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공 | 한국프로축구연맹 |
[스포츠서울 이지은기자] 인천 선수들은 일부러 말을 아꼈다. 투병 중인 사령탑의 ‘마지막 잎새’가 돼주기 위해서다.
유상철 인천 감독은 지난 19일 구단 공식 채널을 통해 ‘팬 여러분께 드리는 편지’라는 글을 올려 자신의 췌장암 확진 사실을 세상에 알렸다. 그는 “소문이 무성한 내 건강 상태에 대해 이젠 직접 팬 여러분께 말씀드려야겠다는 판단이 섰다”며 췌장암 4기 진단을 공개했다. 림프절은 물론 다른 장기에까지 암이 전이됐다는 의미로, 5년 이하 생존율이 20% 미만이라는 통계를 보면 꽤 심각한 상황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유 감독은 “병원에 있으면서 역시 현장에 있을 때가 가장 좋았다는 걸 느꼈다. 계속해서 치료를 병행해야 하지만, 그라운드 안에서 어울리며 긍정의 힘을 받고자 한다. 팬 여러분과 했던 약속을 지키고 싶다”며 ‘강등권 탈출’을 이야기했다.
유 감독의 병세는 이미 축구계에서는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지난달 19일 성남 원정에서 유 감독의 황달 증세는 육안으로도 확인할 수 있을 정도로 심각했고, 경기가 끝난 뒤에는 단순히 ‘탈꼴찌’를 기뻐하는 수준을 넘어서서 선수단 전체가 오열했다. 내부에 모두 알려진 충격적인 소식은 시나브로 외부로 흘러나갔으나, 적어도 선수들은 공식적인 자리에서 이에 대해 언급하기를 삼갔다. 당시 성남전에서 김호남은 “나중에 알게 될 거다. 내가 말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닌 것 같다”고 눈물의 이유를 에둘러 설명했다. 이후 믹스트존 인터뷰에서도 관련 사안에 대해 선수들의 입장은 조심스러웠다. 이는 유 감독이 스스로 입을 연 뒤에도 크게 변하지 않았다. 우려가 현실로 확인된 후에도 선수들은 여전히 ‘함구령’을 지키고 있다. 시즌 막판 2경기를 앞두고 묵묵히 A매치 휴식기 팀 훈련을 소화하고 있는 상태다.
창밖에 보이는 담쟁이덩굴의 잎이 모두 떨어진다면 자신도 죽을 것이라 생각했던 한 무명 화가는 결국 의사의 사망 선고에도 기적적으로 폐렴을 극복한다. 아래층에 사는 동료 화가가 벽에 그려놓은 나뭇잎 그림 하나 때문이었다. 환자가 아닌 감독으로 팀을 지키고자 하는 사령탑을 위해 인천 선수들은 그라운드에 마지막 잎새를 그릴 채비를 마쳤다. 위로뿐인 말보다 잔류라는 성적표로 유 감독에게 희망 안기겠다는 각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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