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당 심상정 대표는 16일 더불어민주당이 자유한국당을 뺀 군소정당들과 만든 '4+1' 협의체의 선거법 합의가 불발될 경우 선거법 개정안 원안을 본회의에 상정하겠다고 한 것과 관련, "개혁을 원하는 국민에 대한 협박"이라며 반발했다. 선거법 개정안 원안은 '지역구 225석+비례대표 75석에 비례 75석 전체에 연동률 50%를 적용'하는 안이다. 심상정 대표가 발의해 지난 4월 패스트트랙(신속 처리 안건)으로 지정된 안이다. 그런데 정작 심 대표가 개정안 원안 상정에 반발하는 것이다.
정의당 심상정(오른쪽) 대표와 윤소하 원내대표가 16일 국회 본청 앞 농성장에서 열린 상무위원회 시작 전 대화를 나누고 있다./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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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 대표는 이날 국회 본관 앞 정의당 농성장에서 열린 당 상무위원회에서 "정의당은 착잡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 민주당은 한국당과의 협상 카드를 밀고 '4+1' 협상이 뜻대로 안 되면 원안을 상정해 부결돼도 상관없다는 식으로 압박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심 대표는 "민주당은 개혁을 거부하는 한국당과의 합의를 의식해 수시로 브레이크를 밟다가 결국 4+1 테이블에 개혁 원칙이 훼손된 안을 들이밀었다"며 "정의당이 비례대표 의석 몇 석 더 얻기 위해 합의를 거부한다고 이야기하고 있지만, 실상은 기득권 양당이 소수정당에 끊임없이 양보를 요구해 온 것이 그동안의 과정"이라고 했다. 그는 "민주당은 한국당에 미련을 버리고 개혁을 시작한 그 자리로 돌아오길 바란다"며 "정치개혁과 사법개혁 완수야말로 촛불 시민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이자 20대 국회에서 집권여당이 마땅히 짊어질 마지막 책임"이라고 했다.
심 대표가 자신이 발의한 선거법 개정안 원안 상정에 반발하는 것은 본회의 통과 가능성이 없다고 보기 때문으로 보인다. 심 대표의 선거법 개정안 원안은 지역구 의석수를 지금보다 28석 줄이는 것이어서 여야 지역구 의원들 사이에서 반대가 많다. 이 때문에 원안을 본회의 표결에 부칠 경우 부결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4+1에서는 '250+50'에 비례대표 의석 20~30석에만 연동률 50%를 적용하는 수정안을 논의해왔다. 그런데 정의당이 연동률 적용 의석이 너무 적다고 반발하자, 민주당은 그렇다면 차라리 원안을 상정하겠다고 압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정의당 윤소하 원내대표는 이날 "4+1을 통해 선거법 개정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제정을 위한 협상을 거듭해왔지만, 협상이 진행되면서 도대체 왜 선거법을 개정하려고 했는지, 그 원칙이 뭐였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윤 원내대표는 "여야 4당이 합의한 지역구 225석·비례대표 75석의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선거법 개정안은 여러 이유를 들어 지역구 250석·비례대표 50석까지 뒤떨어지더니 급기야 25석 캡(상한선)이라는 희한한 방식이 나왔다"며 "진보정치의 새로운 정치인을 육성하려는 석패율마저 폐지를 운운하고 있다"고 했다.
앞서 그는 이날 MBC라디오에 출연해 "만약에 캡을 30석을 한다면, 우리는 합의하지 않았지만 그것을 계속 고집해 간다면, 이것은 연동형의 본뜻을 훼손하는 것이니 이번만 해야 한다"면서 21대 국회에 한해 '연동형 캡'을 씌우는 방안에 대해서는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보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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