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채태인. (스포츠서울DB) |
[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양극화다. 불혹을 눈앞에 둔 1982년생 베테랑이 2차드래프트로 이적했다. 1군 경험이 전무한 유망주도 같은 날 팀을 옮겼다. 선수 순환이 취지라고는 하지만 한쪽은 베테랑 정리, 한쪽은 부족한 육성전력 보강으로 진행한다. 나쁘다고 할 수는 없지만 2차드래프트 도입이 신생팀 전력수급 차원이었다는 배경을 떠올리면 성격이 사라졌다.
베테랑은 조건없는 트레이드 혹은 자유계약 형식으로 팀을 찾을 수 있도록 보장하는 게 맞다. 40인 보호선수에 포함되지 않았다면 원소속팀에서도 쓰지 않겠다는 의중이 강한 선수다. 대부분 프리에이전트(FA) 계약을 체결해 계약기간을 남겨뒀거나 내년시즌 후 FA 자격을 얻는다는 공통분모도 있다. 연봉을 보존하더라도 전력 외로 분류한 선수라면 다른 팀에서 뛸 기회를 줘야 한다. 조건없는 트레이드는 선수가 아닌 해당 선수의 연봉을 떠안는 것으로 대체할 수도 있다. 순환과 선수에게 동기를 부여하겠다는 의도라면 조금 더 순수한 게 설득력을 가진다.
한화 정근우.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
유망주를 영입한 팀은 ‘일단 키워보자’는 전략이다. 선수 구성, 육성 방식에 따라 잭팟을 터트릴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입단 3, 4년차를 다른 팀에서 데려왔으면 일정기간 이상 1군 등록 기회를 줘야 한다. 타의로 소속팀이 바뀌는 게 선수 인생이라지만, 2차드래프트를 통해 팀을 옮긴 이들은 원소속팀이 돈을 받고 판매한 상품으로 전락한다. 40인 보호선수 명단에 포함되지 않았다는 허탈감에, 자신의 연봉보다 이적료가 더 비싸다는 상실감 외에는 얻을 게 없다. 3개월 이상 1군 등록 기회라도 보장되면 당장 비활동기간 훈련 태도가 달라진다. 야구는 사람이 움직여야 성립되는 스포츠다.
언젠가부터 2차드래프트는 재고처리 대방출 세일 같은 인상만 남긴다. SK 손차훈 단장은 “2차드래프트 성공사례를 살펴보니 즉시전력감이 67% 수준이더라”고 밝혔다. 베테랑 세 명 중 두 명은 팀을 옮겨 성공한다는 뜻이다. 유망주는 유망주로 그치다 다시 2차 드래프트를 통해 팀을 이적하는 웃지 못하는 장면도 심심치 않게 나온다. 다른 코칭으로 야구에 눈을 뜰 만 하면 팀을 떠나 새로운 코치를 만나는 것만큼 성장에 저해되는 요인도 없다. 2차드래프트는 선수를 보호하고 육성할 수 있는 안전장치가 없다는 뜻이다.
KIA 김세현. (스포츠서울DB) |
대대적으로 판을 흔드려면 FA와 신인을 포함한 30명으로 보호선수 규정을 축소할 필요도 있다. 각 구단 단장들은 “전면드래프트가 정착되고 2차드래프트 보호선수 범위를 축소함과 동시에 영입비용을 높이면 FA거품도 자연스럽게 줄어들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가령 팀에 꼭 필요한 선수가 2차드래프트에서 지명되면 웨어버클레임이나 퀄리파잉오퍼 등 다른 팀과 원소속 팀이 머니게임으로 잡을 수 있는 규정을 도입하는 것도 2차드래프트의 흥미를 높일 수 있는 방법이다.
밀실에서 은밀히 진행하는 것보다 또 하나의 축제로 격상하는 것도 한국야구위원회(KBO)가 고려해볼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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