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당 심상정 대표가 27일 청와대 앞 분수대광장에서 8일째 단식 농성 중인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를 찾았다. 심 대표는 이날 황 대표를 만난 후 기자들에게 "정치적 비판과 별개로 단식으로 고생하고 있어서 찾아뵙는 것이 도리라고 생각해서 왔다"며 "주무시고 계셔서 얼굴만 뵙고 나왔다"고 했다. 심 대표는 황 대표가 단식을 통해 결사저지하겠다고 한 선거법 개정안을 발의한 당사자다. 그런 그는 전날 황 대표가 몽골텐트를 치고 '황제단식'을 하고 있다며 철거를 요구했다. 이 때문에 이날 심 대표 방문에 한국당 지지자들은 "심상정 물러가라"고 고함을 치며 반발했다.
자유한국당 지지자들의 거센 항의와 경찰의 경호 속에 정의당 심상정 대표가 27일 청와대 앞 분수대광장 천막에서 8일째 단식 중인 황교안 대표를 만나기 위해 천막으로 향하고 있다./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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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 대표는 이날 오후 여영국 원내대변인, 신언직 비서실장, 유상진 대변인 등 정의당 주요 당직자들과 함께 황 대표 농성장을 찾았다. 심 대표가 탄 차가 청와대 앞 분수대에 도착하자 황 대표 주변에 있던 지지자들이 몰려가 막아섰다. 이들은 "여기가 어디라고 와" "물러가라" 등 고함을 치며 반발하는 등 소란이 있었다.
심 대표를 맞은 한국당 김도읍 당대표 비서실장도 심 대표에게 유감을 나타냈다. 한국당 김성원 대변인은 "심 대표가 황 대표를 만나기 전 김 실장이 제1야당 대표의 목숨 건 단식에 비하와 조롱, 멸시를 한 것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며 "이에 심 대표가 '인간적 도리를 위해서 왔다'고 답했다"고 했다. 심 대표는 천막 안에 누운 황 대표를 만나서는 "건강 잘 챙기시라"는 말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심 대표는 전날 정의당 의원총회에서 "(황 대표가) 청와대 농성장에 간이천막을 넘어 몽골텐트를 쳤다"며 "제1 야당 대표라고 해서 법을 무시한 황제 단식이 허용돼서는 안 된다. 황 대표는 (청와대의) 텐트 철거 요청을 즉각 수용하기 바란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난 2014년 8월 정의당 의원단이 세월호특별법 제정 촉구를 위해 그 자리에서 단식을 한 적이 있는데, 뜨거운 땡볕 아래서 맨 몸으로 열흘간 단식을 했다"고 했다.
황 대표는 지난 25일 청와대 사랑채 앞에 친 간이 천막에서 한국당이 분수대광장에 새로 설치한 몽골식 텐트로 단식 장소를 옮겼다. 이에 청와대 김광진 정무비서관은 당대표 비서실장인 김도읍 의원에게 "다른 집회와 형평성과 규정상 문제가 있다"며 철거를 요청했다.
황 대표의 단식이 8일째로 접어들면서 황 대표의 건강은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 한국당 관계자는 "황 대표가 어제부터 얼굴이 붓고 단백뇨도 있는 상태"라고 했다. 이에 한국당 지도부에서는 병원행을 강하게 권했지만 황 대표는 "할 일이 남아있다"며 버티고 있다. 황 대표는 전기난로라도 설치하자는 권유도 거부한 채 침낭과 담요로 버티고 있다고 한다. 김도읍 비서실장은 "그런 것(전기난로)을 설치하지 않고 스스로 견디겠다는 게 황 대표 의지"라고 했다.
한편 유인태 국회 사무총장도 이날 오전 10시 30분쯤 황 대표를 찾았다. 유 총장은 "국회의장께서 건강을 많이 걱정하고 (패스트트랙 관련해) 합의 처리가 잘되도록 대표께서 노력해달라고 전달했다"면서 "황 대표가 ‘감사하다. 의장께서 좀 더 큰 역할을 해주시길 바란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김명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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