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의식 찾자 단식 계속 의지… 가족 "그러다 진짜 죽는다"
정미경·신보라 단식 시작… 의총선 "전원 단식이라도 해야한다"
"제1야당 대표가 구급차 실려갔는데 청와대는 전화 한통도 안해"
전날 밤 11시쯤 신촌 세브란스 병원으로 이송된 황 대표는 1시간 20여분 만에 의식을 회복했다. 일반 병실을 요청했으나 자리가 없어 임시로 VIP 병실에 입원했다 28일 낮 다시 일반 병실로 옮긴 것으로 전해졌다. 황 대표는 의식을 찾은 후 아내 최지영 여사에게 "단식장으로 다시 가겠다"고 말했다고 측근들이 전했다. 최 여사는 아들과 함께 "그러다 진짜 죽는다"며 단식을 만류했다고 한다. 그러나 황 대표는 여전히 단식 재개 의지가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낮 황 대표를 찾은 전희경 대변인은 "대표가 다른 보고 사항엔 '예'라고 답을 했지만 '단식은 절대 그만두셔야 한다'는 말에는 끝내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고 했다. 김도읍 비서실장도 "'최소 일주일은 병원에 계셔야 한다'고 했지만 대답 없이 눈만 깜빡거리더라"고 했다. 수액을 맞으며 회복 중인 황 대표는 여전히 음식은 입에 대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건강은 상당히 회복됐지만 여전히 긴 대화는 힘들어한다고 측근들은 전했다. 이날 '황 대표가 VIP 병실을 요구했다' '당직자가 근무할 입원실도 요구했다'는 소문이 정치권에 돌았으나 세브란스 병원 관계자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했다.
“우리가 황교안이다” - 자유한국당 정미경·신보라(왼쪽부터) 최고위원이 28일 청와대 사랑채 앞 천막에서 단식 농성을 하고 있다. 같은 당 황교안 대표는 이곳에서 7박8일간 단식을 하다 전날 의식을 잃고 병원으로 옮겨졌다. 신 최고위원은 “누군가 여기를 지켜 목숨을 건 투쟁의 뜻을 관철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정 최고위원은 “내가 황교안이다. 우리가 황교안이다”라고 했다. /오종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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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 대표가 쓰러지며 한국당 내 분위기는 더욱 강경해지고 있다. 황 대표가 단식하던 청와대 사랑채 앞 천막에선 이날 신보라·정미경 최고위원이 단식을 시작했다. 정 최고위원은 "내가 황교안이다. 우리가 황교안이다. 처음 이 단식을 시작했을 때 마음 그대로 멈추지 말고 가자"고 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당 회의에서 "황교안 대표의 단식은 끝나지 않았다. 우리 모두가 황교안이다"라며 "오늘부터 우리 한국당에서 이 단식을 이어간다. 또 다른 황교안이 나타날 것"이라고 했다. 27일에 이어 이틀 연속 열린 이날 의원총회에서 일부 의원은 전원 동조 단식을 주장했다. 김태흠 의원 등은 30일부터 국회 로텐더홀에서 단식에 돌입할 계획이다. 다만 당내에선 "대표 삭발 이후 여러 의원이 '릴레이 삭발'을 하며 부작용이 일었던 만큼 동조 단식은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황 대표의 아내 최 여사는 신·정 최고위원의 단식에 대해 "절대 안 된다. 사람 다 버리더라"고 만류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당은 황 대표가 실신했는데도 청와대에서 아무 연락이 없었다며 날을 세웠다. 나 원내대표는 "문재인 대통령 스스로 '사람이 먼저'라고 하지 않았느냐"며 "구급차에 실려가는 제1야당 대표를 보고도 전화 한 통 없는 청와대"라고 했다. 김도읍 실장도 본지 통화에서 "영수회담 제안에 '여·야·정 상설 협의체에 나오라'고 했던 청와대가 야당 대표의 병원행을 두고 전화 한 통도 없다"며 "황 대표를 정말 협상 파트너로 생각은 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한편 한국당은 이날 문 대통령과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명예훼손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했다. 문 대통령과 이 대표가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가 과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를 공약했다'고 주장했는데 이게 사실과 다르다는 것이다. 한국당은 "명백한 허위사실이자 한국당에 대한 심각한 명예훼손"이라고 했다.
[윤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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