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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처음으로 국내총생산(GDP)디플레이터 증감률이 4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한 이유는 저물가에 수출 가격 하락이 겹쳤기 때문이다.
소비자물가와 달리 GDP디플레이터에는 국내에서 생산한 수출품이 들어간다. 3분기 수출 디플레이터는 전년 동기 대비 -6.7%를 기록했는데, 이는 3년 전인 2016년 3분기 이후 가장 큰 낙폭이다. 그러면서 수출 의존도가 높은 제조업 물가도 같은 기간 7.4% 떨어졌다. IMF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 2분기(-11.9%) 이후 최대 낙폭이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중국 등 다른 나라와 경쟁이 심해지면서 한국 수출제품 경쟁력이 약해져 제값을 받기 어려워진 게 수출 물가 하락으로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문제는 이 같은 GDP디플레이터의 마이너스 행진이 4분기로 끝나지 않을 전망이라는 점이다. 한국은행 관계자도 "갑작스러운 GDP디플레이터의 개선을 기대하기는 어려우며, 5분기 연속 GDP디플레이터 마이너스가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는 물가가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현상을 의미하는 '디플레이션' 공포를 키운다.
디플레이션이 발생하면 실물자산 가치가 떨어져 기업이 설비투자와 생산을 미루게 된다. 같은 금액이라도 현금 가치는 높아져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린 기업의 상환 부담이 커진다. 인건비라도 아껴야 할 기업으로서는 일자리를 줄이는 선택도 한다. 소비 또한 감소한다. 물가가 계속 떨어지니 소비를 늦출수록 같은 돈으로 더 많은 상품과 서비스를 살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면 가계와 기업 모두 현금을 선호하게 돼 시중에 돈이 돌지 않는다. 결국 물가가 더 떨어져 경제는 활력을 잃고 가계·기업은 소비·투자를 줄이는 '디플레이션 악순환(Deflation spiral)'에 빠질 수 있다.
또 디플레이션이 발생하면 실질금리가 상승해 채무자의 채무 부담이 커진다. 채무자가 갚아야 할 돈의 액수는 그대로인데 물가가 떨어져 실제 갚아야 할 돈이 늘어나는 것이다.
정규철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기업 수익성이 악화되면 법인세 세수가 급감하게 되고, 이는 결국 국가 채무에도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고 우려했다.
다만 현상황을 디플레이션으로 볼 것이냐 아니냐에 대해서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갈린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모든 재화와 서비스 물가를 나타내는 GDP 디플레이터가 1년째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사실상 디플레이션으로 해석해야 한다"며 "디플레이션은 경기 침체 증상일 뿐 아니라 향후 경기를 악화시키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소비자물가가 마이너스로 접어들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장기 지속하지 않았기 때문에 아직 디플레이션으로 보기는 어렵다"면서도 "하지만 디플레이션 발생 가능성이 높아진 건 사실이기 때문에, 정부와 한국은행은 친기업 정책을 강화해 경기 부양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지난 3분기 GDP 성장률 잠정치는 2개월 전 속보치와 같은 0.4%로 집계됐다.
건설투자가 속보치보다 0.8%포인트 하락한 -6%로 나타난 반면 민간소비(0.1%포인트)와 총수출(0.5%포인트)은 각각 소폭 오른 0.2%, 4.6%를 기록했다.
한은이 전망한 올해 연 성장률 2%를 달성하려면 4분기 성장률이 0.93% 이상 나와야 한다. 실질 국민총소득(GNI)은 전 분기 대비 0.6% 성장했다.
■ <용어 설명>
▷ GDP디플레이터 : 명목 GDP를 실질 GDP로 나눈 값이다. 국내에서 생산되는 모든 재화와 서비스 가격을 반영하는 종합적인 물가지수다.
[이유섭 기자 / 송민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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