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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5 (금)

"근로계약서는 이렇게…" 中企·자영업자 돕는 마을노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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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3년전 도입해 인기

30인 미만 고용 사업주 대상 현직 노무사가 찾아와 무료 상담

올 11월까지 370여건 상담 진행

"임금은 연봉 기준으로 기본급만 기재하셨네요? 월급으로는 얼마씩 나온다고 알리고, 상여금도 적는 게 좋습니다." "명절 이외에 나오는 상여금은 가변적이라서 어떻게 적어야 할지 모르겠네요." "우선 최소 금액 기준으로 기재하면 됩니다."

조선일보

서울시 마을노무사로 활동하는 이남준(오른쪽) 노무사가 영등포구의 가구회사 웨스트프롬 경영진과 마주 앉아 근로계약서 작성 방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올해 서울시 마을노무사 상담 건수는 11월 현재 역대 최고치인 371건을 기록했다. /김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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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에 있는 가구회사 웨스트프롬의 지민영(45) 대표가 서울시 마을노무사로 활동하고 있는 이남준(29) 노무사에게 상담받았다. 지 대표는 근로계약서 때문에 곤욕을 치렀다. 퇴사한 직원이 재직 시 근로계약서를 쓰지 않았다고 진정을 넣어 지방노동청에 불려가 조사받은 것이다. 기소유예로 마무리됐으나 지 대표는 이를 계기로 마을노무사 상담을 신청했다. 2015년 설립된 웨스트프롬은 직원 8명의 작은 회사로 인사·노무 전담 직원을 둘 만한 형편이 안 된다. 상담을 받은 지 대표는 "근로계약서가 권고가 아닌 의무사항이라는 걸 알게 됐으니 바로 고치겠다"며 "중소기업을 경영하는 다른 지인들에게도 적극적으로 알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 대표의 노무사 상담 비용은 전액 서울시 예산으로 지원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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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마을노무사 제도를 활용해 무료로 노무사 상담을 받는 중소기업인과 자영업자들이 해마다 늘고 있다. 시의 마을노무사 제도는 지난 2016년 8월 도입됐다. 대상은 서울 소재 사업장에서 30인 미만 노동자를 고용하고 있는 사업주다. 상담 신청을 하면 마을 노무사로 위촉된 현직 노무사들이 사업장을 찾아와 세 차례 상담을 해준다. 직원 채용 문제, 임금, 복리후생 문제 등 전반에 관해 살펴보고 미비점을 지적한다. 마을노무사 상담을 받은 사업주들 사이에서 "중요한 정보를 깨알같이 알려준다"는 소문이 나면서 수요는 꾸준히 늘고 있다. 올해 11월 현재 노무사 147명이 총 371건의 상담을 진행해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할 전망이다.

성동구 성수동 수제화거리에 있는 구두 제조업체 박모 대표도 마을노무사 상담 신청을 해 유리(33) 노무사와 최근 상담했다. 이 회사에는 직원 6명과 제화 기술자 11명이 근무한다. 제화 기술자는 도급계약 관계이기 때문에 법적으로 근로자가 아니다. 그만둬도 퇴직금을 주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최근 성수동의 일부 제화 기술자가 퇴직금을 받을 목적으로 근로자 지위를 인정해달라고 사업주들을 압박하는 일이 잇따르자 박 대표는 불안감을 느껴 상담을 신청했다. 유 노무사는 "기술자들을 상대로 지휘·감독 행위를 할 경우 나중에 근로자로 인정받는 근거가 될 수 있으니 유의해야 한다"며 두툼한 A4 용지를 전달했다. 실제 사업주가 근로자지위확인소송을 당해 패소했던 판례(判例)였다. 박 대표는 "성수동에서 많은 제화업체가 문을 닫았고, 저도 당장 내년에 어떻게 될지 모른다"면서도 "오늘 들은 조언은 버텨나가는 데 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유 노무사는 "어려움을 겪는 케이스를 들으면 제 가슴까지 답답해지지만 도움이 많이 됐다는 말을 들으면 크게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서성만 서울시 노동민생정책관은 "마을노무사는 소규모 사업장 노동자의 권익 보호에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사업주에게도 과태료 처분 등을 예방해주는 역할을 한다"며 "사업주와 노동자가 상생할 수 있는 발판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정지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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