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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박항서의 베트남

'박항서 매직 빅플랜' 한겨울 한국 전지훈련 선택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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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베트남 축구를 동남아시아 최정상에 올려놓은 박항서 감독이 지난 14일 오전 부산 강서구 김해국제공항으로 입국하며 팬들에게 둘러싸여 있다. 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U-22 베트남 대표팀은 22일까지 통영 공설운동장에 베이스 캠프를 꾸리고 동계전지훈련에 들어간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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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박항서 매직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계속된 성공가도에도 안주하지 않는다. 더 큰 마법을 위해 끊임없이 준비를 이어가고 있다.

동남아시안(SEA) 게임에서 베트남에 60년 만의 금메달을 선물한 박항서(60) 베트남 축구 대표팀 감독은 지난 14일 오전 부산 김해국제공항을 통해 금의환향했다.

혼자 온 것이 아니었다. SEA 게임에서 함께 금메달을 일궈낸 베트남 U-22 선수단과 함께 왔다. 박항서 감독과 베트남 U-22 대표팀은 오는 22일까지 경남 통영시에서 동계 전지훈련을 갖는다.

아무리 따뜻한 남쪽 지방의 통영이라해도 한국은 한겨울이다. 추위에 익숙지 않은 베트남 선수들은 두꺼운 겨울 점퍼를 입고 입국장에 나섰다. 한 겨울 날씨에 선수들의 입에선 입김이 뿜어져 나왔다. 반면 베트남은 12월 평균 기온이 20도 안팎이다. 훈련 환경만 놓고 보면 베트남의 사정이 더 낫다.

하지만 박항서 감독은 한국 전지훈련을 선택했다, 부상 당한 선수들과 회복이 필요한 선수들의 재충전을 위해서다. 아직도 우승의 열기와 흥분이 남아있는 베트남에 머물기보다는 상대적으로 관심이 덜한 한국에서 들뜬 선수들의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힌다는 계획이다. 더 큰 목표를 위한 박항서 감독의 ‘빅플랜’인 셈이다.

베트남은 SEA 게임에서 큰 성공을 거뒀지만 당장 더 큰 숙제를 안고 있다. 내년 1월 태국에서 열리는 2020 아시아축구연맹(AFC) 23세 이하(U-23) 챔피언십 겸 도쿄올림픽 아시아 최종예선을 준비하고 있다.

박항서 감독은 이 대회가 인연이 깊다. 올해 1월 중국 창저우에서 열린 2019 U-23 챔피언십에서 베트남을 사상 처음으로 결승에 진출시키며 일약 베트남 국민영웅으로 떠올랐다.

베트남은 2020 AFC U-23 챔피언십 조별리그에서 북한, 요르단, 아랍에미리트(UAE)와 함께 D조에 속했다. 내년 1월 10일 UAE와 조별리그 첫 경기를 펼친다.

김학범 감독이 이끄는 한국은 조별리그 C조에 속해있다. 만약 한국이 조 1위를 하고 베트남이 조 2위를 차지하거나 반대 결과가 나오면 두 팀은 8강에서 운명의 맞대결을 펼친다.

베트남은 아직 올림픽 본선 무대에 서보지 못했다. 그동안은 올림픽 본선 진출을 꿈도 꾸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박항서 매직’을 앞세워 어느때보다 기대감이 높다,

이 대회에서 개최국 일본을 제외한 상위 3팀이 도쿄행 티켓을 거머쥘 수 있다. 지난해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4강 진출도 있다. 최근 상승세를 감안하면 불가능한 목표도 아니다.

하지만 박항서 감독은 귀국 인터뷰에서 “올림픽 예선이라는 게 쉬운 것은 아니지 않느냐”며 “조별리그를 통과하는 게 우선 목표”라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박항서 감독은 “SEA게임이 끝난 지 얼마 되지 않아 부상자와 회복이 필요한 선수가 많다”며 “훈련도 중요하지만 회복이 중요한 만큼 좋은 공기를 마시면서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올림픽이나 월드컵 무대는 준비 없이 생각으로 되는 게 아니다”며 “나 혼자 힘으로 되는 게 아니라 베트남 정부 등 모두가 비전을 가져야 한다”고 말해 섣부른 기대에 대한 경계심을 숨기지 않았다.

박항서 감독에게 지난 성과는 지난 일일 뿐이다. 굳이 신경쓰지 않으려 애쓰는 모습이다. 지난 SEA게임 결승전 퇴장 장면과 관련해서도 그는 말을 아꼈다. 관련 질문이 이어지자 “(퇴장은)좋게 얘기할 것이 아니다”며 “자꾸 이야기를 하면 말꼬리를 물게 되니 더 이상 멘트하지 않겠다”고 잘라 말했다.

이어 “나도 대한민국 사람으로서 베트남에서 일하고 있다”며 “대한민국 품격을 떨어뜨리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최근 베트남에서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는 인기에 대해서도 “연기처럼 사라지는 것이 인기다”며 “그런 것에 연연하지 않고 항상 평범하게 살아가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오로지 현재 맡고 있는 베트남 대표팀에만 신경쓰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나타냈다.

박항서 감독과 베트남 대표팀은 통영에서 22일까지 훈련한 뒤 베트남 호치민으로 돌아간다. 그곳에서 일주일 정도 최종 담금질을 한 뒤 U-23 AFC 챔피언십이 열리는 태국으로 이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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