도 내년 채용 인원이 더 줄어들고 3·4분기까지 고용 한파가 지속된 것은 문재인 정부가 줄곧 강조했던 공공 부문 일자리 창출,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 등의 고용 정책이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주는 결과다.

단적으로 주 52시간 근로제로 일자리가 늘어난 버스 등 운송 업종에서는 근로자들이 취업을 기피했다. 대졸 이상의 ‘양질의 일자리’도 지원자들이 기업들이 요구하는 학력·경력 조건에 맞지 않아 고용으로 연결되지 않았다. 여기에 40대 중심의 ‘일자리 허리’인 제조업 경기가 더욱 악화할 것이라는 재계의 비관적 전망이 실제로 통계 수치에 반영되며 고용 한파에 일조했다. 전문가들은 이대로라면 고용을 견인하는 민간의 활력이 더욱 악화할 것이라며 규제 개혁 중심의 과감한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30일 고용부가 발표한 ‘2019년 하반기 직종별 사업체 노동력 조사’에 따르면 ‘고용 한파’는 기업의 규모와 업종을 가리지 않고 전 영역에서 고루 발생했다. 지난 3·4분기 기준 기업 구인인원은 내국인 6만5,000명, 외국인 2만2,000명으로 각각 전년 동기 대비 10.05%, 9.6% 감소했다. 실제 채용인원도 외국인은 2만1,000명으로 1.0% 증가했지만 내국인은 59만8,000명으로 9.9%나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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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규모별로도 마찬가지였다. 300인 이상 대기업의 경우 구인인원과 채용인원은 각각 14만3,000명, 13만6,000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8.5%, 8.8% 줄었다. 300인 미만 중소기업은 더욱 심각해 구인·채용인원은 53만명, 46만2,000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0.4%, 10.3% 감소했다.

업종별 구인인원을 살펴보면 제조업이 11만7,000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19.0% 감소했다. 부동산경기로 침체된 부동산업 및 임대업과 구인이 아예 없었던 광업을 제외하면 제조업 구인 감소율이 가장 높다. 도소매업(-18.9%), 숙박음식업(-11.7%), 교육서비스업(-15.4%) 등 전방위적으로 구인이 줄었다. 그나마 고용 지표가 낫다고 볼 수 있는 업종은 보건업 및 사회복지서비스업(-0.3%)으로 재정 지원을 받아 완벽히 민간일자리로 볼 수 없는 ‘중간 성격’이 강했다.

기업의 노동 수요는 많았지만 근로자가 취업을 꺼린 ‘미충원인원’은 운전 및 운송관련직이 2만1,877명으로 전체 중 29.8%나 차지했다. 지난 7월 기준으로 근로시간 단축 특례 업종에서 노선버스가 제외되며 인력 수요는 늘어났지만 실제 채용으로는 이어지지 못한 것이다. 이 가운데 90%에 달하는 2만명이 현장경력이 없거나 1년 미만의 경력을 요구했는데 문제는 이들이 임금수준 등을 이유로 취업에 뛰어들지 않았다는 점이다.

‘양질의 일자리’로 불리는 대졸 이상의 일자리의 경우에는 기업의 입맛에 맞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대졸 수준의 미충원 사유를 조사한 결과 경력을 갖춘 지원자가 없어서가 38.4%로 가장 높았고 학력·자격을 갖춘 지원자가 없어서가 27.5%로 그 다음을 기록했다. 결국 근로시간 단축으로 일자리는 나눴지만 정작 청년 실업을 해결하는 데는 도움이 되지 않았고 기업들은 ‘고스펙’ 청년을 쓸 수 없다고 하는 이상한 노동시장이 된 셈이다.

내년 고용시장 전망은 더욱 비관적이다. 올해 4·4분기~내년 1·4분기 산업별 채용계획인원은 제조업이 5만6,000명으로 전년 동기보다 27.0%나 급감했다. 도소매업·숙박 및 음식점업 모두 전년 동기 대비 20% 이상의 채용규모 감소를 예상했다. 반면 공공일자리 성격이 강한 보건 및 사회복지서비스업은 3만3,000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8%나 채용을 늘릴 계획으로 집계됐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민간 고용 쪽에서 사회서비스 빼고 멀쩡한 곳이 없는 수준”이라며 “사회서비스의 경우 구조를 들여다보면 재원이 공공에서 나오기 때문에 완벽한 민간 일자리로 보기도 힘들다”고 꼬집었다.

최근 정부가 ‘40대 고용’ 등 고용 정책 전환을 시사한 가운데 재계는 ‘베이비붐 세대가 40대에 몰렸다’는 인구구조적 측면에 기대거나 대기업의 선의에 기대는 쥐어짜기 식 정책에 머물러서는 미래가 없다고 꼬집었다. 재계 관계자는 “40대 고용 문제의 근본에는 호봉제 중심의 경직적 임금 구조와 고용·해고 규제에 따른 노동시장 이동성 제약이 있다”며 “노동시장의 구조적 문제를 기업에 선의에 기대려는 대책은 근본적이지도, 지속 가능하지도 않다”고 지적했다.

황효정 고용부 노동시장조사과장은 “과거에는 더 나은 임금을 받으려고 자발적으로 이직을 선택했지만 최저임금 인상과 고용보험 확대 등으로 이직이 줄었다”며 “채용 감소를 곧 고용 악화로 보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설명했다.
/변재현기자 humblenes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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