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러나는 靑 선거개입]
- 울산시장 靑선거개입 논란 확산
검찰 '송병기 업무일지' 확보 수사 급물살… 靑과 협의 내용 담겨
기재부 압수수색… 野김기현 공약은 '예타' 탈락시킨 의혹 수사
'文대통령 30년 지기' 송철호 당선 위해 靑이 무리수 둔 정황 속속
검찰은 지난 11월 울산지검에서 수사 중이던 선거 개입 의혹 사건을 서울중앙지검으로 옮기면서 수사를 본격화했다. 검찰은 박형철 전 청와대 반부패비서관으로부터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으로부터 김기현 전 울산시장 관련 첩보를 받아 경찰로 내려 보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송 시장 측근인 송병기 울산시 경제부시장이 청와대 민정비서관실 문모 전 행정관에게 김 전 시장과 관련한 비위 의혹을 알려줬고, 문 전 행정관이 이를 가공해 첩보를 경찰로 보냈다는 것이다. 청와대와 문 전 행정관은 "가공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검찰이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당시 첩보에는 송 부시장이 제보한 내용에 없던 새로운 혐의가 추가되거나 범죄 혐의가 일목요연하게 다시 정리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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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는 검찰이 지난 6일 송 부시장 집을 압수 수색해 그의 '업무 일지'를 확보하면서 확대되기 시작했다. 이 일지엔 송 시장 측이 청와대와 출마, 선거 공약을 논의하고, 청와대 인사들이 송 시장의 당내 경쟁자들에게 불출마 조건으로 다른 자리를 주려 한 내용 등이 담겨 있었다.
검찰은 송 시장이 2017년 10월 청와대에서 임종석 당시 비서실장을 만났다는 문건과 진술을 확보한 상태다. 이 자리에 동석했던 송 부시장이 그 직후 작성한 업무일지에 문재인 대통령이 비서실장을 통해 송 시장에게 이듬해 지방선거에 출마해 달라고 요청했다는 취지의 내용이 적혀 있다.
검찰은 같은 달 송 시장 측이 장모 청와대 균형발전비서관실 선임행정관 등을 만나 공약을 논의한 사실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송 부시장은 최근 검찰 조사에서 "장 행정관이 이 자리에서 '박근혜 정부 공약이었던 울산의 산재모(母)병원 말고, 공공병원으로 가자'고 말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기현 전 울산시장 공약이었던 산재모병원은 선거 직전인 지난해 5월 정부의 예비타당성 조사에서 탈락해 좌초됐다. 청와대의 사전 선거 개입을 의심할 만한 내용이다.
송 부시장 업무 일지에도 이를 뒷받침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일지에는 '산재모병원'과 관련해 '좌초되면 좋음' 'BH(청와대) 방문' 등의 메모와 '2018년 3월, BH(청와대) 회의, 이진석'이라는 메모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송 부시장이 이진석 당시 청와대 사회정책비서관과 접촉해 관련 내용을 논의한 것으로 보고 수사 중이다.
검찰은 청와대가 송 시장의 당내 경쟁자를 불출마하도록 회유했다는 의혹도 수사하고 있다. 2017년 11월 작성된 송 부시장 업무 일지에는 '중앙당과 BH, 임동호 제거→송 장관(송철호 울산시장) 체제로 정리'라는 메모가 발견됐다. 임동호 전 민주당 최고위원을 주저앉히기 위해 청와대와 민주당에서 나섰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임 전 최고위원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2017년 11월쯤 청와대 민정수석실과 정무수석실에서 내게 일본 오사카 총영사와 공사 사장 자리 얘기를 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송 시장 당선을 위해 청와대에서 '교통정리'를 시도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청와대가 송 시장 당선을 위해 나선 배경에 주목하고 있다. 송 부시장 업무 일지에는 '당내 경선에서 송철호가 임동호보다 불리하다'는 취지의 내용이 있다. 검찰 조사를 받은 임 전 최고위원은 19일 한 언론 인터뷰에서 "송 부시장 업무 일지에는 '임동호'라는 이름이 40번도 넘게 등장한다"고 하기도 했다. 송 시장은 문재인 대통령과 30년 지기(知己)로 서로 호형호제하는 사이다. 검찰은 그런 관계 때문에 청와대가 무리수를 둔 것으로 보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검찰 수사가 세 갈래로 진행되고 있지만 결국 하나로 모아질 것으로 예상한다. 송 시장 당선을 위해 일련의 계획을 세우고 집행한 '컨트롤 타워'가 결국은 청와대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사실로 드러날 경우 이에 관여한 청와대 인사들은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처벌받게 되고, 청와대의 선거 개입이라는 큰 파장이 정치권을 뒤흔들 수 있다.
[윤주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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