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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약 8개월 만에 '소득 주도 성장(소주성)'을 직접 거론하며 "성과가 분명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 등 핵심 정책이 빈부 격차 확대 등 부작용을 나타내자 최근에는 '소주성' 대신 '포용 국가'라는 말을 써왔다. 지난 4월 시민단체 간담회에서 "소주성은 세계적으로 족보가 있는 이야기"라고 한 것이 사실상 마지막이었다. 정책적으로도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의 '보완'을 지시하면서 소주성의 후퇴가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그러나 이날 문 대통령은 "소득 주도 성장 정책의 성과가 분명하게 나타나고 있다"며 다시 소주성을 전면에 내세웠다. '경제 실정론'에 대한 적극적 반박에 나서면서 지지층을 결집하기 위해 다시 소주성 정책 강화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혁신, 포용, 공정이라는 국정 원리는 처음부터 지금까지 바뀐 것이 없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이날 소주성 성과를 강조한 것은 통계청이 발표한 3분기 가계동향조사에서 최저소득층(1분위·하위 20%) 소득이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발표를 들여다보면 최저소득층이 일을 해서 버는 근로소득은 7분기 연속 감소했고, 반면 나랏돈을 퍼주는 이전소득이 7분기 연속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세금으로 저소득층 소득을 떠받친 것임에도 문 대통령은 1분위 소득이 증가한 것만 강조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앞으로도 포용적 성장을 위한 정부 정책 노력을 일관되게 지속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고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문 대통령은 "그간 저소득 가구 소득 감소는 아팠지만 2분기부터 좋아지는 조짐을 보이고, 3분기는 가계소득과 분배 면에서 좀 더 확실히 좋아지는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문 대통령은 "구조적 어려움에도 1분위 소득이 크게 늘어나는 것, 전분위 소득이 모두 늘어나는 가운데 중간층이 두꺼워진 것, 분배지표인 5분위 배율이 줄어든 것은 매우 의미 있는 변화"라고 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도 이날 페이스북에 "정부가 일관성 있게 추진해온 소득 주도 성장, 포용 성장의 효과가 3분기에는 본격화되고 있다'며 "고용지표에 이어 소득분배지표도 뚜렷한 개선세를 보여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고 썼다.
통계청에 따르면 1분위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137만4000원으로 1년 전보다 4.3%(5만6400원) 증가했다. 그러나 1분위의 근로소득은 44만7700원으로 1년 전보다 6.5%(3만1200원) 감소했고, 정부가 주는 이전소득은 67만3700원으로 전년보다 11.4%(6만9000원)나 증가했다. 정부가 소주성 성과로 강조한 이날 통계는 소득 주도 성장의 '역설'을 보여준다는 지적이다. 소득 주도 성장의 본래 취지는 "저소득층의 소득을 인위적으로 올리면 소비가 늘어 경제가 살아난다"는 것이었다. 문재인 정부가 각계의 반대를 무릅쓰고 최저임금을 무리하게 인상한 것도 이 때문이었다.
그런데 최저임금 인상, 주 52시간제 등을 강행하는 동안 저소득층이 일해서 버는 '근로소득'은 계속 감소하고 있다. 이번 통계청 조사에서도 최저소득층의 근로소득은 7분기 연속 감소해 2016년 3분기 56만1000원이던 1분위 근로소득이 올해 44만7700원으로 20%나 줄었다. 이에 따라 시장소득, 즉 자기 힘으로 버는 돈을 기준으로 한 소득 격차(5분위 배율)는 9.13배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반면, 정부 보조금 등으로 올린 이전소득은 2016년 53만7630원에서 올해 67만3720원으로 25% 늘었다. 소득 격차를 정부가 각종 복지 지출로 메우고 있는 셈이다. "소득 주도 성장이 아니라 '세금 주도 성장'"이란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정우상 기자(imagine@chosun.com);최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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