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현지시간) 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 22세 이하 축구대표팀이 마닐라에서 열린 동남아시안게임에서 인도네시아를 꺾고 60년 만의 우승을 한 뒤 선수들이 기뻐하고 있다./사진=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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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년만의 동남아시안게임 축구 우승으로 베트남 축구의 영웅으로 떠오른 박항서 감독의 축구 인생에는 두 가지 중요한 기점이 있었다. 하나는 2002년 월드컵 한국축구 4강 신화를 이끌었던 히딩크 감독과의 만남이고, 다른 하나는 베트남 진출이다. 화려함 보다는 그늘이 많았던 하지만 그래서 현재 더 빛나고 있는 '박항서 축구의 지난 여정'을 돌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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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항서 매직 전' 순탄하지 못했던 그의 지도자 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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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축구 대표팀이 10일(현지시간) 필리핀 마닐라의 리잘 메모리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9 동남아시안(SEA) 게임 남자 축구 결승에서 우승하며 박항서 감독을 헹가래 치고 있다. 베트남은 결승전에서 인도네시아를 3-0으로 물리치고 60년 만에 이 대회 정상에 올랐다./사진=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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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딩크 감독을 만나기 전까지 박항서 감독의 경력은 선수로서나 감독으로서나 두드러지지 않았다. 1981년 실업 축구단 제일은행에 입단한 박 감독은 3년 간 군 복무후 1984년 럭키금성 황소에서 미드필더로 뛰다가 1988년 29살의 나이로 은퇴했다.
은퇴 후 친정팀에서 코치생활을 시작한 박 감독은 1994년 월드컵 당시 한국 국가대표팀 트레이너를 맡기도 했다. 그리고 2000년 허정무 감독의 사임 후 거스 히딩크 감독이 선임되자 국가대표팀의 수석코치로 발탁됐다. 당시 박 감독은 한국의 문화를 잘 모르는 히딩크 감독과 선수들을 이어주는 징검다리 역할을 맡아 선수단의 융화를 도왔다. 박 감독은 히딩크 감독과의 인연이 훗날 지도자 생활의 큰 밑거름이 됐다며 히딩크 감독에게 감사를 표하기도 했다.
이후도 탄탄대로 였던 것만은 아니다. 2002 부산 아시안게임에서 23세 이하 대표팀 감독을 맡았으나 동메달에 그치며 경질됐다. 다시 포항 스틸러스 수석코치를 역임한 뒤, 2005년 경남 FC 감독을 맡았고, 전남 드래곤즈, 상주 상무 등에서도 감독 생활을 이어갔으나 눈에 띄는 성과를 내지 못했다. 베트남 대표팀 감독을 맡기 직전 그가 지도하던 팀은 3부리그인 내셔널리그 소속의 창원시청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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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딩크' 박항서 감독이 베트남 대표팀에 일으킨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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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딩크' 박항서(60·왼쪽)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 22세 이하(U-22) 축구대표팀이 8일 중국 우한에서 중국 U-22 대표팀과의 경기를 앞두고 거스 히딩크 감독과 만나 환하게 웃고 있다. 둘은 2002 한일월드컵에서 한국의 4강 신화를 이끌었다. 히딩크 감독이 감독, 박 감독이 수석코치였다./사진=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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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그에게 어느 날 베트남 대표팀 감독 제의가 들어왔다. 2017년 10월 11일 베트남 국가대표팀 감독으로 부임했지만 당시만 해도 당시 "3부리그 감독을 국가대표 감독으로 앉혔다"며 박 감독에 대한 부정적인 반응이 많았다. 58세의 나이의 적지 않은 나이도 부정적인 여론의 배경이 됐다. 하지만 이런 어려움을 뒤로 하고 맡은 베트남 감독직은 그의 커리어의 가장 빛나는 순간을 만들어내는 반전을 이뤘다.
별명인 '쌀딩크'에서 알 수 있듯이 박 감독은 한국의 월드컵 4강 신화를 이끌어 낸 거스 히딩크 감독과 비교된다. 낯선 나라에 새로 부임해 선진 축구를 도입하고 뛰어난 결과를 냈다는 점에서 둘이 걸어온 길은 비슷하다. 2002 월드컵 당시 히딩크 감독을 보좌한 박 감독은 히딩크처럼 부임하자마자 팀의 변화를 가져오기 시작했다.
박 감독은 베트남 대표팀에 대한 진단부터 다시 했다. 감독 협상 당시 베트남 축구협회 측은 베트남 축구의 약점인 체력을 개선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막상 박 감독이 부임해서 선수들을 직접 보고나니 체력에는 큰 문제가 없었고, 체력 테스트 결과도 좋았다고 한다.
이는 베트남 선수들의 체격이 상대적으로 왜소한 데서 오는 편견이었다. 박 감독은 "흔히 베트남 선수들은 체격이 작고 체력이 약하다는 선입견이 있지만 실제로는 지구력과 민첩성 등은 부족하지 않다"며 선수들의 장점을 파악해 이를 활용할 수 있는 전술을 고안했다.
또한 박 감독은 선수들의 체계적인 관리를 위해 식단부터 변화를 줬다. 그전까지 선수들은 쌀국수와 튀긴 돼지고기 요리 등 익숙한 음식을 먹고 있었다. 부임 이후 박 감독은 축구협회에 기존 식단 외에 연어, 스테이크, 우유 등을 제공해달라 요청했다. 선수들에게 필요한 영양소들을 공급하기 위함이었다. 박 감독은 이외에도 선수들의 과학적인 관리법을 새로 도입했다.
2006 독일 월드컵 당시 방한한 히딩크 감독 / 사진=SB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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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히딩크 감독이 우리나라 대표팀 감독으로 처음 부임했을 때와 매우 흡사하다. 히딩크 감독 부임 당시 우리나라 대표팀은 체력과 정신력에선 뛰어나지만 기술이 부족하다는 것이 주된 의견이었다. 히딩크 감독의 판단은 정반대였다. 당시 수많은 비판에도 히딩크 감독은 대표팀의 체력훈련에 매진했고 월드컵 4강이란 성과로 자신이 옳았음을 증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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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항서 매직'은 아직 배고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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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감독은 히딩크 감독에게서 배운 다른 노하우들도 베트남 대표팀에 접목했다. 2018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 결승 진출 당시 선수들의 체력관리법이 대표적인 예다. 당시 베트남은 토너먼트서부터 휴식일이 상대팀보다 하루씩 짧았지만 놀라운 집중력과 체력을 유지했다. 박 감독은 "경기 다음 날은 철저히 휴식을 취하고, 음식과 영양제 섭취를 통한 회복과 마사지에 중점을 둔다. 히딩크 감독에게 배운 것이다. 전술적 대비는 코치들의 몫이다"며 히딩크 감독에게 공을 돌렸다.
박 감독이 부임 당시 "임기 내에 베트남의 국제축구연맹(FIFA) 순위를 현재 130위권에서 100위권으로 끌어올리겠다는 소망이 있다"고 말했다. 현재 베트남의 FIFA 랭킹은 94까지 상승했다. 자신이 말한 목표를 이미 초과 달성했지만 '박항서 매직'은 여기서 그치지 않을 테세다. 지난 11월 박 감독은 기본 2년에 옵션 1년을 포함한 재계약을 완료했다. 임기 시작이 내년 2월로 최장 2023년 1월까지 베트남 대표팀을 이끌게 된다. 박 감독은 동남아시안게임 우승 후 인터뷰에서 "이제는 2020년 태국에서 열리는 AFC U23 챔피언십 대회를 준비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김도엽 인턴기자 dykfactionist@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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