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표 고사… 이낙연 유임될수도
이낙연 국무총리 후임으로 정세균〈사진〉 전 국회의장이 무게 있게 검토되는 것으로 11일 전해졌다. 애초 유력한 후보로 검토됐던 김진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진보·좌파 진영의 반대를 이유로 총리직 고사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는 당초 국회 인사청문회와 내년 총선 등을 고려해 '정치인' 출신에 '경제 전문가' 콘셉트를 잡고 총리 후보자를 물색해왔다. 그러나 친여 진영에서 김 의원에 대한 반대 여론이 커지면서 "여론을 좀 더 취합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청와대 내부에서 돌고 있다. 이 때문에 정 전 의장이 유력 후보로 검토되고 있다고 한다.
6선(選) 출신의 정 전 의장은 기업 경험이 있고 당 대표와 원내대표, 장관 등 다양한 경력을 가진 것이 강점으로 꼽힌다. 대야(對野) 관계도 나쁘지 않기 때문에 국회 청문회 과정에서 충돌 가능성도 적다는 것이 여권의 판단이다. 그러나 정 전 의장 측은 "(총선을 위해) 지역구를 열심히 다니고 있다"며 "실무적으로는 출판 기념회도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다만 '청와대에서 총리직 제안을 한 것 아니냐'는 질문엔 "논의는 되고 있다"고 했다. 정 전 의장은 노무현 정부 때 열린우리당 임시당의장을 하다 산업자원부 장관에 지명돼 입각한 적이 있다.
그러나 국가 의전 서열 2위인 국회의장을 지낸 정 전 의장이 의전 서열 5위인 국무총리로 가는 것에 대한 정치권의 거부감은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정치권 관계자는 "총리로 지명될 경우 입법부 수장을 지내고 행정부 수반으로 가는 것이 격(格)에 맞느냐는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정 전 의장이 국회 수장을 경험한 만큼 부처들도 잘 관리할 수 있을 것이란 평가도 나온다.
한편 김 의원은 지난 주말 청와대 고위 관계자를 만나 총리직 고사 의견을 전달했다고 여러 명의 여권 관계자가 전했다. 김 의원은 "진보 진영에서 반대 의견이 많이 나오고 있다. 대통령에게 짐이 되지 않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진보·좌파 진영은 김 의원의 한·미 FTA 추진 등 보수적 성향을 들어 총리 지명을 반대해왔다. 이날도 참여연대, 경실련, 민주노총 등 40여 단체는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김 의원은 총리 후보가 아닌, 오히려 청산돼야 할 인물"이라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다시 원점으로 돌아와 이낙연 총리 유임도 검토되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국회 인준을 받기 어려운 여야의 대치, 국회 청문회 낙마 때의 정치적 후폭풍과 총선에 미칠 악영향 등을 고려하면 이 총리 유임 가능성도 크다"고 했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총리를 교체하는 것보단 안정적인 기존 체제를 유지하는 것이 낫다는 의견도 많다.
그러나 이 총리는 지난주 가와무라 다케오(河村建夫) 일한의원연맹 간사장과의 통화에서 "이달 중 총리직을 그만둔다"고 말했다고 가와무라 간사장이 이날 밝혔다.
[정우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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