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드래프트서 삼성에 지명…"어릴 땐 자만, 지금은 벼랑 끝"
2차 드래프트에서 삼성이 지명한 좌완 노성호 |
(서울=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주위에서 '잘한다'고 칭찬해주시니까 제가 정말 잘하는 줄 알았습니다."
노성호(30)는 2019 KBO 2차 드래프트에서 삼성 라이온즈에 지명된 후, 처음 1군 무대를 밟은 2013년을 떠올리며 깊이 반성했다.
그는 2차 드래프트가 열린 20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어릴 때는 자만했다. 지금은 벼랑 끝에 서 있다"며 "정말 죽어도 훈련을 하다 죽겠다. 그만큼 간절하다"고 했다.
노성호는 NC 다이노스 창단 멤버다. NC는 2012년 동국대 좌완 에이스 노성호를 1차 지명했다.
NC가 2013년 1군 무대에 진입하면서 노성호도 팬들의 관심을 얻었다. 그는 시속 150㎞를 넘나드는 빠른 공을 던지며 NC의 차세대 에이스로 꼽혔다.
노성호는 "칭찬을 더 많이 듣던 시기다. 주목을 받으면서 자만심까지 생겼다. 훈련보다는 노는 것에 시선을 빼앗기기도 했다"고 고백하며 "1∼2년을 그렇게 보내니, 내 이미지가 '노는 걸 좋아하는 선수'로 굳어지더라. 이후에는 정말 열심히 노력했는데 이미지는 바뀌지 않았고, 결과고 나빴다. 중요한 시기를 놓친 게, 지금도 너무 아쉽다"고 했다.
올해까지 노성호의 1군 개인 통산 성적은 95경기 5승 14패 평균자책점 7.03이다.
NC를 넘어 KBO리그가 주목하던 차세대 에이스는 그렇게 성과 없이 서른이 됐다.
삼성 라이온즈 유니폼을 입는 노성호 |
노성호는 "어릴 때는 '군대를 다녀오면 나아지겠지. 젊으니까, 도약할 기회는 있다'고 느긋하게 생각했다"며 "지금은 다르다. 나는 이제 팀에서 방출당해도 이상하지 않은, 보여준 것 없는 선수가 됐다. 정말 벼랑 끝에 선 기분"이라고 말했다.
허삼영 삼성 감독은 노성호의 재능과 간절함에 주목했다.
허 감독은 "직접 던지는 모습을 봐야겠지만, 노성호를 2020년 즉시 전력감으로 봤다. 그가 가진 재능만 발휘한다면, 충분히 1군에서 던질 수 있다"고 노성호를 지명한 이유를 설명했다.
노성호는 "2014년 어깨를 다친 뒤, 일부러 구속을 낮췄다. 그런 시간이 길어지면서 '이제 더는 시속 150㎞를 던질 수 없는 걸까'라는 생각도 했다"며 "그런데 올해 1군 경기에서 최고 시속 151㎞를 던졌다. 제구도 확실히 좋아지고 있다. 이렇게 나아진 모습을 삼성에 보여드리고 싶다"고 했다.
장밋빛 미래를 그리던 노성호는 NC가 화두에 오르자 "하∼"하고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노성호는 "NC 창단 멤버다. 코칭스태프, 선후배들, 그리고 팬들까지 정말 내게 많은 도움을 주셨다. 그런데 조금도 보답하지 못하고 이렇게 팀을 떠난다"며 "평생 NC와 팬들께는 고맙고, 죄송한 마음을 안고 살겠다"고 했다.
jiks79@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