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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5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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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약협의·불출마 회유·하명수사… 모든 의혹은 靑을 가리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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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러나는 靑 선거개입]

- 울산시장 靑선거개입 논란 확산

검찰 '송병기 업무일지' 확보 수사 급물살… 靑과 협의 내용 담겨

기재부 압수수색… 野김기현 공약은 '예타' 탈락시킨 의혹 수사

'文대통령 30년 지기' 송철호 당선 위해 靑이 무리수 둔 정황 속속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가 점점 확대되고 있다. 애초 이 수사는 청와대가 야당 후보인 김기현 전 울산시장을 낙선시키려고 울산 경찰에 하명(下命) 수사를 지시했다는 의혹에서 출발했다. 그런데 지금은 청와대가 여당 후보인 송철호 울산시장을 당선시키기 위해 그의 공약을 설계했고, 당내 경선에서 경쟁 관계에 있던 상대 후보를 불출마하도록 회유했다는 의혹으로 번지고 있다. 수사가 세 갈래로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검찰은 지난 11월 울산지검에서 수사 중이던 선거 개입 의혹 사건을 서울중앙지검으로 옮기면서 수사를 본격화했다. 검찰은 박형철 전 청와대 반부패비서관으로부터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으로부터 김기현 전 울산시장 관련 첩보를 받아 경찰로 내려 보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송 시장 측근인 송병기 울산시 경제부시장이 청와대 민정비서관실 문모 전 행정관에게 김 전 시장과 관련한 비위 의혹을 알려줬고, 문 전 행정관이 이를 가공해 첩보를 경찰로 보냈다는 것이다. 청와대와 문 전 행정관은 "가공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검찰이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당시 첩보에는 송 부시장이 제보한 내용에 없던 새로운 혐의가 추가되거나 범죄 혐의가 일목요연하게 다시 정리된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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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는 검찰이 지난 6일 송 부시장 집을 압수 수색해 그의 '업무 일지'를 확보하면서 확대되기 시작했다. 이 일지엔 송 시장 측이 청와대와 출마, 선거 공약을 논의하고, 청와대 인사들이 송 시장의 당내 경쟁자들에게 불출마 조건으로 다른 자리를 주려 한 내용 등이 담겨 있었다.

검찰은 송 시장이 2017년 10월 청와대에서 임종석 당시 비서실장을 만났다는 문건과 진술을 확보한 상태다. 이 자리에 동석했던 송 부시장이 그 직후 작성한 업무일지에 문재인 대통령이 비서실장을 통해 송 시장에게 이듬해 지방선거에 출마해 달라고 요청했다는 취지의 내용이 적혀 있다.

검찰은 같은 달 송 시장 측이 장모 청와대 균형발전비서관실 선임행정관 등을 만나 공약을 논의한 사실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송 부시장은 최근 검찰 조사에서 "장 행정관이 이 자리에서 '박근혜 정부 공약이었던 울산의 산재모(母)병원 말고, 공공병원으로 가자'고 말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기현 전 울산시장 공약이었던 산재모병원은 선거 직전인 지난해 5월 정부의 예비타당성 조사에서 탈락해 좌초됐다. 청와대의 사전 선거 개입을 의심할 만한 내용이다.

송 부시장 업무 일지에도 이를 뒷받침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일지에는 '산재모병원'과 관련해 '좌초되면 좋음' 'BH(청와대) 방문' 등의 메모와 '2018년 3월, BH(청와대) 회의, 이진석'이라는 메모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송 부시장이 이진석 당시 청와대 사회정책비서관과 접촉해 관련 내용을 논의한 것으로 보고 수사 중이다.

검찰은 청와대가 송 시장의 당내 경쟁자를 불출마하도록 회유했다는 의혹도 수사하고 있다. 2017년 11월 작성된 송 부시장 업무 일지에는 '중앙당과 BH, 임동호 제거→송 장관(송철호 울산시장) 체제로 정리'라는 메모가 발견됐다. 임동호 전 민주당 최고위원을 주저앉히기 위해 청와대와 민주당에서 나섰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임 전 최고위원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2017년 11월쯤 청와대 민정수석실과 정무수석실에서 내게 일본 오사카 총영사와 공사 사장 자리 얘기를 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송 시장 당선을 위해 청와대에서 '교통정리'를 시도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청와대가 송 시장 당선을 위해 나선 배경에 주목하고 있다. 송 부시장 업무 일지에는 '당내 경선에서 송철호가 임동호보다 불리하다'는 취지의 내용이 있다. 검찰 조사를 받은 임 전 최고위원은 19일 한 언론 인터뷰에서 "송 부시장 업무 일지에는 '임동호'라는 이름이 40번도 넘게 등장한다"고 하기도 했다. 송 시장은 문재인 대통령과 30년 지기(知己)로 서로 호형호제하는 사이다. 검찰은 그런 관계 때문에 청와대가 무리수를 둔 것으로 보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검찰 수사가 세 갈래로 진행되고 있지만 결국 하나로 모아질 것으로 예상한다. 송 시장 당선을 위해 일련의 계획을 세우고 집행한 '컨트롤 타워'가 결국은 청와대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사실로 드러날 경우 이에 관여한 청와대 인사들은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처벌받게 되고, 청와대의 선거 개입이라는 큰 파장이 정치권을 뒤흔들 수 있다.

[윤주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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