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달 도쿄올림픽 아시아 예선 함께 출전…직설화법으로 서로에게 자극
"1988 서울올림픽에 출전한 엄마의 뒤를 잇고 싶다"
(진천=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쌍둥이 자매인 여자 배구대표팀 레프트 이재영(왼쪽)과 세터 이다영이 17일 충북 진천선수촌에서 대표팀 훈련을 마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9.12.19. cycle@yna.co.kr |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쌍둥이 자매인 여자 배구 대표팀 레프트 이재영(흥국생명)과 세터 이다영(현대건설)은 요새 즐겁다.
'꿈의 무대'인 올림픽 무대에 함께 설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이다.
두 선수는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예비 엔트리에 나란히 포함됐지만, 세계 예선을 앞두고 이다영이 탈락해 함께 뛰지 못했다.
지난 7월 러시아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대륙간 예선을 앞두고는 이다영이 아킬레스건 부상으로 조기 귀국하면서 올림픽 예선 무대도 함께 나서지 못했다.
회복에 전념한 이다영은 지난 9월 국제배구연맹(FIVB) 월드컵 무대를 통해 태극마크를 다시 달았고, 다음 달 난생처음으로 올림픽 최종 예선에 나서게 됐다.
17일 충북 진천선수촌에서 만난 동생 이다영은 "올림픽 무대는 물론, 예선도 뛴 적이 없다"며 "이번에 (이)재영이와 첫 올림픽 예선을 치르게 됐다"며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이재영도 이다영이 든든하다. 그는 "(이)다영이는 점프와 스피드가 좋은 선수"라며 "빠른 스피드로 토스를 해주면 공격이 세지더라"라고 밝혔다.
두 선수는 서로를 향해 솔직한 말을 스스럼없이 전하기도 했다.
이재영은 "이번 예선에서 가장 잘해야 하는 선수는 다영이"라며 "(큰 경기에선) 세터가 중요하다. 부담을 느끼겠지만 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영이는 약간 급한 편인데 좀 더 냉정하게 플레이를 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다영은 이런 이재영에게 "신경 꺼"라는 말로 응수했다.
동료나 친구에겐 쉽게 할 수 없는 직설적인 말이 오갔지만, 두 선수는 누구 하나 찡그리지 않았다.
두 선수는 "쌍둥이 자매라 할 수 있는 말"이라고 입을 모았다.
특유의 '흥'을 내뿜으며 즐겁게 답변하던 두 선수는 올림픽 티켓 확보의 분수령으로 꼽히는 태국전 전망을 묻자 진지하게 답했다.
이재영은 "태국은 이번 대회에 올인하는 분위기"라며 "기사를 찾아봤는데 일찌감치 대표팀을 꾸려 오랫동안 준비했다고 하더라. 방심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다영은 "우리가 높이에서 우위를 갖고 있고 템포도 느리지 않은 만큼 동료 간 호흡에서 승패가 갈릴 것 같다"며 "준비를 철저히 하겠다"고 밝혔다.
대표팀이 도쿄올림픽 출전권을 획득하면 한국 배구 사엔 또 하나의 의미 있는 장면이 만들어질 가능성이 크다.
바로 같은 포지션 모녀 올림피언의 탄생이다.
이재영-다영 자매의 어머니인 김경희 씨는 1980년대 여자 배구를 주름잡던 선수 출신이다. 김경희 씨는 1988년 서울올림픽에 여자 배구 대표팀 세터로 출전했다.
이다영은 "엄마와 같은 포지션으로 올림픽에 출전하는 건 많은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예전엔 엄마가 많은 조언을 해줬는데 요샌 (내가) 스트레스받을까 봐 배구 이야기는 안 하신다. (믿어주시는 만큼)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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