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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7 (일)

한국축구 '예선'서 해야할 것과 '본선'서 해야할 것을 배운 중동 2연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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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레바논전 0-0, 19일 브라질전 0-3으로 마무리

뉴스1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손흥민이 19일 오후(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 모하메드 빈 자예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브라질과의 평가전에서 상대문전을 향해 돌파를 시도하고 있다. 2019.11.19/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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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부다비(UAE)=뉴스1) 임성일 기자 = 벤투호가 중동에서 펼쳐진 11월 원정 2연전을 모두 마쳤다. 비록 결과 자체는 만족할 수 없으나 레바논전도 브라질전도 의미 있는 이정표였다.

지난 14일(이하 한국시간) 레바논 베이루트에서 펼쳐진 레바논전은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예선 4차전으로, 전체 일정의 반환점을 도는 경기였다. 그리고 19일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에서 열린 강호 브라질과의 평가전은 '완전체'로 치를 수 있는 2019년 마지막 A매치였다. 12월 부산에서 펼쳐지는 동아시안컵은 국제축구연맹(FIFA) 주관 대회가 아니라 선수 차출 의무가 없다.

결과에 따른 아쉬움은 있으나 어차피 축구는 2020년에도 계속 되어야한다. 그런 측면에서 내일의 동력을 얻기 위한 신중한 복기는 중요하다. 레바논전은 우리가 남아 있는 월드컵 예선에서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 브라질과의 경기는 궁극의 지향점인 본선에서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 생각하게 해준 한판이었다.

레바논전은 답답한 환경에서 치른 답답한 경기로 마무리됐다. 시작 전부터 어수선했다. 레바논의 반정부 시위가 하필 최악으로 치닫던 상황과 맞물렸고 때문에 경기 당일 오전에 '무관중 경기'가 결정되는 변수가 발생했다. 경기장은, 오랜만에 발이 푹푹 빠지는 수준의 떡잔디에 발목 부상이 걱정될 정도로 울퉁불퉁했다.

결과적으로 지난달 평양 원정에 이어 2경기 연속 무관중 경기를 치렀다. A매치 2경기를 연속 텅 빈 경기장에서 치르는 일이 또 발생할 일이야 없겠으나 이런 열악한 환경에서 경기할 수 있음은 벤투 감독과 선수들이 염두에 둬야할 일이다. 환경이 여의치 않을 때, 그래서 많이 연습한 플랜A가 펼쳐지기 힘든 상황에서 플랜B로 전환이 가능하도록 노력과 준비가 필요하다.

레바논전이 끝난 뒤 팬들의 비난이 가장 많이 집중됐던 지점이 바로 '유연하지 못한 단조로움'이었다. 대안을 준비하지 않은 것이든, 준비했는데 발현되지 못한 것이든 문제는 있다. 더 준비해야한다. 당장 내년에 스리랑카 원정이 더 남아 있고 3차 예선 때도 많은 원정 경기를 치러야한다. 대표팀은 확실히 안방을 벗어나면 약해진다. 개선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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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축구대표팀 선수들이 14일(현지시간) 오후 레바논 베이루트 카밀 샤문 스포츠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년 카타르 월드컵 2차 예선 4차전 레바논과의 경기에 앞서 애국가를 부르고 있다..2019.11.15/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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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투 감독 부임 후 가장 강한 상대였던 브라질과의 경기는, 강팀은 무엇이 다르고 강팀과 경기할 때는 무엇을 유념해야하는지 생각하게 했다. 월드컵 본선에서도 브라질 정도의 강팀은 손에 꼽을 정도이기는 하다. 하지만 본선에서 만날 상대들 중 한국보다 약한 팀도 없다.

브라질전에서 대표팀은 꽤 괜찮은 콘셉트를 잡았다. 일각에서 라인을 뒤로 내려 수비에 치중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었으나 대표팀은 기존의 '벤투스러움'을 고수했다. 후방에서부터 차근차근 빌드업을 통해 우리 경기를 펼치도록 노력했다.

그 과정에서 실수와 불안함도 보였으나 FIFA 랭킹 3위에 빛나는 진짜 강호를 상대로 배에 힘을 주고 겨뤄봤다는 것은 의미가 있다. 벤투 감독이 경기 후 "0-3으로 졌으니 사실 할 말은 없지만, 그 정도 스코어가 벌어질 경기는 아니었다. 내용은 치열했다"고 평가한 것처럼 과정이 나쁘지 않았으니 자신감이 생길 대목이다. 실제로 경기 후 선수들의 표정은 나쁘지 않았다.

단, 짚을 것은 있다. 브라질은 주어진 찬스를 족족 골로 만들었다. 거의 원샷원킬 수준이었다. 결정력이야 한국 축구의 오랜 숙제이기는 하지만, 찬스 때 넣지 못하면 도리가 없다. 상대가 우리 실수를 놓치지 않았다는 것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벤투 감독은 "결과적으로 골을 넣지는 못했으나 그래도 공격 쪽은 전개가 만족스럽다"고 칭찬한 뒤 "하지만 수비는 보완이 필요하다. 이 정도 강팀들과의 경기에서 실수가 나오면 돌이킬 수 없는 대가를 치러야한다는 것을 잘 보여준 한판"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레바논전은 2020년 다시 4경기를 더 치러야하는 월드컵 예선에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브라질과의 경기는 한국 축구가 한 단계 업그레이드되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 질문을 던져줬다. 결과는 아쉽지만, 배운 것은 꽤 있었다.
lastuncl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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