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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1 (금)

이슈 선거제 개혁

필리버스터란?… 다수당의 법안 단독처리 막는 일종의 저항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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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이 29일 국회 본회의 개의 20여분을 앞두고 이날 상정된 200여건의 법안에 대해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신청했다. 필리버스터는 의원들이 시간 제한 없이 발언을 하는 방식으로 의사 진행을 사실상 막는 행위를 뜻한다. 소수당이 다수당의 법안 단독처리를 막을 수 있는 일종의 '저항권'인 셈이다. 용어 자체는 16세기의 ‘해적선’ 또는 ‘약탈자’를 의미하는 스페인어에서 유래했다.

한국에서는 제헌의회때 도입됐다가 1973년 폐지됐다. 그러다 19대 국회 때인 지난 2012년 국회선진화법(국회법)이 도입되면서 부활했다. 2016년 2월 더불어민주당이 '테러방지법' 통과 저지를 위해 '만 8일17분'간 필리버스터를 했다. 당시 민주당과 국민의당, 정의당에서 총 38명의 의원이 참가했으며 민주당 이종걸 당시 원내대표는 마지막 순번으로 12시간 31분간 발언했다. 필리버스터가 어떤 제도인지 문답으로 정리했다.

조선일보

29일 오후 개회 예정인 정기국회 12차 본회의가 자유한국당의 필리버스터 신청 여파로 여야간 대립이 심화되자 열리지 못하고 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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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버스터란 무엇인가.

"필리버스터(Filibuster)는 국회법 제106조의2에 규정된 '무제한 토론'이다. 정치적으로는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로도 해석된다. 무제한 연설, 표결 방해 등의 방식이 있으나 한국에서는 무제한 토론만 국회법으로 인정된다."

―필리버스터는 시작 요건은.

"무제한 토론은 본회의 안건에 대해 재적 의원(295명) 3분의 1(99명) 이상의 서명을 받아 국회의장에게 요구서를 제출하면 개시된다. 필리버스터 신청이 들어오면 국회의장은 수용해야 한다. 무제한 토론이 시작되면 본회의는 자정을 넘겨 차수를 변경해야 하는 경우에도 토론 종결 선포전까지 산회하지 않고 회의를 계속한다."

―안건 한건에 대해 1명의 의원이 여러차례 토론할 수 있나.

"의원은 해당 안건에 대하여 무제한토론을 할 수 있다. 다만 한 안건당 의원 1명이 한 차례만 토론할 수 있다. 상대당 의원들이 빠져나가 본회의 개의 의사정족수(재적 의원의 5분의 1)가 미달하더라도 토론을 계속 진행할 수 있다."

―필리버스터를 끝내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무제한 토론을 끝내려면 토론에 나설 의원이 아무도 없거나, 국회 회기가 종료되거나, 재적의원 5분의 3(177명)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한다."

―재적의원 5분의3 이상이 찬성하면 바로 종료되나.

"재적 의원 3분의 1 이상 서명으로 토론 종결을 요구할 수 있다. 이 경우에도 24시간이 경과돼야 무기명 투표로 의결할 수 있으며 재적 의원 5분의 3 이상이 찬성해야 중단된다. 토론자가 있다면 24시간의 토론이 보장된다는 뜻이다. 회기가 종료되면 무제한 토론도 끝난다. 이 경우 해당 안건은 다음 회기에 열리는 첫 본회의에서 자동으로 표결에 들어간다."

―모든 안건에 대해 필리버스터를 할 수 있나.

"원칙적으로 본회의에 상정되는 모든 안건은 필리버스터 대상이다. 다만 예산안이나 세입예산 부수법안에 대한 무제한 토론은 헌법상 의결 기한인 12월 2일 24시(3일 0시) 전까지만 가능하다. 12월 3일 이후 열리는 본회의에 예산안이 상정되면 필리버스터를 할 수 없다."

―오늘 본회의가 무산되면 어떻게 되나.

"민주당이 한국당의 필리버스터를 우회할 방법이 없는 건 아니다라는 주장도 있다. 다음달 3일 본회의를 열고 예산안과 함께 선거법 개정안과, 공수처 설치법, 검경수사권 조정 법안 등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안건을 차례로 부의·상정해 표결하는 방안이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그럼 오늘 본회의에 상정됐던 200여건의 안건은 어떻게 되나. 다음 본회의가 소집되어도 이 안건들을 먼저 처리해야 하는 것 아닌가.

"본회의 안건의 순서 변경은 가능하다. 국회법에 따르면 의원 20명 이상의 서명으로 동의해 본회의 의결을 하거나 의장이 교섭단체 대표의원과 협의하에 본회의 안건을 추가하거나 순서 변경을 할 수있다. 의원 서명 동의와 본회의 의결을 거친 법안은 토론 없이 바로 표결도 가능하다. 또 의장은 의사일정에 올린 안건에 대한 회의를 열지 못했다면 다시 일정을 정할 수 있다."

즉 여당 입장에서는 오늘 본회의가 무산되고 오는 12월 3일 이후에 본회의를 연 뒤 여야 협의나 소속 의원들의 서명으로 패스트트랙 법안의 표결 순서를 예산안 이전으로 변경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한국당이 강하게 반발할 것으로 예상돼 민주당 원내지도부가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과거의 필리버스터 사례는.

"제헌의회가 필리버스터를 도입했다. 이에 지난 1969년 신민당 박한상 의원은 3선 개헌을 막기 위해 10시간 15분 동안 필리버스터를 해 최장 기록을 세웠다. 김대중 전 대통령도 국회의원이던 1964년 4월 동료인 자유민주당 김준연 의원의 구속동의안 통과 저지를 위해 5시간 19분동안 의사진행발언을 했다."

[유병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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