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이튼전 전반 답답한 플레이
투입 뒤 빠른 패스 등 팀에 활력
이적 앞두고 ‘CPU’ 중요성 증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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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티안 에릭센(사진)이 떠나면 토트넘은 어떤 팀이 될까.
토트넘 팬들이라면 십중팔구 두려움과 공포의 감정을 갖게 될 것이다. 에릭센은 지난 6년간 토트넘의 ‘두뇌’이자 ‘CPU(중앙처리장치)’였고, ‘지휘자’였다. 2013~2014시즌 이후 그가 프리미어리그에서 기록한 공격포인트는 50골 62도움. 그게 전부가 아니다. 골 찬스를 만들어낸 게 563번이었고, 그중 73번은 결정적인 찬스였다. 에릭센이 없으면 토트넘의 창의성도 사라진다. 팀 전체가 평범해지고, 딱딱하고, 끊기고, 우왕좌왕할 때가 많다.
박싱데이인 26일(현지시간) 열린 프리미어리그 토트넘과 브라이튼전은 에릭센이 없을 때와 있을 때 토트넘의 경기력이 얼마나 달라질 수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 경기였다. 에릭센이 벤치에 앉아 있던 전반 내내 토트넘의 플레이는 답답했다. 점유율은 55%-45%로 앞섰지만 패스 정확도는 74%로 80%의 브라이튼보다 뒤졌다. 패스는 눈에 보였고, 그마저도 끊기기 일쑤였다. 전반 37분 웹스터에게 헤딩 선제골을 내준 뒤에도 반격의 실마리를 찾지 못했다.
후반 8분 동점골도 팀플레이에 의한 것이 아니라 케인이 연출한 ‘마법의 순간’에 가까웠다. 답답한 흐름을 바꾼 게 에릭센이었다. 후반 23분 교체투입된 에릭센은 4분 뒤 절묘한 패스로 알리 결승골의 기점이 됐다. 에릭센이 왼쪽에 있던 모우라를 향해 긴 전환 패스를 날렸다. 볼은 케인을 거쳐 다시 에릭센에게 돌아왔다. 오른쪽을 흘낏 쳐다본 에릭센은 지체 없이 패스를 날렸다. 수비 뒷공간을 향해 날아간 볼은 오버래핑을 한 오리에에게 정확하게 연결됐다. 오리에가 논스톱 컷백으로 밀어주자 알리가 오른발로 찬 게 골키퍼가 손쓸 틈도 없이 골문 왼쪽 구석으로 빨려들어갔다. 에릭센의 비전과 패스, 오리에의 컷백, 알리의 감각적인 마무리가 어우러진 아름다운 골이었다.
무리뉴 토트넘 감독은 “신선함과 비전, 빠른 패싱이 필요할 때마다 에릭센이 우리가 원하던 플레이를 해줬다”고 말했다.
토트넘의 문제는 그의 재능이 필요할 때 쓸 수 없는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는 점이다. 무리뉴는 “나는 그의 미래를 알고 있지만 내가 그의 미래에 대해 말하진 않을 것이다. 그가 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실상 에릭센이 떠날 것이라는 점을 시사한 것이다.
류형열 선임기자 rh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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