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2020년부터 초고주파 (밀리미터파⋅㎜Wave)대역을 지원하는 5G(5세대) 이동통신 스마트폰을 선보일 것이란 관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밀리미터파란 24㎓(기가헤르츠) 이상 고대역 주파수를 말한다.
5G는 6㎓ 이하 주파수(Sub-6㎓) 대역과 밀리미터파 대역을 동시에 활용하는데, 현재 한국 시장에 출시된 5G 스마트폰은 모두 6㎓ 이하 주파수 대역(3.5㎓)만 지원하는 모델이다. 3.5㎓은 속도가 4G(4세대, LTE) 이동통신의 3~4배 정도이지만, 밀리미터파 대역인 28㎓는 직진성이 강해 4G보다 속도가 약 20배 빠르다. ‘28㎓가 진정한 5G’란 얘기가 나오는 배경이다.
삼성전자, 화웨이 등이 5G 스마트폰 시장을 선점하고 있는 가운데, 애플이 내년부터 밀리미터파 지원 5G 스마트폰을 출시하면 5G 스마트폰 시장 경쟁이 더 치열하게 벌어질 전망이다. 현재 삼성전자가 주도하는 글로벌 5G폰 시장에서 내년엔 애플이 1위를 탈환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국내 통신 3사는 내년부터 28㎓ 망 상용화에 나설 계획이다.
◇궈밍치 "아이폰 신모델, 밀리미터파, 6㎓ 이하 모두 지원"
25일 애플 전문가인 궈밍치 TF인터내셔널 증권 연구원의 보고서(research note)에 따르면 애플은 내년에 5G를 지원하는 아이폰12 신제품 3종을 선보일 전망이다. 애플과 퀄컴의 분쟁이 해결됨에 따라 퀄컴 최신 통신칩(모뎀)을 사용, 초고주파와 6㎓ 이하 모두를 지원할 것이란 관측이다. 주력 시장인 미국 주요 통신사들이 5G 망을 초고주파 대역 위주로 조성하기로 방향을 정한 것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퀄컴의 5G 모뎀인 ‘스냅드래곤 X55 5G’는 초고주파와 6㎓ 이하 대역을 모두 지원한다.
아이폰11을 구매하려는 고객들이 지난 10월 25일 오전 서울 강남구 신사동 애플스토어에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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궈밍치 연구원은 "2020년 하반기 아이폰 신제품 출하량의 15~20%를 초고주파 지원 모델이 차지할 것"이라며 "초고주파 지원 5G 아이폰 모델은 액정크리스탈폴리머(LCP) 연성회로기판(FPC) 유닛 3개를 사용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궈밍치 연구원은 공급망 추적을 통해 애플 신제품을 예측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앞서 에어팟 프로 출시, 12.9인치 아이패드 프로의 등장 등을 정확하게 예측했고, 아이폰6와 아이폰6 플러스 모델 출시를 맞히기도 했다.
그는 이 보고서에서 아이폰 신제품이 5G 통신에 적합한 LCP 안테나 디자인을 채택할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LCP 안테나 디자인은 온도 변화에 강하고 데이터 5G 통신에 적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기존 아이폰11 모델은 MPI(modified-PI, 수정폴리이미드) 안테나 기술을 사용하고 있다.
◇삼성전자, 미국 시장엔 28㎓ 출시… "두 가지 모두 지원은 미확정"
현재 국내 5G 스마트폰 시장은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선점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 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국내 판매 스마트폰 중 삼성전자 갤럭시S10 5G가 판매량의 27%를 차지했고, LG V50 씽큐가 7%로 2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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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는 5G 스마트폰을 앞세워 중국 시장에서도 선전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중국 5G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전자는 29%의 점유율로 비보(54.3%)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내년에 애플이 5G 스마트폰을 출시하면 이런 판도가 바뀔 가능성이 있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는 ‘글로벌 5G 스마트폰 출하 전망’ 보고서를 통해 애플이 2020년 3분기에 5G 스마트폰 시장에 진입, 글로벌 5G 스마트폰 1위에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5G 스마트폰 시장 경쟁이 본격화하는 것이다.
빌 페트리 우코나호 SA 선임 연구원은 "현재 삼성은 5G 스마트폰 시장의 리더이지만, 2020년에는 화웨이와 애플이 가장 큰 5G 시장인 중국과 미국을 장악하면서 5G시장을 이끌 것으로 본다"고 했다. 대만전자시보는 25일 익명의 애플 협력업체 관계자를 인용, 2020년 3분기부터 2021년 1월까지 애플의 5G폰 출하량이 1억 1000만~1억 2000만대에 이를 것이라고 보도했다. 앞서 닛케이아시안리뷰는 애플이 내년에 최소한 8000만대의 5G 아이폰 3개 모델을 내놓을 계획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통신망 구축을 지켜보며 초고주파(28㎓)와 6㎓ 이하를 선택해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국내 시장의 경우 현재 5G 망이 6㎓ 이하인 3.5㎓ 대역이어서 여기에 맞춘 5G 스마트폰을 출시했고, 미국의 경우 28㎓ 대역으로 출시했다는 것. 28㎓과 3.5㎓ 모두를 지원하는 스마트폰 출시 여부에 관해선 "아직 정해진 바 없다"고 했다. 국내 통신사들이 28㎓ 대역 상용화에 나선 후에야 28㎓ 지원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시장조사업체 IDC는 최근 보고서에서 내년 5G 스마트폰 출하량이 올해 약 1100만 대에서 17배 이상 급증한 1억9000만 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SA는 글로벌 5G 스마트폰 수요가 올해 1300만대에서 2024년 9억대까지 연평균 132%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퀄컴도 5G 스마트폰 출하량이 향후 3년간 13억7500만대에 달할 것으로 예측했다.
스타티스타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스마트폰 출하량에서 1%에도 못미칠 것으로 추정되는 5G폰 비중은 2023년 51.4%로 절반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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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익 기자(wipark@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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