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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해준게 없는데"… 박용만 회장, 세월호 유족에게 팥죽 받은 사연

조선일보 문유림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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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해준게 없는데"… 박용만 회장, 세월호 유족에게 팥죽 받은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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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만(사진)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세월호 참사 유족이자 두산그룹 계열사 직원에게 팥죽을 선물 받은 사연을 공개했다.

박회장은 지난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잠 못 이루는 밤에 조금 긴 글'이라는 제목의 게시글에서 세월호 사고 당시 아이를 잃은 계열사 직원과의 인연을 회고했다.

"주말인데 행사가 있어 집을 나서는데 딩동, 동지팥죽 두 그릇의 선물 문자가 왔다. 5년이 넘었으니 이야기해도 되겠지 싶다"라고 글을 시작한 박 회장은 "2014년 4월의 잔인한 그 날이 정신없이 지나고 다음 날 보고가 왔는데, 그룹 계열사 직원의 아이가 그 배에 탔다는 소식이었다"며 "설마 나는 해당이 없으리란 교만에 벌을 받은 듯 철렁했다"고 당시 심정을 털어놨다. 박 회장은 두산그룹 계열사인 두산인프라코어 회장직도 맡고 있다.

박 회장은 당시 가만히 있을 수 없어 무작정 진도 팽목항에 내려갔는데, 그때 본 체육관 광경이 너무 처참해 충격을 받았다고 전했다. 그는 "가끔 설움인지 놀람인지 악을 쓰듯 통곡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아무리 여러 번 TV를 통해 봤어도 소리와 현실이 더해진 그 자리에서 받은 충격은 상상 이상이었다"며 당시를 떠올렸다.

박 회장은 "충격 때문에 뭐라 했는지 기억이 안 나는 몇 마디 위로를 간신히 전하고는 그냥 돌아섰다"며 "무슨 일이 있건 어떤 이유에서건 상처받은 유가족을 향해 비난하거나 비아냥을 하는 것은 정말 인간의 도리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페이스북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페이스북

이어 그는 "야구를 좋아했다는 아이는 그로부터도 꽤 긴 시간 동안 부모에게 돌아오지 못했다"며 "결국 기다리다 몇 주 후 다시 또 진도로 내려갔는데, 동네 식당에 마주 앉은 아이 아빠는 첫 충격에서는 많이 벗어난 모습이었지만 꺼칠하고 피로해 보였다. 그러고도 한참이 더 지나 292번째로 아이는 두 달 만에 부모에게 돌아왔다"고 전했다.


박회장은 지인인 정신과 의사 정혜신 박사에게 아이를 잃고 큰 충격을 받았을 직원을 도와달라고 요청했고, 직원의 회사 대표를 불러 직원을 불러 '아이 아빠가 가족으로서 해야 할 일을 하도록 내버려둬라'고 당부를 했다고 전했다.

그는 그 후로 아이 아빠와 가끔 연락을 주고받는 사이가 됐다고 밝히며 "난 해준 게 별로 없었는데 동지라고 내게 팥죽을 보내주는 정이 고맙기 짝이 없다. '안 차장 고마워 팥죽 잘 먹을게'"라며 글을 마쳤다.

[문유림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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